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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 한·미 정상통화 사진의 비밀…文 대통령, 활짝 웃은 이유는?

지난해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한ㆍ미 관계의 변화를 단적으로 드러낸 장면이 있다. 바로 아홉 차례에 걸친 양국 정상 간 통화에서 나타난 문 대통령의 표정 변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왼쪽 상단)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100% 신뢰"라는 말을 했다. 반면 북한의 도발 이후 이뤄진 9월17일, 8월7일, 9월1일, 11월29일(4일밤 통화 사진으로부터 시계 방향)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일제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왼쪽 상단)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100% 신뢰"라는 말을 했다. 반면 북한의 도발 이후 이뤄진 9월17일, 8월7일, 9월1일, 11월29일(4일밤 통화 사진으로부터 시계 방향)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일제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중앙포토]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통화는 취임 당일이던 지난해 5월 10일 이뤄졌다. ‘청와대 이사’가 완료되지 않아 통화는 홍은동 자택에 비화기를 설치한 뒤 성사됐다. 문 대통령은 “한ㆍ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과 미국과의 동맹관계는 단순히 좋은 관계가 아니라 ‘위대한 동맹 관계’”라고 화답했다.
지난해 5월10일 홍은동 자택에서 이뤄졌던 첫 한미 정상간 통화. [청와대]

지난해 5월10일 홍은동 자택에서 이뤄졌던 첫 한미 정상간 통화. [청와대]

 
그러나 이날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 속의 문 대통령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야권에선 진보 성향 대통령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우려와 관련된 전망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두 번째 통화까지는 3달이 걸렸다. 7월 29일 북한이 탄도 미사일이 발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는 통화하지 않았다. 그 사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는 7차례 통화하며 대조를 이루자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ㆍ한반도 문제에서의 한국 배제)’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지난해 8월7일 한ㆍ미 정상간 통화를 하는 중 문재인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당시 야권에선 '코리아 패싱' 논란이 거세지고 있었다. [청와대]

지난해 8월7일 한ㆍ미 정상간 통화를 하는 중 문재인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당시 야권에선 '코리아 패싱' 논란이 거세지고 있었다. [청와대]

야권은 미ㆍ일 정상의 통화 횟수와 52분에 걸친 통화 시간까지 제시하며 강하게 압박했다. 이 때문에 8월 7일 두 번째 통화 직후 청와대 브리핑에는 “56분간 통화했다”고 강조한 대목이 나온다.
 
양 정상은 대북 공조에 공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한ㆍ미 동맹을 위해 막대한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있다. 막대한 대한(對韓) 무역적자를 시정하고 공정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 발언은 야권의 공세에 기름을 부었고, 문 대통령의 ‘통화 사진’은 더 심각해졌다.
 
문 대통령은 9월 들어 트럼프 대통령과 세 차례(1일ㆍ17일ㆍ29일) 통화했다.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8월 29일)와 6차 핵실험(9월 3일), 중거리탄도 미사일 ‘화성-12형’ 발사(15일) 등 연이은 도발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
 
지난해 9월1일 이뤄졌던 한미 정상간 통화 장면. 문재인 대통령이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다. [청와대]

지난해 9월1일 이뤄졌던 한미 정상간 통화 장면. 문재인 대통령이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다. [청와대]

양국 정상은 9월 1일 통화에서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미사일 지침’을 한국 측이 희망하는 수준으로 개정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핵실험 직후에는 미사일지침 상 ‘탄두 중량 제한 해제’에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유엔의 제재를 비롯한 북한에 대한 최고 수준의 압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이뤘다. 문 대통령의 표정은 더 어두워진 장면이 공개됐다.
지난해 9월17일 정상간 통화 장면. [청와대]

지난해 9월17일 정상간 통화 장면. [청와대]

 
11월 29일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화성-15형’을 발사하자 한ㆍ미 정상은 이례적으로 도발 당일과 이튿날 연속해서 통화했다. 9월 이후 중단됐던 북한의 도발이 두 달반여 만에 재개된 후였다. 특히 사거리가 대폭 향상된 신형 미사일의 등장에 양 정상은 발사 이후 5시간 13분 만에 통화를 하고, “상세하고 정확한 평가와 양국 외교·안보 당국 간 구체적 대응방안을 추가로 협의하자”며 후속 협의를 약속하고 20분 만에 전화를 끊었다. 지난 9차례의 통화 중 가장 짧은 통화였다.  
북한이 화성-15형을 발사한 직후 한ㆍ미 정상은 연이틀 전화 통화를 했다. 한반도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중 양국 정상은 평창올림픽의 평화적 개최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청와대]

북한이 화성-15형을 발사한 직후 한ㆍ미 정상은 연이틀 전화 통화를 했다. 한반도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중 양국 정상은 평창올림픽의 평화적 개최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청와대]

 
약속대로 30일 통화가 다시 이뤄졌다. 이때는 1시간 동안 통화가 이어졌다. 전날과 반대로 최장시간 통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기술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력 강화”에 보다 방점을 뒀다. 이날 통화에서 주목할 지점은 최악의 안보 상황에서 양 정상이 “평창올림픽이 평화적이고 성공적으로 치러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는 발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고위급 대표단의 파견을 문 대통령이 직접 IOC에 전해도 좋다”고도 말했다. 
 
김정은의 신년사가 나온 뒤 급격하게 대화 국면이 조성됐다. 그리고 양 정상은 지난 4일 신년 들어 첫 통화를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 기간 한ㆍ미 연합훈련 연기에 합의하며 “남북 대화 과정에서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알려달라. 미국은 100%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확고하고 강력한 입장을 견지해온 것이 남북대화로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되었다”며 사의를 표했다.
 
남북 대화 국면이 조성된 상황인 지난 4일밤 이뤄진 양국 정상간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활짝 웃는 표정을 짓고 있다.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 가운데 양국 정상간 통화에서 밝은 표정을 지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남북 대화 국면이 조성된 상황인 지난 4일밤 이뤄진 양국 정상간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활짝 웃는 표정을 짓고 있다.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 가운데 양국 정상간 통화에서 밝은 표정을 지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청와대가 공개한 지난 4일 8번째 통화 과정을 담은 사진은 이전 7차례의 통화와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매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문 대통령은 이날 밝게 웃는 표정을 지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피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4일 통화와 마찬가지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피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4일 통화와 마찬가지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청와대]

그리고 지난 10일 아홉 번째 통화에서 양 정상은 “남북대화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에 공감대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남북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어떤 군사적 행동도 없을 것임을 분명하게 알려달라”며 문 대통령에게 재차 힘을 실었다. 이날 사진 속 문 대통령의 표정 역시 매우 밝았다.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문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던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6일 “문 대통령이 인내와 수모를 당하면서도 끝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것에 존경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경론을 펼쳐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북 대화 국면에 접어들자 문재인 대통령에게 "100% 신뢰" 등의 말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앙포토]

강경론을 펼쳐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북 대화 국면에 접어들자 문재인 대통령에게 "100% 신뢰" 등의 말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앙포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야권에서는 코리아 패싱 등 각종 논란을 제기했지만, 사실 공개되지 않은 양 정상 간의 통화에서 미국은 최대한의 압박을 하고 한국은 대화를 종용하는 방식의 분업이 이뤄져 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때마다 ‘문 대통령, 내가 이렇게 대북 강경노선을 펴는 것이 결과적으로 한국과 문 대통령에게 도움이 된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해왔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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