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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의 시시각각] 노태강, 다시 ‘나쁜 사람’이 돼라

이상언 논설위원

이상언 논설위원

노태강은 천하의 역적에서 의로운 선비로 다시 태어난 사람이다. ‘촛불 정의’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새 정권 출범과 함께 그는 퇴직 공무원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남북 단일팀 문제 가장 잘 알 사람
기개 발휘해 스포츠 정신 대변해야

“그냥 눈치가 좀 없었던 것뿐이지 특별한 정의감에 따른 행동은 아니었다”는 혹평도 있지만 그는 ‘승마협회를 손 좀 보라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지시를 거역한, 최순실의 국정 농단에 맞선 기개 있는 공무원’이라는 훈장을 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며 찍어내 한직을 전전하다 “그 사람 아직도 있어요?”라는 2차 폭격으로 퇴출당한 공직자로 기록돼 있다. 박 전 대통령 본인은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여러 사람의 법정 증언에 따르면 그가 인사 불이익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는 요즘 바쁘다. 평창 겨울올림픽과 관련한 남북 협상 대표단 멤버로 연일 북측 인사들을 마주하고 있다. 남북 동시 입장과 단일팀 구성 등의 문제를 다룬다.
 
그는 이 정부 고위 공직자 중에서 스포츠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다. 문체부에서 국제체육과 과장, 체육국장을 맡았고 스포츠 관련 재단에서 사무총장으로 일한 적도 있다. 스포츠인들의 땀과 눈물을 10여 년 동안 현장에서 봐 왔다. 청와대·통일부 관리들과 정치인 출신 문체부 장관이 평화의 논리, 통일의 논리, 나아가 정권 성공의 논리를 내세워도 그는 ‘정직한 노력이 만드는 인간 승리’라는 스포츠 정신을 앞세워야 할 사람이다. 남북 단일팀이라는 화려한 쇼 뒤에서 냉가슴만 앓을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을 보호해야 할 위치에 있다
 
이낙연 총리가 “우리는 22위, 북한은 25위”라며 메달 희망이 없는 종목이어서 성적이 중요치 않다는 식으로 말했을 때 그가 나서서 부당함을 지적했어야 했다. 대통령의 뜻도 거슬렀던 사람이다. 어차피 촛불시민들 덕에 덤으로 더 하는 공직생활이 아닌가.
 
이 정부의 다른 ‘노태강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검찰에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할 말 좀 하는 사람들’이 정권 교체 뒤 대거 요직에 발탁됐다. 윤 지검장은 2013년 국회에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을 앞에 두고도 상부로부터 국가정보원 수사 방해 압력을 받았다고 용감하게 증언한 인물이다. 그는 당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런데 그는 지금 청와대가 밀어붙이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공개적으로는 일절 말하지 않고 있다. 7년 전 대검 중수부 폐지가 추진되자 거악 척결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아니되옵니다”를 외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사석에서는 “경찰이 수사 종결권까지 갖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하는 그의 주변 특수통 검사들도 언론에서 물으면 입을 다물어 버린다. 윤 지검장은 18일 통화에서 “수사와 기소 분리 자체가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사정 수사를 책임지고 있는 입장이라 공개적으로 의견을 드러내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 권력기관 개편 문제에 대응하는 검찰 내부 조직에는 내 의견을 여러 차례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우 신중한 검찰 간부가 돼 있었다.
 
지난봄, 많은 사람은 이제는 권력자의 말을 묵묵히 수첩에 받아 적는 시대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정신이 청산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공무원의 침묵은 여전하다. 어설픈 교육부 장관의 실험 정신에, 하루에 50억원씩 허공에 날리는 서울시장 정책에 아무도 말을 안 한다. 청와대 정무수석이 기획재정부 관리에게 건 전화 한 통화로 e스포츠 지원 예산이 되살아나기도 했다. 이게 촛불정신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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