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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대통령 신년사에 ‘제천과 소방’이 빠진 이유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위험사회’가 일상화된 요즘 세상에 안전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화재든 미세먼지든 사고와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은 국정 책임자의 중대 임무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라는 제목으로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중요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세월호 아이들과 맺은 약속’은 실명으로 적시했지만 ‘제천 참사’는 거론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여러 차례 안타까운 재해와 사고가 있었다”고 간단히 언급하고 지나갔다. 제천 참사 초기 소방의 부실 대응으로 인명 피해를 키웠는데도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정부 때의 큰 잘못이지만 사실 제천 참사는 현 정부가 안전 관리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를 읽기 불과 20여일 전에 제천에서 29명의 무고한 국민이 희생됐다. 제천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소방청의 ‘셀프 조사’로 일부 소방관을 징계하는 선에서 서둘러 덮을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더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안전과 생명을 유달리 강조해온 문 대통령이 가장 최근 발생한 제천 참사와 소방의 중대한 문제점을 신년사에서 직접 언급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2일 문 대통령은 제천에서 유가족들을 만나 “정부를 믿어달라”고 당부했다. 이 말을 믿고 장례를 치른 유가족들은 지금 상심하고 있다.
 
신년사에서 제천 참사와 소방 문제는 왜 언급조차 되지 못했을까. 해답의 단서는 문 대통령의 기존 발언들에 숨어 있다. “국가가 존재하는 첫 번째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화재를 비롯한 재난 현장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국민에게는 소방관들이야말로 국가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6월 7일 서울 용산소방서를 방문한 문 대통령의 말이다. ‘소방관=국가’라는 파격적인 표현을 구사했다.
 
소방에 대한 대통령의 무한 애정과 신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제천 참사 40여일 전인 지난해 11월 3일 소방의 날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은 분명히 숭고한 직업이고 동시에 좋은 직업도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처럼 대다수 소방관이 악조건에서 일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소방관 처우 개선 및 인력과 장비 확충은 맞는 방향이다.
 
‘소방 띄우기’와 ‘해경 때리기’는 너무 비교될 정도다. 앞서 지난해 9월 13일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더는 (해경의) 무능과 무책임 때문에 바다에서 눈물 흘리는 국민이 없어야 한다”며 뼈를 깎는 혁신을 하라고 해경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해경은) 세월호를 영원한 교훈으로 삼으라”고 지시했다.
 
이번엔 소방이 제천에서 ‘사고’를 크게 쳤다. 동일 기준에 따르면 “소방관들은 앞으로 제천 참사를 영원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할 시점이었는데 신년사에서 제천과 소방은 그냥 생략됐다. 대신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안전과 관련해 ‘새로운 약속’을 했다. 2022년까지 자살예방·교통안전·산업안전 등 ‘3대 분야 사망 절반 줄이기’를 목표로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제천 참사 다음 날 유가족들에게 “사고의 원인과 대응과정을 철저하게 살펴 한이라도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던 ‘묵은 약속’을 신년사에서 재확인하고 강력한 실천 의지를 다졌다면 어땠을까.
 
현 정부 들어서도 크레인 붕괴, 낚싯배 침몰 등 안전 관련 참사가 잇따르고 있다. 해경과 소방 등 공무원들의 직무유기와 실책인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눈앞의 제천 참사를 우회하고, 소방의 중대 오류를 대충 건너뛰고서 안전과 국민 생명 보호를 논하는 것은 공허해 보인다.
 
장세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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