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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 소상공인 대표를 청와대 만찬서 빼버리다니"


"정책 집행 속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여론 살피는 것"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본지와 단독 인터뷰
소상공인연합회는 특별법으로 만든 법정경제단체
정부 비판한다고 청와대 만찬 초청에서 제외 돼
"쓴소리 한다고 소통창구 닫아버리면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

최승재

최승재

 
“정책의 속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여론에 귀를 기울이는 거예요. 이대론 전국 700만 소상공인 다 죽습니다.”
최승재(51) 소상공인연합회장이 16일 서울 신대방동 연합회 본부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과 관련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대한상공회의소처럼 특별법에 따라 2013년 설립된 법정 경제단체다. 전국적으로 700만 명에 이르는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유일한 경제단체로, 미용사회ㆍ안경사회 등 71개 업종과 직능별 협의 및 단체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오후 6시 청와대에서 열리는 중소기업인 초청 만찬에 제외됐다. 행사에는 중소기업중앙회장ㆍ벤처기업협회장ㆍ여성경제인연합회장 등 주요 중소기업 단체장들이 다 초대됐는데, 정작 법정경제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는 초대받지 못했다. 
최 회장은 그간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계속 내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최 회장을 초대하지 않은 것에 대해 “중소기업단체와 소상공인 관련 단체는 매우 많다. 전부 다 초청하기에는 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최 회장과 일문일답.
 
-중소기업인 초청 청와대 만찬에서 빠졌다.  
“그동안 행사가 언제 열릴지 몰라 해외출장도 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오후 일정도 만찬을 위해 다 비워놨는데, 이렇게 됐다. 우리를 부르지 않은 이유가 ‘소상공인단체가 워낙 많아서…’라는데, 다른 단체장들은 부르면서 법정 대표단체의 장을 안 부르는 게 말이 되나. 소상공인연합회는 중소기업중앙회처럼 소상공인 전체의 허브 역할을 하는 법정단체다. 연합회의 주인인 회원사의 민원 현안을 정부에 전달해야 할 의무가 연합회에 있다. 그러다 보면 본의 아니게 정부 정책에 반하는 얘기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최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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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무슨 비판을 어떻게 했나.
“비판이랄 게 있나. 회원들의 목소리를 전한 것뿐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 결정 이후로 소상공인연합회에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소상공인들이 하소연이 넘쳐났다. 그래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사용자와 노동자라는 이분법적 구조에서 도출된 획일적인 최저임금을 소상공인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일자리 대책은 근본적으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등의 호소를 해온 것이다. 그런 정도의 얘기는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온 단체가 만찬에 오면 불편하다는 건가.
“글쎄. 불편해서 뺀 건지, 무슨 다른 의도를 가지고 뺀 건지 모르겠다. 답답하다 못해 슬프다. 오전 내내 회장직을 사퇴할 것인지 고민했다. 소상공인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을 대변하는 사람과 대통령 간의 대화의 기회가 봉쇄된 것이다. 현 정부의 정책 중에는 최저임금처럼 소상공인과 접점이 있는 대책이 많다. 지금 이들 소상공인들이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 어느 때고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들이 힘들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인 16.4%가 오른 올해는 상황이 심각하다. 이 때문에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정책에 잘 반영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한 것이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못 주는 영세업자 명단을 공개한다고 했다.
“임금체납은 범죄다. 논리는 명확하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이 16.4%나 올랐다. 사람 살기 좋은 세상 만들기 위해 고통 분담하자는 게 현 정부의 대의명분인데, 지금의 최저임금은 그러잖아도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한층 더 내모는 형국이다. 게다가 서울과 지방 중소도시의 현실이 다르다.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정해놓고 여기에 못 맞추면 처벌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일본과 미국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명단을 공개하면 신용 제재를 가하는 셈이 된다. 결국 능력 안 되는 놈은 문닫고 죽으라는 퇴출작전 아닌가.”
 
최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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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는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
“아르바이트생을 써왔던 편의점주가 올해부터 아르바이트생 대신 아내를 동원해 12시간 맞교대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정상적인 가정생활이 안 된다. 빵집 주인은 혼자서 빵 만들고, 팔고 하다가 병을 얻었지만 지금 문을 닫으면 망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세청 발표를 보면 2016년에 90만 명이 폐업했는데, 이 중 소상공인이 83만 명을 차지했다. 지금 한국사회는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 직장에서 밀려난 40~50대가 먹고 살 곳이 없어 자영업자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쟁이 너무 심해 제 살 깎아 먹기를 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그래도 약자의 입장에 선 정부 아닌가.
“경제정책의 큰 흐름에 대해 반대하는 게 아니다. 찬성한다. 대기업 갑질을 없애고, 공정경제를 하겠다는 정부에 기대가 컸다. 소득주도성장도 그렇다. 소득이 올라가고 삶의 질이 좋아져서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는 너무 좋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수입이 늘기 전에 지출이 늘어나면서 경영상의 압박으로 다가오는 상황이다. ”
 
-정부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나.
“시민들의 촛불혁명으로 만들어진 정부다.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다. 여전히 기대가 크다. 다만 서민과 소상공인ㆍ중소기업인을 위한 정권이라고 자평한다면, 소통의 창구는 열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현 정부가 겸손함이 없다. 자기만 옳다고 생각한다. 주인된 시민의 상황과 마음을 헤아리고 받아들이는 겸손함이 있어야 한다. 뛰어가다가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들리면 뒤돌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정책집행의 속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여론을 살피고 힘을 모으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더 고민에 빠진 얼굴이었다. 청와대가 만찬 초청을 하지 않는 경제단체장을 어느 정부 부처가 대화 상대로 여기겠냐는 얘기였다. 눈치 없이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가는 소상공인연합회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소상공인=소기업 중에서도 규모가 특히 작은 기업과 생업을 위해 가게를 꾸리는 자영업자들을 말한다. 도ㆍ소매, 음식업, 숙박업, 서비스업의 경우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자를, 광업ㆍ제조업ㆍ건설업ㆍ운수업의 경우 상시 근로자 10인 미만의 사업자가 소상공인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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