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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막말 … 공포에 떠는 ‘찾동’

서울 동작구의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 간호사’로 일하는 A(38·여성)씨는 남성 혼자 사는 집에 방문하기 겁이 난다. 얼마 전 겪은 일이 떠올라서다. 알코올의존자인 남성은 이날도 술에 잔뜩 취해있었다. A씨가 치료를 권유하자 그는 “죽여버린다”면서 칼을 휘둘렀다. A씨는 다행히 집밖으로 뛰쳐나와 화를 면했다. 하지만 A씨는 “그 일 이후 방문 가구에 남성이 있으면 들어가는 것조차 망설여진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찾동 직원 850명 조사
플래너 73%, 간호사 99%가 여성
칼 휘두르고, “술먹고 가라” 추태

방문 대상엔 정신질환·출소자도
“사전 정보 제공 등 안전대책 필요”

서울 도봉구의 ‘찾동 공무원’인 B(34·여성)씨 역시 최근 불쾌한 경험을 했다.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20대 청년을 방문했을 때였다. 이 남성은 갑자기 어제 본 ‘야동(야한 동영상)’ 이야기를 꺼내더니 B씨를 훑어봤다. B씨는 “어느 가정의 한 남성은 술을 먹고 가라고 계속 붙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현장 직원 상당수가 폭언·성희롱 등의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최근 찾동 공무원(복지플래너)·간호사 850여 명(전체는 3400여 명)을 대상으로 ‘안전문제 경험 실태’ 설문조사를 했다. 욕설·폭언 피해가 452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스토킹 188건, 성희롱 159건, 신체적 접촉 91건, 물리적 폭력 90건 등이 뒤를 이었다. 피해 사례가 중복된 경우도 많았다.
 
서울시는 ‘찾동’을 24개 자치구 324개동에서 운영하고 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13만 가구를 방문했다. 공무원과 간호사가 형편이 어려운 가정 등에 찾아가 어려움을 해결해주면서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이 여성인 찾동 직원들이 정신질환자가 있거나 교정시설 출소자가 있는 가구에도 방문한다는 점이다. 복지플래너의 73%, 간호사의 99%가 여성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인1조 방문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방문할 가구는 많고 특히 간호사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혼자서 방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성 직원이 많다 보니 스토킹을 하거나 성적인 수치심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밤낮없이 전화해 “따로 만나자”고 조르는 사례도 있었다. “설렌다”면서 사생활을 묻거나, 일부러 문을 열어두고 샤워를 해 직원을 난감하게 하기도 했다.
 
‘찾동 간호사’ 김미례(47)씨는 “우리가 방문해야 할 대상 가정에 대한 충분한 사전 정보가 제공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찾동 공무원’ 김효성(35)씨는 “우울증을 앓던 주민이 우리의 방문을 계기로 새 삶을 꿈꾼다고 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면서 “이런 보람된 일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찾동 직원을 위한 안전망도 구축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설문조사를 했더니 ‘찾동’ 직원의 94.6%가 “안전 용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최근 찾동 직원들에게 응급호출 기능을 갖춘 스마트워치 1000여 대를 보급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신고자와 동료 공무원, 경찰 간에 3자 통화가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기연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직원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집 밖에서 만나야 한다. 방문해야 할 대상자의 상황을 미리 파악해 위험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간혹 방문 신청자가 특정 공무원을 지목해 오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나쁜 의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당사자를 제외한 직원 여러 명이 방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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