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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 다이아몬드 혹시 짝퉁? … 블록체인은 알고 있다

# 지난해 11월 5일 부산항에서 신선 제품이 담긴 컨테이너가 미국행 배에 실렸다. 컨테이너엔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적용된 칩이 부착됐다. 이 센서엔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이 적용된 덕분에 해당 컨테이너가 목적지인 미국 롱비치에 도착한 12월 5일까지 10분마다 해당 화물의 위치는 물론 온도·습도 같은 정보가 화주·선주·운송사 등 관계자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됐다. 사물인터넷만으로는 정보의 위·변조, 관계자 전원에게 실시간 정보 전송이 불가능하지만 블록체인으로 이를 해결했다. 배에 실린 화물의 운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단계마다 평균 10번에 걸쳐 진행되던 서류 작업은 완전히 사라졌다.
 

일상 스며든 암호화폐 기반 기술
생산·운송 등 모든 정보 분산 저장
해킹·위조 어렵고 즉시 확인 가능
금융거래·물류·전자투표에 활용
“9년 뒤 GDP 10% 블록체인 저장”
국내 법·제도 정비 안 돼 서둘러야

#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월마트를 찾은 세라 구디어(32)는 카트에 망고를 담기에 앞서 스마트폰으로 망고에 부착된 QR코드를 찍었다. 그는 스마트폰을 통해 해당 망고가 재배된 농장, 재배 시기, 수확 후 보관 창고의 온도까지 전 과정을 바로 확인했다. 월마트가 망고를 납품하는 멕시코의 망고 농장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IoT 센서를 부착한 덕분이다.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로 알려진 블록체인이 일상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금융을 비롯해 물류·유통·예술·보안까지 적용 범위가 넓다. 최근 폭발적인 관심을 끌며 ‘제2의 인터넷 혁명’이라고 불리는 블록체인은 각종 거래 정보를 중앙 서버에 관리하지 않고 여러 곳으로 분산해 동시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일정 시간(설정하기 나름이지만 평균 10분)마다 거래 정보가 하나의 암호화된 블록으로 묶이고, 다시 블록과 블록이 결합해 체인이 형성된다. 거래 장부의 사본을 해당 거래에 참여한 여러 사람이 나눠서 보유하는 식이다. 그래서 위조가 어렵고 해킹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위조하려면 여러 사람이 나눠 가진 정보를 모두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비트코인 거래 요청이 발생하면 해당 정보가 담긴 블록이 네트워크상 모든 참여자에게 전송되고 각 참여자가 승인하면 거래가 완료된다.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저장된 모든 데이터를 대조하기 때문에 개인 간 거래(P2P)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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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블록체인이 가장 활발히 적용된 분야는 금융이다. 암호화폐 거래부터 인증시스템까지 다양하게 쓰인다. KB국민·롯데카드 등 대부분 카드업체가 2016년 말부터 블록체인을 적용해 인증 과정을 간소화한 ‘간편 개인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신한은행은 2016년 8월부터 금 실물거래에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다. 골드바를 산 고객에게 구매 교환증과 골드 안심 보증서를 발급하는데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물류업계에선 블록체인을 적용한 화물 추적 시스템 도입에 나서고 있다. 삼성SDS는 관세청·현대상선·SM상선 등 38개 기관·기업과 ‘민관 합동 해운물류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이뤄 지난해 5월부터 연말까지 시범 사업을 진행했다. 중국을 비롯해 인도·중동·유럽 항로 운항에 성공했고, 올해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선다.
 
블록체인의 활용 범위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IBM은 디지털 원장기술을 다루는 에버레저와 손잡고 ‘짝퉁’ 감별을 위해 블록체인을 활용한다. 우선 다이아몬드 진품 여부를 확인하고 유엔이 지정한 ‘분쟁 다이아몬드’의 거래를 막는 데 쓸 계획이다. 이 기술은 명품이나 예술품 위·변조를 확인하는 데도 쓰인다.
 
러시아 모스크바는 블록체인을 투표에 적용했다. 기존의 전자 투표 방식에 블록체인을 결합해 투표 결과의 조작을 막는 것이다. 국내에선 예탁결제원이 올해부터 주주총회 전자 투표에 블록체인을 적용한다.
 
한수연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암호화폐에 대한 논의를 넘어 그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며 “기업과 정부는 블록체인 전문가 집단과의 깊이 있는 소통으로 블록체인의 효용성을 구체화하고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을 향한 전 세계 산업계의 구애는 뜨겁다. 세계경제포럼은 ‘사회를 뒤바꿀 21개 기술’ 중 하나로 블록체인을 지목했다. 당장 5년 후인 2023년부터 각국 정부가 블록체인으로 세금을 거두고, 2027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블록체인으로 저장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미 전 세계 다양한 분야에 블록체인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지만 국내에선 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보통신기술(ICT) 선진국으로 꼽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의 경우 해외 기업과 비교했을 때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블록체인은 암호화폐 거래인 1세대, 스마트 계약이 가능한 2세대, 모든 분야에 적용하는 3세대로 나뉘는데 국내는 1.5세대 수준에 불과하다”며 “거품이나 통제 논란은 의미 없는 논쟁이고 블록체인 생태계를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산업정보분석실 김경호 연구원은 “유형별로 법 제도 개정이 이뤄져야 기업들도 선제적 대응 방안을 수립하고 활발한 연구개발(R&D)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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