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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코리아의 부진? 좋은 제품 소개가 덜 됐을 뿐"

시작은 'SNS'였다. 단순히 전세계에 퍼져있는 중국 젊은이들이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 금새 입소문을 탔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각국의 맛있는 음식, 볼거리 그리고 현지의 좋은 제품들을 소개했다.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소개된 물건을 사고 팔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해외 유명 브랜드들도 먼저 찾아와 판매를 문의하기 시작했다.  
 
샤오홍슈 로고

샤오홍슈 로고

 
 
지난 2013년 창업한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홍슈(小红书)의 얘기다. 2017년 말 기준 샤오홍슈의 이용자수는 약 7000만명 달한다. 이제는 회사가 직접 나서서 전세계 각국의 브랜드를 소싱, 이용자들에게 판매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거래되는 제품의 수도 15만 종이 넘는다. 지난 2017년 샤오홍슈의 연간 매출은 4조원에 육박, 규모와 영향력을 두루 갖춘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미란다 취 샤오홍슈 창업자(왼쪽), 닝쉬 전자상거래 운영 총책임

미란다 취 샤오홍슈 창업자(왼쪽), 닝쉬 전자상거래 운영 총책임

 
지난 1월 1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샤오홍슈의 창업자인 미란다 취를 만났다.  
 
그는 "정치 등 복합적인 문제로 인해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샤오홍슈에서는 여전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유저들이 스스로 만든 콘텐츠를 통한 입소문의 효과다"라고 설명했다.  
 
이하 미란다 취 샤오홍슈 창업자와의 일문 일답이다.  
 
샤오홍슈는 SNS 서비스인가 전자상거래인가?
샤오홍슈는 SNS로 시작했다. 애초에 물건을 팔고자 하는 계획은 없었다. 점점 정보가 모이고, 입소문이 생기다보니 자연스럽게 전자상거래의 기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인스타그램 등 SNS 서비스들이 브랜드를 홍보, 판매할 수 있는 채널로 바뀌고 있다. SNS가 기존의 전자상거래 서비스보다 제품을 사고 파는 데 알맞는 방식이라는 게 점점 더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닌 컨셉이다. 우리는 이용자들이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다. '발견'이라는 키워드가 서비스 전체를 관통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지금 이시간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샤오홍슈를 통해 자신의 '발견'을 공유하고 확산시켜나가고 있다.
미란다 취 샤오홍슈 창업자

미란다 취 샤오홍슈 창업자

 
샤오홍슈는 어떻게 '입소문'을 실제 구매로 만들어가는가?
샤오홍슈의 콘텐츠는 유저들이 직접 만든다. 당연히 업체들이 물건을 팔기 위해 만든 콘텐츠보다 진실성이 짙다. 우리는 단지 이런 콘텐츠들의 진실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브랜드 소싱을 예로 들어보자. 샤오홍슈는 유저와 브랜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빅데이터에 의존한다. 평소 유저들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는 아이템과 브랜드의 점수를 매기고, 순위가 높은 업체부터 발굴에 나선다. 기존의 전자상거래가 수익성, 규모, 수급 여건 등 공급자의 입장에서 브랜드를 발굴했다면 우리는 전적으로 유저들이 원하는 브랜드를 찾아낸다. 이럴때 비로소 유저 후기(콘텐츠)-브랜딩-판매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싸니까 사세요"라고 어필하는 시대는 지났다.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광고가 좋은 광고였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옥외광고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제는 영향을 미치는 광고가 좋은 광고다. 온라인에서도 옥외광고처럼 억지로 보게하는 푸쉬가 가능하지만 소비자가 알아서 거른다. 이에 샤오홍슈이 시스템은 콘텐츠 구성을 먼저 10명에게 노출 시킨다. 그다음 반응이 좋으면 100명에게, 또 1000명에게 보내는 식으로 범위를 확장한다. 이 과정에서 반응이 안좋은 콘텐츠들은 자동으로 버려진다. 전적으로 유저 중심이다.  
닝쉬 전자상거래 운영 총책임

닝쉬 전자상거래 운영 총책임

 
어떤 UGC 콘텐츠가 좋은 콘텐츠인가?
현장이다. 서울의 맛집을 찾는다고 가정해보자. 중국 미디어에 소개된 음식점보다는 현재 서울에 살고 있는 친구가 추천해 준 식당이 더 믿음 갈 것이다. 그 사람이 그 곳에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뢰다. 그는 또한 자기가 소개해 준 음식점으로부터 광고비를 받지도 않는다. 바이럴 광고의 본질이다.  
 
샤오홍슈는 이처럼 진실성 있는 콘텐츠를 보장하기 위해 강력한 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 한국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정보를 올리면서 구매 대행 링크를 보내면, 해당 계정은 바로 정지된다. 샤오홍슈의 자체적인 필터링 기술과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신고가 이를 보장한다. 시작이 SNS였다보니, 서비스의 진실성을 지켜내기 위한 유저들 스스로의 노력도 한 몫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SNS 서비스인 웨이보(微博) 역시 샤오홍슈처럼 UGC를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이 두 서비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연예인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웨이보에서는 유명한 연예인일수록 영향력이 크다. 판빙빙이 대표적이다. 판빙빙은 샤오홍슈에서도 활동하지만 린윈(주성치 감독의 인어공주에서 깜짝 캐스팅으로 스타가 됐다)이라는 신인 배우보다 팔로워 수가 적다. 린윈이 올리는 콘텐츠의 퀄리티는 일반 헤비 유저들을 뺨친다.  
 
