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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이상한 나라의 ‘코린이들’

홍상지 사회부 기자

홍상지 사회부 기자

18일 오전부터 여기저기서 전화와 메시지가 쇄도했다. 전날 쓴 암호화폐 기사 때문이었다. 친한 경찰관 한 명은 “우리 애들도 요새 코인 한다고 난리야. 어젠 사무실 여기저기서 온종일 곡소리가 났다”고 토로했다. 기업 홍보팀에 다니는 한 취재원은 카톡으로 ‘여기도 지금 다 코인 공부 중이에요ㅋㅋ’라고 전했다.
 
온통 코인 이야기뿐이다. ‘누구누구는 코인으로 수십억원 벌어서 퇴사했대’ 류의 성공신화는 고등학생·대학생·회사원·경찰 등 직종 불문의 암호화폐 투자자, 일명 ‘코린이’를 키웠다. 지난 14일 만난 암호화폐 투자자 A(21)씨는 부대 복귀를 앞둔 군인이었다.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일과가 끝나면 ‘싸지방’(‘사이버 지식정보방’의 줄임말로 부대 내 컴퓨터 사용방)에서 코인 투자를 하다 돈을 절반 이상 잃었다. 요샌 A씨 뿐 아니라 다른 군인들도 코인에 정신 팔려 있는 경우가 많아 싸지방에서 코인 투자하는 게 아예 금지됐다고 한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국내 암호화폐 가격이 글로벌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김프) 현상까지 있다. 그만큼 국내 코인 투자 수요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높다는 뜻이다. 전 세계 경제 규모에서 한국의 비중은 1% 선인데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만큼은 원화 거래량이 10%를 웃돈다. ‘한국의 코인 열풍이 왜 이리 유별난지’에 대해 책 『88만원 세대』 공동저자인 경제학자 우석훈씨는 “프리미엄의 비율만큼 한국 청년들이 다른 나라 젊은이들보다 힘들어한다고 보면 된다. ‘돈만 있으면 괜찮다’는 인식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코인이라는 ‘열병’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락가락하는 정부·금융 당국자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코인 시장을 요동치게 한다. 한 투자자는 “시세를 조작하는 제일 큰 세력이 정부”라며 “우리가 찾은 새로운 투자시장을 기성세대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으면서 망치고 있다”고 비아냥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하루가 멀다고 반발 여론이 들끓는다.
 
취재팀이 만난 대기업 직원 김모(33)씨는 “회사원 월급으로는 안 쓰고 ‘죽어라’ 모아도 20년 이상은 모아야 서울 시내에 작은 아파트 한 칸 마련한다. 생각만 해도 아득하다”고 했다. 유별난 한국 코인 시장의 근원은 청년들의 희망이 옅어져 가고 있는 이 이상한 나라에서 비롯됐다. ‘규제’보다 ‘구제’를 원한다는 코린이들에게 정부는 어떤 답을 들려줄 것인가. 적어도 최근의 ‘오락가락’ 발표들은 정답이 아닌 게 확실하다.
 
홍상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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