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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년 만의 폭염, 호주 ‘프라이팬 오픈’

39℃.
 

메이저 테니스 대회 더위와 전쟁
47도 넘자 박쥐 수천마리 떼죽음
선수 안전 위해 잇단 경기 중단
한국 에이스 정현 39도 때 경기
동갑 메드베데프 꺾고 3회전 진출

정현(22·한국체대·세계 58위)이 18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2회전 경기를 펼칠 때의 현지 기온이다. 정현은 쉴 때마다 수건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느라 바빴다. 코트를 바꿀 때에는 수건으로 감싸 묶은 얼음 주머니를 어깨에 걸친 채 열을 식혔다. 관중들도 그늘이 드리워진 쪽에 앉아서 관람했다.
 
남반구의 호주는 올해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7일 호주 시드니 지역의 기온은 지난 1939년 이후 가장 높은 섭씨 47.3도까지 올랐다. 79년 만의 살인적인 폭염에 박쥐 수천 마리가 산 채로 떼죽음을 당했다. 호주 당국은 야외에서 화기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호주오픈 주최 측은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일부 예선경기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가엘 몽피스(프랑스)가 18일 열린 남자단식 2회전 경기 도중 더위를 이기려고 찬물을 얼굴에 뿌리고 있다. [멜버른 로이터=연합뉴스]

가엘 몽피스(프랑스)가 18일 열린 남자단식 2회전 경기 도중 더위를 이기려고 찬물을 얼굴에 뿌리고 있다. [멜버른 로이터=연합뉴스]

호주의 무더위는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호주오픈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폭염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호주오픈 조직위는 지난 1998년 폭염 규정을 만들었다. 이 규정에 따라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거나 기온과 습도를 고려한 습구온도가 32.5도를 넘으면 경기를 중단시킬 수 있다.
 
하지만 폭염 관리가 쉽지는 않다. 지난 2013년에는 한 관중이 폭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그늘을 제공하지 못했다며 멜버른 파크 테니스장 관리업체를 고소했다. 당시 고소를 한 관중 수잔 카르멘은 “40도에 육박하는 기온에도 지붕을 닫지 않아 다른 좌석을 찾으러 가다 계단에서 넘어져 왼 발목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2014년 대회 기간엔 나흘 연속으로 기온이 섭씨 41~44도를 오가면서 선수들은 물론 볼보이·심판 등도 “견디기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다. 볼보이는 경기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다. 캐럴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는 “플라스틱 물병을 코트 바닥에 놔뒀는데 병이 녹았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조 윌프레드 송가(프랑스)는 코트 한가운데 앉아 프라이팬에 달걀 두 개를 깨뜨려 익히는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대결 상대였던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얼음 주머니를 머리에 두르고 있다. 조코비치가 3-1로 이겼다. [멜버른 EPA=연합뉴스]

대결 상대였던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얼음 주머니를 머리에 두르고 있다. 조코비치가 3-1로 이겼다. [멜버른 EPA=연합뉴스]

올해도 호주오픈은 폭염과의 전쟁이다. 지난해 준우승자 비너스 윌리엄스(38·미국·5위)는 지난 15일 여자단식 1회전에서 벨린다 벤치치(21·스위스·77위)에 세트 스코어 0-2(3-6, 5-7)로 완패했다. ESPN은 “30대 후반인 윌리엄스가 호주의 더위에 적응하지 못해 졌다”고 했다. 윌리엄스는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폭염을 이기지 못했다.
 
호주오픈 조직위는 폭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경기장 주변에 대형 선풍기를 설치하고, 아이스크림과 냉수 등 차가운 음료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주 ABC방송은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대회 기간 약 15만 개의 아이스크림을 소비할 것으로 예상돼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호주오픈이 열리는 멜버른 파크 곳곳에 설치된 대형 선풍기. [멜버른 로이터=연합뉴스]

호주오픈이 열리는 멜버른 파크 곳곳에 설치된 대형 선풍기. [멜버른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정현은 폭염 속에 열린 이날 경기에서 동갑내기 ‘라이벌’ 다닐 메드베데프(22·러시아·53위)를 1시간57분 만에 3-0(7-6, 6-1, 6-1)로 이겼다. 1세트가 승부처였다. 더운 날씨에 1세트를 마치는데만 55분이 걸렸다. 정현은 게임 스코어 6-6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타이브레이크에서 7-4로 이겨 1세트를 가져왔다. 상승세를 탄 정현은 2·3세트도 경기를 주도하면서 쉽게 승리했다. 메드베데프는 시속 210㎞에 달하는 서브로 에이스를 12개(정현 3개)나 기록했다. 그러나 정현은 상대의 강서브를 잘 받아냈다. 리턴 포인트로 얻은 점수가 44점(메드베데프 14점)이나 됐다.
 
정현

정현

지난해 6월 프랑스오픈에서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3회전(32강)에 올랐던 정현은 이날 승리로 자신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과 동률을 이뤘다. 또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 남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3회전에 진출했다. 정현은 "날씨가 덥고 힘들어서 정신력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정현은 3회전(32강)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21·독일·4위)와 만난다. 즈베레프는 최근 남자 테니스계의 떠오르는 신성이다. 1회전에서 정현이 물리친 미샤 즈베레프(독일)의 동생이기도 하다. 호주오픈 주요 경기는 JTBC3 FOX Sports가 생중계한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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