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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탈리 칼럼] 소비 파업으로 가는가?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미주와 유럽의 몇몇 나라에서 실행한 운동이 비상(飛上)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륙 즉시 추락하고 말 것인지, 아니면 고공비행까지 완수하게 될 지는 알 수 없다.
 

새 물건으로 바꾸지만 않아도
수입 상당 부분 저축으로 연결
산업 위축으로 일자리 줄지만
생산·소비 패턴 재정립이 필요
이 운동 동참할 사람 늘리려면
사회적 불평등을 줄여야만 해

이 운동은 우리 각자에게 간단한 결심을 하라고 권한다. 기후 온난화, 해양 오염, 물자 낭비를 막기 위한 행동에 동참하기 위해 최소한 1년 동안은 꼭 필요한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사지 말자는 것이다.
 
이미 오래 전에 시도된 바 있는 ‘소비 파업’이라는 아이디어는 일견 엉뚱하게 비춰질 수 있다. 먹고, 자고, 입고, 치료받고, 배우고, 출근을 위해 이동하는 일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소비 파업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이에 동의한다. 그들은 소비 파업이 필요 이상의 것만을, 특히 이미 가진 것을 다른 새것으로 바꾸는 일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한 해 동안만이라도 새 옷을 사고, 자동차를 바꾸고, 전화·텔레비전·컴퓨터와 그 외 온갖 것들을 사는 일 없이 살아볼 수는 없을까 하고 반문한다.
 
이쯤 되면 반대론자들은 소비 파업이 끔찍하다고 말한다. 대다수 사람은 소비 억제 대상이 된 물건들을 한 번 가져보지도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미 가진 것만으로 살 수 있는 입장인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지구 위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은 한 달을 버티기 위해 달러, 유로, 아니면 다른 화폐 단위의 단 한 장도 아쉬워한다. 상황이 이럴진대 어떻게 그들에게 언젠가 한 번쯤 가져볼 수 있을까 하고 꿈꾸기에도 벅찬 물건들을 사지 말고 견뎌 보라고 권할 수 있겠는가.
 
파업 찬성론자들도 수긍한다. 그들은 굳이 새것으로 바꿔야만 할 실제적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게만 소비 파업을 국한하자고 말한다. 미국·프랑스 등 선진국에 사는 사람 중 상당수는 1년 동안 필수품 외 항목의 물건을 구매하지 않고도 살 수 있을 만큼 이미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 필수품 항목에는 식품, 교통, 주택, 자녀 의복 관련 비용이 포함된다.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라면 이처럼 줄인 소비 덕분에 세금, 사회 보장 부담금, 보험금을 제하고 난 수입의 일정 부분을 많든 적든 저축으로 연결할 수 있다.
 
아탈리 칼럼 1/19

아탈리 칼럼 1/19

그러니 소비 파업이라는 아이디어를 너무 빨리 포기하지는 말자. 무엇보다 요즘 같은 신년 벽두에 우리 각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을 그저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사는 일은 자제하자고, 급하지 않은 것은 내년으로 구매를 미루자고 결심한다면 수입 중 얼마를 절약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따져보는 것도 분명히 가치 있는 일이다.
 
소비 파업이 사회에 미칠 일차적 영향은 매력적이다. 유행 추구의 압력과 낭비가 줄어들고, 쓰레기와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한다. 이전보다 검소하고 차분한 사회가 된다.
 
그러나 마냥 좋아하기는 어려운 파장이 곧바로 닥쳐올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주요 산업들이 점차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자동차·가전제품·의류·제화·가구·귀금속 등 모든 종류의 사치품 관련 산업뿐만 아니라 출판·영화·음악 산업도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형태에 관계없이 파업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이 운동의 여파로 수백만 개의 일자리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언뜻 보기에 너무나 매력적이지만 실제로는 순진하기 짝이 없는 이 소비 파업으로 인한 위기에 주로 노출될 사람은 바로 이 파업에 동참할 여유조차 갖지 못한 이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생산과 소비 패턴을 재정립하는 일에 착수해야 한다. 소비 파업보다는 ‘긍정적인 소비’에 대해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소비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긍정적인 소비를 실천함으로써 유행에 굴복하지 않고, 한정판을 손에 넣고 돋보이려 하는 일을 그만두고, 지속 가능한 제조 공정을 통해 생산된 제품 쪽으로 소비 패턴을 재설정할 수 있다. 또한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들의 쓰임을 재발견함으로써 직접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과 다름없는 결과를 창출해낼 수 있다.
 
긍정적인 소비와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생산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이 소비 파업 운동의 참가자 수 확대를 위한 최선의 길은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공론의 장을 해치고 있는 시시한 논쟁들보다 이런 문제가 더 큰 토론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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