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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현장과 소통하러 간다더니 … 기업 만나 ‘최저임금 청구서’ 내민 김동연

김동연 부총리(왼쪽)가 18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CEO 혁신포럼’에서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김동연 부총리(왼쪽)가 18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CEO 혁신포럼’에서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경기도 용인의 현대차그룹 마북 환경기술연구소를 방문했다. 이날 행사의 공식 명칭은 ‘현장 소통 간담회’. 재계의 고충을 정부가 듣고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자리다.
 

구본준·정의선 등과 잇단 간담회
애로사항 듣는 시간 50분도 안 돼
“협력사 최저임금 책임을” 부탁만

과연 정부가 산업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들었을까.
 
부총리가 모두발언을 마치고 인재개발원 2층 간담회장에서 보낸 시간은 총 50분. 이 시간에 부총리는 정부 정책을 설명하고 현대차그룹이 준비한 신산업 계획안 발표를 들었다. 이후 남은 시간에 현대차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서로가 속내를 털어놓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논의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간담회에서 부총리가 약속했다는 정책도 새로울 게 없다.예컨대 현대차의 수소차 충전소 증설 요청에 김동연 부총리는 “68기를 구축하고 추가 조성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68기 구축은 이미 국토교통부가 이미 발표한 정책이다.
 
또 친환경차 보조금을 늘려달라는 요청에 “필요하면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현장 소통 간담회’를 마치 재계가 요구하는 행사처럼 포장하는 태도도 논란거리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보도자료에서 ‘이번 간담회는 대한상의 건의를 바탕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 소통 간담회는 정부가 먼저 요청했다. 지난달 8일 김동연 부총리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만나 “부탁드렸던 현장 소통에 기업인을 만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고까지 했다.
 
혹 재계 협조가 절실해진 정부가 대기업을 만날 핑곗거리를 찾고 있는 건 아닐까. 실제로 정부는 기업을 만나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는 정의선 부회장에게 “3·4차 협력사 최저임금 인상을 현대차가 책임져달라”고 요구했다. 정부 정책의 부작용을 대기업에게 뒤집어씌운다는 비판을 살 수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1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행사에서 재계 총수들을 만나 평창겨울올림픽 티켓 구매를 독려했다. 재계 일각에서 “과거 정권들이 기업에 청구서를 내밀던 것과 뭐가 다른가”란 볼멘소리도 나오는 이유다.
 
‘현장 소통’을 위한 자리에서 기업들이 선물 보따리를 왕창 풀어놓은 것도 과거 정권과 달라진 바 없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앞으로 5년 동안 23조원을 투자해 4만5000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12일 LG그룹과의 ‘현장 소통’ 행사에서 구본준 부회장이 김동연 부총리에게 19조원을 투자해 1만 명을 고용하고 상생협력기금(8500억원 규모)도 조성하겠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물론 정부가 선물을 요구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부총리가 회사로 찾아가겠다고 하니 기업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장 소통 간담회’는 손님이 선물을 받는 자리가 아니라 말 그대로 현장의 고충을 듣고 개선 방안을 찾는 자리가 돼야 한다.그것이 이번 정권이 전면에 내세운 ‘적폐 청산’의 길이기도 하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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