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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망신살' 했지만, 아버지는 연극정신 말씀하셨죠"

극단 하땅세의 윤시중 대표.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극단 하땅세의 윤시중 대표.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극단 ‘하땅세’ 윤시중(49) 대표는 그 어느 해보다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오는 27, 28일엔 ‘제14회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에 참가해 ‘거인 이야기’를 공연하고, 다음달 2∼11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산실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깨비가 잃어버린 도깨비 방망이’를 무대에 올린다. 두 작품 모두 어린이들도 함께 볼 수 있는 가족극이다. “만드는 사람이 헌신을 쏟아부으면 어른과 아이가 함께 감동하고 공감하는 경지까지 이를 수 있다”는 그를 15일 만났다.
 

극단 '하땅세' 윤시중 대표
'블랙리스트' 지원 배제 딛고
지난해 대한민국연극대상 수상

아동극 전문 극단이 아닌데도 어린이들이 보는 작품이 많다.
“하땅세에서 만드는 작품의 3분의 2 정도가 가족극이다. 하지만 한번도 애들이 좋아할 작품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작업한 적은 없다. 만드는 우리가 재미있어서 만든다. 작품의 수준이 어느 경지에 이르면 어른과 아이의 눈높이를 다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대 디자인을 했던 시절, 지나치게 화려한 볼거리로 아이들의 관심을 끌려는 어린이극을 많이 접했다. 그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아이들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보이는 작품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첫 작품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개구리 왕자’를 비롯해 하땅세의 어린이극은 아이들도 조명 등 작은 요소에 집중해서 봐야하는 공연이다.”
극단 하땅세의 '거인 이야기'. 스마트폰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극이다. [사진 하땅세]

극단 하땅세의 '거인 이야기'. 스마트폰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극이다. [사진 하땅세]

 
윤 대표는 지난해 작고한 극작가 윤조병(1939∼2017) 선생의 아들이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뒤 한동안 연기자로 살았다. 스스로 “연기를 너무 못했다”는 그는 미국 뉴욕시립대학원에서 유학하면서 무대 디자이너로 방향을 틀었고, 2008년 하땅세를 창단하며 연출가로 활동영역을 넓혔다.
 
하땅세 작품 상당수는 예술감독이었던 아버지 윤조병 선생이 극본을 쓰거나 각색을 했다. 줄곧 아버지와 함께 작업한 셈이다.
“어떻게 보면 특혜를 입은 것 같고, 어떻게 보면 효도를 한 것 같다. 아버지와 의견이 안 맞을 때도 많았다. 아버지에게 ‘작품으로는 너 다시는 안 본다’는 말도 여러 차례 들었다. 극단 이름도 나는 ‘망신살’이라고 짓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하늘을 우러러보고 땅을 굽어보고 세상을 살펴보라’는 뜻에서 ‘하땅세’라고 지어주셨다. 나는 그 말이 너무 싫었다. 너무 폼 잡는 것 같아서였다. 나는 나대로 ‘하늘부터 땅끝까지 세게 간다’로 해석을 바꿔버렸는데, 이젠 아버지 뜻이 바로 연극정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나 나나 연극만 보고 사는 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
 
하땅세는 ‘블랙리스트’로 화제가 됐던 극단이다. 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무려 14차례에 걸쳐 정부 지원 사업에서 탈락해 ‘블랙리스트 극단’이란 별칭까지 얻었다. 그는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의 ‘블랙리스트 피해 예술인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대통령으로부터 만년필 선물을 받았다.
 
당시에도 ‘블랙리스트’라는 사실을 알았나.
“처음엔 몰랐다. 당연히 선정될 줄 알았던 지원사업에서 연거푸 탈락한 뒤 ‘누군가의 미움을 샀구나’란 생각을 했고, 한참 지나서야 ‘리스트에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세월호 집회에 프로젝터와 엠프 등 장비를 빌려준 게 문제가 됐다고 했다. 2016년엔 두 달 동안 월급을 못 받을 정도로 극단 운영이 어려웠다. 하지만 거꾸로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16년 12월 초연한 연극 ‘위대한 놀이’는 우리 극단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준 작품이다.”
 
헝가리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소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를 각색해 만든 ‘위대한 놀이’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악마적인 전쟁 상황에서 끝까지 버티며 살아남고자 하는 쌍둥이 형제의 생존방식을 그리며 인간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 작품이다. 지난해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 한국평론가협회 ‘올해의 베스트 3’등 연극계의 큰 상을 휩쓸었다.
 
이젠 ‘화이트리스트’라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겠다.
“지원사업 경쟁팀이 ‘너네는 화이트리스트니까 되지 않겠냐’고 하더라. 억울하고 답답했다. 극단 배우들도 힘들어한다. 그런 ‘색안경’도 블랙리스트의 폐해 아니겠나.”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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