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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하늘의 편지 쌓인 듯 … 홋카이도 설국에서 노는 법

홋카이도 대지가 순백의 눈으로 덮였다. 한겨울 홋카이도를 찾는 여행자가 갈망하는 풍경이다. 도카치평원 뒤로 도카치연봉이 드러났다.

홋카이도 대지가 순백의 눈으로 덮였다. 한겨울 홋카이도를 찾는 여행자가 갈망하는 풍경이다. 도카치평원 뒤로 도카치연봉이 드러났다.

겨울은 전통적인 여행 비수기다. 하지만 이 공식을 보란 듯이 비껴가는 여행지가 있다. 일본을 이루는 큰 섬 4개 중 최북단인 홋카이도(北海道)다. 수많은 여행객이 다른 계절을 놔두고 일부러 겨울을 콕 짚어 홋카이도에 찾아드는 이유가 궁금했다. 1월 둘째 주 최고기온이 영하에 머무는 혹한의 계절에 홋카이도를 여행했다. 그리고 비로소 이해했다. 수묵화 여백처럼 하얀 설국은 낭만이 가득했다. 뜨뜻한 온천욕이 즐거운 것도, 갯것의 살이 꽉 찬 것도 겨울이라 빚어진 기쁨이었다. 홋카이도의 겨울은 풍요로웠다.
 

겨울 홋카이도 동부 여행
희귀 온천에 몸도 마음도 사르르
꽃 피던 언덕은 스노모빌 코스로
살 찬 게 맛보며 식도락 여행까지

물안개 피는 강가에는 고니 떼가…
 
열차 운행이 중단된 오비히로의‘행복역’ 대합실.

열차 운행이 중단된 오비히로의‘행복역’ 대합실.

북위 43도에 위치한 홋카이도는 동해·오호츠크해·태평양을 접하고 있다. 겨울철 바다를 지나며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구름이 홋카이도 육지에 부딪히면서 눈을 떨어낸다. 1936년 세계 최초로 인공 눈을 만드는 데 성공한 홋카이도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나카타니 우키치로(1900~62)는 ‘눈은 하늘에서 보낸 편지’라는 말을 남겼는데, 홋카이도 사람들은 폭탄처럼 떨어지는 눈편지를 감당하느라 바빠 보였다. 겨울 홋카이도의 아침은 어김없이 제설차 소리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여행에 동행한 서현완 가이드는 “190만 명이 사는 홋카이도 최대 도시 삿포로(札幌)만 해도 연평균 강설량이 385㎝나 되고, 홋카이도 전체 예산의 6%를 제설작업에 사용한다”고 말했다. 눈은 홋카이도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초래하지만, 낭만적인 여행지로 만드는 일등공신이었다. 홋카이도는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보다도 12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관광객이 더 몰린다. 하얀 편지 봉투가 그득하게 쌓인 순백의 설경을 찾아 여행객들은 겨울 홋카이도에 찾아든다.
 
홋카이도 여행의 관문 신치토세공항에 내리자마자 홋카이도의 동쪽을 향해 내달렸다. 홋카이도 동부 인구 18만 명이 사는 소도시 오비히로(帯広)를 목적지로 삼았다. 인적이 드물어, 더 순수한 홋카이도의 풍경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관광지로 이름난 대도시 삿포로나, 운하로 유명한 오타루(小樽)는 홋카이도 서쪽에 몰려있다.
 
바람에 화답이라도 하듯, 공항에서 오비히로까지 이동하는 내내 차창 밖은 온통 눈 세상이었다. 두꺼운 생크림을 발라 놓은 듯 하얀 언덕에 외딴집이 한 채 서 있는 서정적인 풍경이 이어졌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한기가 파고들었다. 공항 근처는 영하 6도였지만 오비히로 기온은 영하 16도까지 떨어졌다. 서 가이드는 “오비히로가 고봉으로 둘린 분지라 홋카이도에서도 가장 추운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오비히로가 홋카이도의 지붕이라 불리는 히다카(日高)산맥을 곁에 둔 도카치(十勝)평야에 자리 잡고 있어서였다. 히다카산맥에서 발원해 오비히로를 가로지르는 도카치강에서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시베리아에서 건너와 도카치평야에서 겨울을 나는 겨울 철새 큰고니 떼가 강물이 아주 따뜻하다는 듯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겨울왕국을 상징하는 평화로운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보석 호박처럼 누르스름한 물빛
 
홋카이도 특산물 가리비를 넣어 찐 밥.

