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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거래 가능하다던 쇼핑몰 가보니…“쓰는 사람 못 봤어요”

지난 14일 강남고속터미널 지하상가 고투몰의 모습. 상가마다 "비트코인 간편결제"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이태윤 기자

지난 14일 강남고속터미널 지하상가 고투몰의 모습. 상가마다 "비트코인 간편결제"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이태윤 기자

 서울 신촌에서 카레 전문점을 하는 김모(30)씨는 2016년 10월부터 비트코인을 받아왔다. 일주일에 한 두건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사람들 덕에 지금까지 4비트코인을 모았다. 하지만 지난해 중반 이후 이런 사람들이 뚝 끊겼다. 김씨는 "지난해 비트코인 값이 500만원을 넘어서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이 아닌 투자상품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지다 보니 정작 일상 거래에서의 사용은 뜸해졌다"고 말했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등
투자 열풍 타고 전국 150여 곳서 결제 가능
하지만 실제 사용 고객 거의 없어
결제수단 아닌 투자상품으로 보는 경향 강해

 부산 수영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윤모(41)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그는 지난해 7월부터 한 달에 2~3건씩 비트코인으로 커피값을 받아왔다. 지금까지 0.08개를 모았다. 비트코인 현재 가치(1900만원)를 고려하면 150만원가량이다. 하지만 그는 더는 비트코인을 받지 않는다. 결제가 뜸해진 데다 수수료가 100배나 뛰었기 때문이다. "커피 한 잔에 2500원인데 수수료가 이보다 더 많다"는 게 그의 말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고 투자 열기가 고조될수록 정작 화폐의 기능은 퇴화하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비트코인 값이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일찍 쓸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암호 화폐'라기보단 '투자수단'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상점을 안내해주는 애플리케이션 코인맵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상점은 150여 곳에 달한다. 2016년 12월(50곳)보다 세 배가 늘었다. 지도에는 서울·경기·인천·부산 등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상점이 진하게 표시된다. 하지만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은 많지 않다. 지난해 말 비트코인 열풍을 타고 많은 가게가 비트코인을 받겠다고 나섰지만 "실제 결제하는 손님을 한 명도 못 봤다"고 입을 모은다.  
고투몰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위해 사용되는 스마트폰 앱 화면. QR코드를 인식한 후 결제 정보를 입력하면 된다. 이태윤 기자

고투몰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위해 사용되는 스마트폰 앱 화면. QR코드를 인식한 후 결제 정보를 입력하면 된다. 이태윤 기자

 지난 14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전체 상점 650여개 중 150개가 지난해 12월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자가 둘러본 16곳에서 비트코인을 실제로 봤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액세서리를 파는 한 직원은 “우리 고객은 10~20대가 많은데 어차피 10대는 비트코인 쓸 수 없지 않나. 옆 가게도 결제했다는 소리를 못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부터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경기도 포천 가구거리에 있는 가구점 ‘로하스’도 사정은 비슷했다. 매장 앞에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는 현수막까지 붙였지만, 반응이 없다. 매장 관계자는 “비트코인의 인기가 워낙 높아서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문의도 많지 않고 실제 결제도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전국 4개 매장에서 비트코인을 받는 제이씨현시스템 관계자도 "전국에 4개 매장이 있는데 전화로 물어보는 사람도 없는 거로 안다"고 전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기존 업체들도 비트코인 열풍으로 오히려 거래가 위축됐다면 불만스런 표정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의 한 카페 관계자는 “거래소마다 암호 화폐 가격이 다른 데다 시간대별로 가격 변동이 크고 수수료도 높아 업주 입장에선 차라리 현금이나 카드를 받는 게 낫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으로 학원비를 받겠다고 코인맵에 등록한 광주지역 한 학원장은 “2년 전 한 포럼에 참가한 뒤 관심이 생겨 암호 화폐를 더 모으려고 준비했지만, 변동성이 심하고 정부 규제도 강화될 것 같아 실제로 암호화폐를 받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카페 '크레마'는 최근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하고 비트코인캐시로 바꿨다. 이은지 기자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카페 '크레마'는 최근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하고 비트코인캐시로 바꿨다. 이은지 기자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일반 거래에서 암호 화폐가 결제수단으로 사용되려면 가격 안정이 전제조건”이라면서도 “암호화폐의 기능이 결제 수단에 한정되지는 않으므로 향후 추이를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수원·부산 이태윤·최모란·이은지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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