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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결의 없이 불공정 계약 진행했다"…3년 전 계약서 꺼내 전임 경영진 고소한 현대상선

현대상선

현대상선

3년이 지난 계약서를 다시 들고나와 전임 경영진의 배임죄를 묻는다? 해운업 위기 속에서 주인이 바뀐 현대상선이 16일 기자간담회까지 열고 전임 경영진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16년 산업은행을 새 주인으로 맞은 현대상선은 지난 15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현대상선의 전임 경영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전임 경영진이 체결한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관련 계약으로 최소 1094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게 그 이유다. 장진석 현대상선 준법경영실장(전무)은 이날 간담회에서 "현대상선은 현 회장과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회사에 손실을 끼칠 수 있는 계약을 맺으면서도 상당한 경제적 이익도 얻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그룹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전·현직 경영진 간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상선, 현정은 등 전임 경영진 고소하고 간담회 열어
"과거 계약으로 인한 손실만 1094억 넘어"
"현정은 등 현대그룹 계열사들, 경제적 이득 정황도"
현대그룹, 현대상선 주장 전면 부인…"이사회 절차 거쳤다"

이번 사태의 쟁점이 된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계약은 지난 2014년부터 추진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2년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한국 해운업은 생존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2013년 말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1400%까지 올랐다. 현대상선은 그해 말, 현대로지스틱스·현대증권 등 팔 수 있는 자산은 모두 팔아 3조3000억원 규모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내용의 자구 계획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급하게 팔려다 보니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과정은 매우 복잡해졌다. 영문·국문 버전으로 된 인수·합병(M&A) 계약서만 총 15건, 페이지 수로는 수백장에 이른다. 우선 일본계 금융회사 오릭스가 투자금 6500억원을 모아 사모투자펀드(PEF) '오릭스PE'를 만들고 이 펀드가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88.8%를 인수한다. 그런 다음 롯데그룹이 오릭스PE가 가진 지분을 다시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만약 롯데그룹이 오릭스PE의 지분을 6500억원 이하에 매입하게 되면 펀드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이때 현대상선이 1064억원을 펀드에 후순위로 투자해 다른 투자자들이 입을 손실을 부담해 준 것이다. 결국 이 후순위 투자금은 지난해 상반기 몽땅 손실로 전환됐다.
 
현대상선에 불리한 조건은 또 있었다. 현대상선은 매각 이후에도 국내·외 육상 운송과 항만서비스 사업 등에서 5년 동안 현대로지스틱스만을 이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걸렸다. 또 현대로지스틱스의 영업이익이 연 162억원에 미치지 못하면, 그 미달 금액을 5년 동안 현대로지스틱스에 매년 지급하는 계약 조건도 있었다. 롯데그룹에 매각한 이후 현대상선은 '롯데로지스틱스'가 된 이 회사에다 영업이익 부족분을 매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란 것이다.
 
현대상선 측은 "과거 경영진이 일단 현대로지스틱스를 오릭스PE에 비싸게 팔기 위해 이 같은 불공정 계약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매각 후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을 늘리려면 일단은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매각 가격을 높여야 했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상선 측은 이 과정에서 당시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13.4%를 보유했던 현정은 회장과 24.4%를 보유한 현대글로벌 등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경제적 이득마저 취했다고 주장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전임 경영진은 회사가 유동성 위기를 겪는 와중에도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대금을 일부 가져간 정황이 포착됐다"며 "이런 부분은 모두 검찰 조사 과정에서 철저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실장은 이날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당시 현대상선은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고 불공정 계약을 이행했다"며 "2016년에서야 채권 금융기관의 실사가 이뤄졌고 다수 법무법인의 검토를 거치다 보니 고소까지 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 측 주장대로 과거 경영진이 체결한 계약으로 손실이 발생하게 되면 이를 근거로 배임죄를 물을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단순히 과거 계약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했다고 해서 이것이 배임죄의 판단 기준이 되진 않는다고 설명한다. 송창영 법무법인 세한 대표 변호사는 "배임죄는 단순한 손실 여부만이 아니라 계약 당시의 복잡한 사정들이 모두 검토가 돼야 판단할 수 있다"며 "손실이 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고의로 계약을 진행한 점이 증명되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는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전임 경영진이 손실 가능성을 미리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후순위 투자 계약과 영업손실 보전 계약 등을 한 정황이 있는지, 이 같은 계약을 현대상선과 매수기업 측 중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 등이 배임죄를 판단하는 핵심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측은 당시 현대상선은 현금 유동성을 황급히 확보하는 게 절실했던 탓에 계약상 불리한 내용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인수자 측이 요구하는 조건을 맞춰줄 수밖에 없는 '특수한 사정'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기 현대그룹 홍보부 상무는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을 결정한 이사회에선 주요 사항을 의결한 뒤 기타 사항은 대표이사에게 위임했다"며 "계약 과정에서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은 우리도 다수 법무법인을 통해 법률검토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계 일각에선 구조 조정된 대기업을 떠안은 산업은행이 과거 적폐를 청산하는 식으로 전임 경영진 고소에 나선 것은 '재벌 옥죄기'의 일환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장진석 실장은 "지금까지 발생한 손해를 배상받고자 하는 것일 뿐 정치권이나 정부 차원의 교감이 이뤄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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