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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발칙하게 … 시집살이·생리의 거의 모든 것

생리와 ‘시월드’. 대개의 여성에게는 결코 즐겁지 않은 주제다. 이를 각각 30대 시선으로 그린 젊은 다큐멘터리 두 편이 17·18일 나란히 개봉했다. 선호빈(37) 감독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져가며 자신의 아내와 어머니의 고부갈등을 기록한 ‘B급 며느리’, 그리고 김보람(31) 감독이 생리 경력 20년 만에 뒤늦게 깨우치고 경청한 지식과 여러 여성의 얘기를 담은 ‘피의 연대기’다. 두 편 모두 현미경을 들이댄 듯 솔직하게 현실을 비추고 발칙하되 공감할 만한 목소리를 실었다. 더구나 꽤 재미있다. 친한 이의 경험담을 듣듯 흥미롭게 빠져들 수 있다.
 

다큐 ‘B급 며느리’‘피의 연대기’
이 시대 여성들의 숨겨진 이야기
세대·남녀 떠나 공감할 부분 많아

선호빈 감독이 아내의 요청으로 촬영을 시작, 다큐멘터리로 완성한 ‘B급 며느리’. [사진 각 영화사]

선호빈 감독이 아내의 요청으로 촬영을 시작, 다큐멘터리로 완성한 ‘B급 며느리’. [사진 각 영화사]

“어머니, 제가 싫으면 제 아들도 못 봐요.” ‘B급 며느리’는 대한민국 며느리가 짊어져온 모든 억압과 착취에 맞서겠다는 투지의 30대 며느리 진영이 주인공이다. 며느리는 시댁에 순종해야 한다고 믿는 60대 시어머니 경숙에겐 진영의 한마디 한마디가 날벼락 같다. 오죽하면 아들에게 다큐 제목을 듣고 “B급이나 돼? F급이야!” 외쳤을까.
 
애초 선호빈 감독이 2013년 8월 카메라를 들게 된 것은 “만날 때마다 바뀌는 시어머니 말을 비디오로 찍어 달라”는 아내의 부탁 때문. 영상을 본 주변 기혼 감독들의 뜨거운 호응에 다큐로까지 완성하게 됐다. 순제작비는 5000만원. 4년간 촬영한 영상이 무려 700시간 분량에 이른다.
 
선 감독은 다큐를 찍느라 가족과 “평생 한 것보다 더 많은 대화”를 하며 어머니·아내의 감정을 따라갔다. 그리곤 혼란스러워졌다. 젊은 시절엔 누구보다 여렸다는 어머니를, 1차 합격한 사법고시 대신 헌신적 아내로 살아가길 택한 진영을 지금처럼 고통받게 만든 시집살이란 뭘까. 감독은 “괴로운 마음에 생전 처음 심리 상담까지 받았는데 아주 전형적인 고부갈등이란 진단을 받고 왠지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내 불행이 특별할 게 없다는 생각에 마음의 짐을 덜었다”며 “비슷한 고민을 앓고 있는 분들에게 이 다큐가 그런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보람 감독의 첫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 [사진 각 영화사]

김보람 감독의 첫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 [사진 각 영화사]

김보람 감독의 ‘피의 연대기’는 일명 ‘생리 위키피디아 다큐’로 통한다. 여성이 한 달에 한 번, 살면서 적어도 400번을 치르지만 ‘그날’ ‘빨간 날’ ‘마술’ 따위로 부르며 쉬쉬해온 그것. 생리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여느 한국 여성처럼 별 고민 없이 일회용 생리대를 쓰며 자란 김 감독은 3년 전 동갑내기 네덜란드 친구 샬롯에게 들은 여러 얘기에 충격을 받았다. 네덜란드에선 자신을 지킬 방법으로 10대 때 자궁 내 피임 시술을 받는 여성도 적지 않다고 했다. 감독은 생리에 관해 이미 해외에선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와 논쟁이 오가고 있음을 알게 됐고,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생애 첫 다큐 연출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 요즘 주목받는 반영구 생리컵이 이미 1930년대에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도 그 중 하나다. 미국 가수이자 배우 레오나 차머스는 축축한 생리대를 차고 무대에 오르는 불편을 해결하려 전재산을 투자, 생리컵을 발명했다. 반면 1930년 태어난 김 감독의 외할머니는 아들 하나, 딸만 일곱을 키우는 내내 무명베에 목화솜을 채운 생리대가 혹여 흘러내릴까, 노심초사했다. 밭일에 바쁜 어머니가 생리대를 던져두고 가면 그걸 빨래하는 건 딸들의 몫이었다.
 
이런 얘기를 비롯, ‘피의 연대기’에는 여성도 몰랐던 내용이 수두룩하지만 결코 어렵지 않다. 남녀와 세대를 막론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 얘기를 편안하게 들려주는 전개는 서로 몰랐던 부분을 채워가는 한 판 수다 같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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