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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룸 화려하면 자동차 안보여 … 포니 쿠페서 영감 얻어”

제네시스 강남은 벽 사이로 은근하게 차량이 보인다. [문희철 기자]

제네시스 강남은 벽 사이로 은근하게 차량이 보인다. [문희철 기자]

현대차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선보인 후 최초의 단독 브랜드 전시장 ‘제네시스 강남’을 서울 대치동(삼성역 사거리)에 지난 6일 개관했다.
 

‘제네시스 강남’ 설계 콜하스&반탈
화려하지 않은 기와집 내부처럼
한국 정서 담긴 은근의 미학 표현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지만
고객들 아날로그적 체험 좋아해”

제네시스 강남의 설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인 네덜란드 출신 건축가 렘 콜하스(OMA건축사무소 대표)가 지휘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15일 제네시스 강남에서 그를 단독 인터뷰했다. 콜하스는 1995년부터 미국 하버드대 건축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중국 CCTV 본사 등 창의적 건물을 설계했다. 한국에선 용산 삼성미술관(리움)과 서울대 미술관도 설계했다. 제네시스 강남 설계 실무를 맡은 사미르 반탈 (AMO건축사무소) 디렉터도 인터뷰에 함께 했다.
 
건물 밖에서는 차량이 보이지 않는다. [문희철 기자]

건물 밖에서는 차량이 보이지 않는다. [문희철 기자]

제네시스 강남은 기존 자동차 쇼룸에서 보지 못했던 파격적인 디자인을 채택했다. 일단 밖에서 보면 들쑥날쑥한 콘크리트 벽만 잔뜩 보인다. 공간 대부분을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하고 실내 주요 부분을 마이너스 몰딩(숨은 몰딩)으로 시공했다. 건물 좌측 상단에 붙은 제네시스 브랜드 로고만 가리면, 자동차 쇼룸이라기보다 차량 9대를 전시하는 현대미술관에 가깝다.
 
이런 극단적인 미니멀리즘 디자인은 차량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반탈 디렉터는 “메시지 과잉의 시대에서 제품(자동차)을 돋보이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모든 자동차 쇼룸이 수많은 사진·슬로건으로 소비자에게 말을 걸지만, 고급차 브랜드에 세세한 정보는 오히려 소음”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전시장은 1974년식 포니 쿠페를 모티브로 설계했다. [문희철 기자]

전시장은 1974년식 포니 쿠페를 모티브로 설계했다. [문희철 기자]

이들은 무려 44년 전 현대차가 선보였던 차량에서 제네시스 강남이 탄생했다는 비화(祕話)도 공개했다. 국산 콘셉트카 1호이자 국산 쿠페 1호인 ‘1974년식 포니 쿠페’가 제네시스 강남 디자인의 요체다. 반탈 디렉터가 꺼내 보여준 낡은 사진 한 장엔 놀랍게도 제네시스 강남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바닥·벽 사이에 포니 쿠페가 서 있었다. 74년 이탈리아 자동차 공방인 이탈디자인이 디자인한 차다. 이탈디자인은 85년 개봉한 영화 ‘백투더퓨처’에서 미래를 오가는 자동차(드로리안)도 디자인했는데, 포니 쿠페를 모티브 삼은 것으로 알려진다.
 
제네시스 강남의 공간 디자인과 브랜드 콘셉트는 앞으로 전 세계 제네시스 쇼룸에도 적용된다. 구석 구석엔 은근함을 강조하는 ‘한국적 미학’이 녹아 있다. 콜하스 대표는 “(쇼룸에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배제하고, 천정 전체에서 조명을 비추도록 설계하면서 조명이 은은해졌다”며 “부드럽고 그윽한 한국의 정서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강남은 벽 사이로 은근하게 차량이 보인다. [문희철 기자]

제네시스 강남은 벽 사이로 은근하게 차량이 보인다. [문희철 기자]

제네시스 강남의 테마는 ‘벽면의 뒤에(behind the wall)’다. 1293.6㎡의 전시장을 걷다 보면 다소 비밀스러운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여느 자동차 쇼룸처럼 탁 트인 설계를 하지 않고, 콘크리트 벽 사이로 차량이 은근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 역시 불규칙하게 쌓은 돌담 너머로 슬며시 보이는 한국의 기와집이 떠오르는 배치다.
 
제네시스 강남을 설계한 렘 콜하스 OMA 공동대표(오른쪽)와 사미르 반탈 디렉터. [사진 현대차]

제네시스 강남을 설계한 렘 콜하스 OMA 공동대표(오른쪽)와 사미르 반탈 디렉터. [사진 현대차]

이렇게 한국의 미학을 반영한 건 콜하스의 건축 철학 때문이다. 콜하스 대표는 “항상 현지 문화·사회에서 영감을 받아 건축물을 설계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건축”이라고도 했다. 도시의 최상위 계층인 건물주와 현장에서 벽돌을 쌓는 노동자가 협업해야 건물이 완성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네덜란드에서 기자·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다가 25세가 되서야 건축 공부를 처음 시작한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건축 자체가 아닌 사회, 문화와의 소통으로써의 건축을 강조한다.
 
평범한 자동차 쇼룸은 장식·조명과 홀로그램·미디어파사드 등 휘황찬란한 소품이 눈길을 끄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제네시스 강남은 간간이 보이는 구리색·나무색을 빼면 회색빛 콘크리트로 가득하다. 반탈 디렉터는 “이런 아날로그적 설계가 역설적으로 디지털 시대의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시대 고객은 자동차 쇼룸에 방문하기 전에 미리 온라인에서 차량 정보를 확인한다”며 “쇼룸은 차량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아날로그적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건축에 대한 철학도 털어놨다. 반탈 디렉터는 “건축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콘셉트 이해’와 ‘협력’”이라고 정의했다. 건물 설계는 건축주가 건축가를 찾아 의뢰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건축가가 통찰력과 식견을 발휘해 긴밀한 소통을 통해 건축주와 협업하는 과정이 필수라는 것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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