홋카이도 특산물 가리비를 넣어 찐 밥.

노천탕에 누워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홋카이도 최고봉이자 여전히 활동적인 활화산 다이세쓰산(大雪山·2290m)과 인접한 오비히로에 특별한 온천이 솟아난다는 소식을 접했다. 오비히로 온천은 수만 년의 시간 동안 수초 등이 퇴적돼 만들어진 ‘이탄(泥炭)’이 섞인 몰온천이다. 몰(moor)은 이탄을 뜻하는 독일어로, 세계에서 몰온천이 솟는 지역은 독일 바덴바덴과 일본 오비히로 뿐이다.
 
오비히로 온천공에서 1분에 840리터, 수온 53.8도로 용출되는 몰온천수를 도카치가와온천조합 소속 6개 호텔이 나눠 쓴다. 몰온천탕을 운영하는 다이헤이겐호텔 히데키 니시카와 계장은 “몰온천은 보습 성분이 많아 미인탕으로도 불린다”고 자랑했다. 얼른 짐을 풀고 온천에 온몸을 푹 담갔다. 석탄과 비슷한 이탄이 섞인 온천은 색감이 노란색 보석 호박처럼 누르스름했다. 물에 로션을 푼 듯 피부에 닿는 온천수가 매끄러웠다. 사락사락 눈이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노천욕을 즐기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2019년은 홋카이도가 ‘홋카이도’라는 이름을 얻은 100주년 되는 해다. 홋카이도는 아이누족이 살아가는 터전이었지만, 1868년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을 기점으로 입헌 군주제 국가로 변모한 일본은 이듬해인 1869년 홋카이도 개척에 나섰다. 홋카이도의 너른 땅은 논과 밭으로 개간됐다. 홋카이도는 일본에서 쌀 생산량 2위를 차지하는 지역이며 감자·아스파라거스·옥수수의 집산지이기도 하다.
 
홋카이도의 너른 밭과 논은 그 자체로 볼거리가 됐다. 농업을 주산업으로 삼는 소도시 비에이(美英)는 봄부터 가을까지 색 잔치가 열린다. 옥수수며 감자며 농작물이 서로 다른 초록을 뽐낸다. 꽃도 비에이의 색 잔치에 일조한다. 봄날 튤립을 시작으로 초여름 보라색 라벤더가 핀 자리를 한여름에 샐비어, 가을에 해바라기가 차지한다.
 
비에이의 겨울을 채우는 것은 눈꽃이다. 경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흰 눈에 파묻힌 땅은 겨우내 눈썰매장으로 변모한다. 비에이 시키사이노오카(四季彩の丘)는 70만㎡에 이르는 광활한 화훼 농원인데, 겨울에는 특별히 스노모빌 코스로 활용된다. 스노보드 같은 발을 단 설상차를 타고, 겹겹이 하얀 구릉이 펼쳐진 비에이의 언덕을 내달렸다. 눈밭을 미끄러지는 속도감에 취해 얼굴을 때리는 찬바람도 문제 될 것이 없었다.
 
홋카이도

홋카이도

◆여행정보
한겨울 홋카이도를 여행하려면 방한에 신경 써야 한다. 1월 삿포로 평균기온은 영하 2도, 오비히로는 영하 15도다. 온종일 눈밭을 걸어야 하니 방수 신발은 필수다. 오비히로나 비에이 등은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힘들다.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게 좋다. 인터파크투어(tour.interpark.com)가 도카치가와 온천을 이용하는 홋카이도 상품을 판매한다. 삿포로·비에이·오타루도 돌아본다. 69만9000원부터. 02-3479-4380. 홋카이도 겨울 여행은 식도락이 있어 즐겁다. 홋카이도는 10월 말부터 이듬해 1월 말까지 사냥을 허용한다. 이때 포획된 사슴이나 곰 고기를 별미처럼 맛볼 수 있다. 일반 여행객이 홋카이도 여행 중 가장 즐기는 음식은 ‘게’다. 대게나 털게는 알을 배는 5~7월이 제철이지만 겨울 털게 맛도 여름 못지않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몸속에 살을 꽉 채우기 때문이다. 게를 무한정 맛볼 수 있는 맛집으로는 삿포로 사쿠라뷔페(sakura-buffet.net)가 유명하다. 홋카이도에서 게 물량을 가장 많이 다루는 매장으로 매달 게 10t을 사들인다.

 
오비히로·비에이(일본)=글·사진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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