샤오홍슈 스마트폰 앱 화면

샤오홍슈 스마트폰 앱 화면

 
중국은 전자상거래 경쟁이 치열하다. 단기간 만에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
샤오홍슈가 창업한 2013년 중국 사회를 관통하는 두개의 트렌드가 있었다. 이중 하나가 소비 업그레이드다. 이전 중국의 소비자들은 저렴한 상품을 편하게 구입하기 위해 전자상거래를 이용했다. 그러나 '거기서 거기인' 상품에 질린 일부 소비자들로부터 자신만 아는, 좋은 품질의 상품을 찾고자 하는 수요가 커지기 시작했다. 중저가 상품 위주의 '가성비'를 핵심 경쟁력으로 하는 징둥, 알리바바에서 젊은 고객이 이탈하고, 동시에 해외의 물건을 구입하는 해외 직구 시장이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다.  
 
또 다른 트렌드는 모바일화다. 2013년을 기점으로 PC 기반의 콘텐츠들이 급격하게 모바일로 쏟아져 들어왔다. 샤오홍슈는 당시 과감하게 PC를 버리고 모바일로만 서비스하는 전략을 펼쳤다. 모바일이 유저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확산시키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 트렌드에 몸을 맡긴 결과, 샤오홍슈는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발전, 진화할 수 있었다.  
 
첫 해외 브랜드 설명회 장소로 서울을 택했다. 이유는?
서울 삼성동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샤오홍슈 해외 브랜드 설명회. 약 500여명의 국내 뷰티, 패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서울 삼성동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샤오홍슈 해외 브랜드 설명회. 약 500여명의 국내 뷰티, 패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화장품의 경우 마스크팩 하나만 성공해도 브랜드 전체가 주목받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패션은 워낙 제품이 다양해 어떤 로직으로 어떻게 브랜딩하느냐에 따라 잠재력 있는 브랜드를 발굴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패션 브랜드들은 태생부터 퀄리티, 디자인. 그리고 가성비에서 강점이 있다. 나 역시 한국 브랜드 옷을 즐겨 입는다. 앞으로 한국의 더 많은 패션 브랜드들을 발굴하고자 한다.  
 
'인디 브랜드'라는 한국 패션 업체가 있다. 중국에 진출하지 않았지만, 샤오홍슈 내 포스팅의 양이 급등하는 듯 이용자들로부터 입소문을 타고 있었다. 이에 먼저 연락해 입점 계약을 성사시켰다. 1년이 지난 지금 패션 분야에서 Top5안에 드는 브랜드가 됐다.  
 
또 다른 한국의 패션 브랜드 아뜨랑스의 경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티몰(알리바바 산하)에 먼저 입점해 있었다. 그러나 성과가 그리 좋은 건 아니였다. 아뜨랑스는 지난 7월 7일 샤오홍슈에 몰을 오픈한지 단 한달 만에 1억 원 매출을 올렸다. 티몰의 하드한 광고가 아닌 샤오홍슈의 자연스러운 입소문에 더 적합한 브랜드였던 셈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한국 브랜드들도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푸쉬한다 해도 스스로 중국 진출을 위한 전략과 준비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샤오홍슈는 중국 시장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자하는 한국 패션 브랜드들의 연결통로가 되고자 한다.
 
최근 한국 수출 업계에 이런말이 있다. 유럽 미국의 고가 수입 제품과 품질이 향상된 중국 로컬 제품 사이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경쟁력이 계속 작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동의하나?
일정 부분 동의한다. 중국 시장 내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확실한 건 샤오홍슈만 놓고 보면 한국 제품들의 인기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UGC를 기반으로 하는 특성상 정치, 외교 혹은 제도적인 영향을 덜 타는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경쟁력 약화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 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마디로 한국의 좋은 브랜드들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아직 충분히 소개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껏 많은 대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하고 돌아갔다. 이는 공급자 측면에서의 딱딱하고 강압적인 광고, 플랫폼 선택 등 전략 상의 문제였을 가능성도 크다. 만약 좀 더 많은 한국의 좋은 브랜드들이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타고 소개될 수 있다면 더 큰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의 패션 브랜드들의 경우 유럽, 미국의 고가 제품보다 체형, 디자인, 정서 모든 면에서 중국인들에게 더 경쟁력이 있다. 동시에 한국의 유명 연예인들과의 풍부한 협업도 중국인들이 한국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다. 큰 흐름에서 한국 제품의 인기는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샤오홍슈의 목표는?
2017년 샤오홍슈는 어떻게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지, 구매 전환률을 높일 수 있을 지 등 기술적인 부분의 성장에 주력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천명의 고객에게 서로 다른 천개의 페이지 구성을 보여준다는 '천인천면'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2018년의 목표는 유저들이 좋아할 수 있는 브랜드들을 더 많이 발굴하는 것이다. 올해를 샤오홍슈 이커머스의 원년으로 정한 이유다. 그동안 샤오홍슈가 소수의 좋은 제품을 구비한 백화점이었다면, 이제는 모두가 원하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몰'로 외형을 확장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의 중소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자체 상품을 기획하는 등 차별화에도 힘쓸 것이다.  
 
차이나랩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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