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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 이어 암호화폐 혼선 … 청와대 집권 2년차 징크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아무런 공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암호화폐 논란과 관련해 수백만 명의 투자자가 청와대를 쳐다보는 시점이어서 문 대통령의 침묵은 유독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대통령이 발언을 했다면 자칫 (암호화폐)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1일 오전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특별법을 제정해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겠다”고 말해 시장에서 대혼란이 벌어지자 7시간 만에 청와대가 나서 “거래소 폐쇄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윤영찬 국민소통수석)고 진화하는 일이 있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암호화폐에 대해 법무부는 규제 쪽에 초점을 두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술 발전이란 측면을 중시한다”며 정부 내 이견이 있음을 인정했다. 부처 간 입장이 조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법무부 입장만 언론에 부각된 게 실책이었다는 뉘앙스다.
 
이처럼 집권 2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정책 조정 능력이 암호화폐라는 난제를 만나면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가 모든 정책을 주도해 왔지만 내각 세팅이 끝났기 때문에 앞으론 각 부처가 본격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가 각 부처의 입장을 잘 조율하지 못하면 이번 암호화폐 논란 같은 일들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의 손발이 맞지 않는 장면도 생기고 있다. 지난 10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상위 10%를 제외하고 아동수당을 주겠다는 여야 합의를 뒤집고 “(상위 10%를 포함한 100% 지급을) 다시 시도하겠다”고 밝혀 파란을 일으켰다. 이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나서 “여야가 합의했으면 지켜야 한다. 정부가 (여야 합의를) 바꾸겠다고 하면 국회는 앞으로 더욱 합의가 어려워진다”고 경고했다. 복지부는 이 문제를 어찌할지 아직 가타부타 말이 없다.
 
유치원에서 영어 수업을 금지하는 문제도 교육부가 성급하게 추진했다가 지난 9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민주당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우려가 전달되자 ‘재검토’로 바뀌었다. 근로시간 단축 문제도 문 대통령은 틈날 때마다 “근로기준법 개정은 늦출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민주당 내에선 “곧 있을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이용득 의원)는 목소리가 크다.
 
이번 암호화폐 논란만 해도 박상기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이 나오자 민주당에선 “뜬금없다”(홍익표 의원)는 반응을 보였다. 당·정·청이 조율해 나온 발언이 아니라는 불만이다.
 
이런 혼선은 지난 정부에서도 특히 집권 2년차 때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 2년차인 2014년 12월 공무원연금 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부는 군인·사학연금 개혁도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했다. 같은 해 9월에는 복지부가 담뱃세 인상을 발표한 다음 날 곧바로 당시 안전행정부가 주민세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민심이 악화됐다.
 
역대 정부에서 집권 2년차는 청와대와 내각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일을 하는 시기다. 대통령도, 장관도 자신감이 붙기 때문에 ‘소퍼모어 징크스(2년차 징크스)’에 빠지기 쉬운 때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청와대의 적극적인 정책 조정 역할을 조언하고 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무회의에서 잘 논의하고 문제를 걸러 내는 기능이 안 되다 보니 정책이 뒤집어지는 일이 많은 것”이라며 “심의기구 안에서 갑론을박이 있어야 정부 내에서 조율된 결과를 발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기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런 시기에는 청와대 참모진이 조정 능력을 길러야 앞으로 엇박자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청와대가 독주하면서 유명무실해진 총리실의 국무 조정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허진·하준호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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