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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한국이 북한의 술수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선임연구원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선임연구원

한국 정부는 남북 대화를 시작하려는 조급함에 발을 잘못 내디뎠다. 평창 동계올림픽 동안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하지 말자고 먼저 제안한 것이다. (미국은 고위급 협의 끝에 이를 묵인했다) 한국 정부는 선의나 관대함에서 그런 제안을 했겠지만, 나약함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말았다.
 
또 이 제안은 잘만 하면 많은 걸 챙길 수 있겠다는 기대를 높임으로써 북한의 태도를 더 강경하게 만들 수 있다. 한국 정부로서는 최소한 전술적으로 안 좋은 출발을 한 셈이다.
 
전략적으로는 국제사회뿐 아니라 한국 정부도 김정은의 행보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는 게 몹시 중요하다. 특히 왜 한국에만 대화를 제안했는지, 그리고 왜 하필 지금인지 알아야 한다.
 
가장 단순한 해석은 국제적인 비핵화 압박 속에서 북한이 한국을 가장 ‘약한 고리’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롭고도 인기 높은 문재인 대통령은 소위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진보 진영 출신이다. 이 정책은 긴장 완화와 경제적 개입, 상호의존을 통해 북한과의 화해를 추진한다. 그러나 이 정책은 이미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햇볕정책의 첫 주요 지지자이며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대가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수억 달러를 비밀리에 불법 지불했다. 후임자인 노무현 대통령은 중재자로서 미국과 북한, 즉 한국을 군사적으로 보호하려는 동맹국과 이 나라를 파괴하려는 정권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다 대미 관계를 어렵게 했다.
 
nyt 칼럼 1/16

nyt 칼럼 1/16

문 대통령은 이런 노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음에도 짧은 임기 동안 현실정치를 가미함으로써 햇볕정책에 대한 열망을 변화시켰다. 칭송받을 일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지만 국제적 제재를 위해 미국과 긴밀히 협력했고 미사일 방어도 추진했다. 지난주에는 북한과의 회담과 관련, “옛날처럼 순진하게 대화만 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그를 향한 매력 공세를 펴는 방안을 유지하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늙다리 미치광이”, 버락 오바마는 “비열한 검은 원숭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늙고 미친 암캐”라고 원색적 비난을 서슴지 않았던 북한이 아직 문 대통령에 대한 험담은 안 했다.
 
한편 북한이 급히 외교 공세로 돈 건 최근의 성취와 앞으로의 손실 때문이라고 설명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북한은 원폭 실험 (이 중 하나는 수소폭탄이라는 게 북한 주장)을 계속했고 대륙간미사일도 쐈다. 김정은은 미 본토가 “핵 공격 사정권”에 들어왔으며, 핵탄두와 탄도 미사일을 “대량 생산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래 봤자 북한 군사력은 아주 작고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뿐더러 외국 자원에 대한 심각한 종속으로 외부 제재에 극히 취약한 경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에 실질적 타격을 줄 새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북한의 주요 재정지원국 중국도 결국 대북 지원을 재고하고 축소할 준비가 된 듯하다.
 
적어도 겉으로는 북한 경제는 아직 국제적 제재로 크게 흔들리진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얼마나 빨리 비축물을 써버릴지는 우리는 알지 못한다. 오로지 김정은만이 안다.
 
김정은이 북한의 경제적 파산을 막기 위해 시간과의 싸움에 돌입했다면, 국제사회 제재를 해제(혹은 최소한 무시)하고 비확산 조치를 완화하는 한편, 햇볕정책에 따라 경제지원을 재개하도록 한국 정부를 조르는 것이 김정은으로서는 당장의 어려움을 빠져나갈 최선의 방법이다.
 
북한의 술수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궁극적 목적을 파악하고, 북한이 준비했을 수 있는 또 다른 함정에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북한이 받아간 만큼 내놓도록 가차 없이 밀어붙여야 한다. 한국 정부가 군사훈련을 일정 기간 연기했다면 북한 역시 그래야 한다. 끝으로 비장의 카드도 몇몇은 준비해야 한다.
 
김정은이 남북 간 더 많은 접촉을 원한다면? 한국의 뉴스도 북한에서도 유통돼야 한다고 요구하라. 북한의 끔찍한 인권 실상, 유엔 인권조사위원회 조사에 대한 협조 등 불쾌한 주제를 거론하는 것도 피해선 안 된다. 한국인 다수가 북핵 위협에 맞서기 위해 미 전술핵 배치를 지지한다고 슬쩍 흘리는 건 어떤가? 남한 협상단은 남북 회담에서 형세를 역전시키는 데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이제 그럴 때가 됐다.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8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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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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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