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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만류에도 … 하나금융, 회장 후보 면접 강행

최종구 금융위원장(左),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右)

최종구 금융위원장(左),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右)

은행은 규제 산업이다. 보통 사람들의 돈을 모을 수 있는 특혜(수신 기능)를 줬다. 은행 말고 다른 곳이 돈을 모으면 ‘유사 수신’으로 처벌받는다. 이렇게 ‘돈놀이’할 수 있는 특혜를 줬기 때문에 정부가 간섭할 수 있다. 은행에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데도 감독 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이유다.
 

금융당국 ‘승계 투명화’ 요구에
하나금융 ‘관치’ 주장하며 반발
야권은 회사 측 지지, 정부 비판

회장 선임 뒤로 검사 미룬 금감원
“사인 줬는데 사고 나면 책임져야”

4연임한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은
중징계 결정 앞두고 스스로 사퇴

차기 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금융 당국과 하나금융지주가 맞붙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회장 선임 절차를 잠시 중단할 것을 구두로 권고했다. 그리고 15일엔 이를 문서로 전달했다. (중앙일보 1월 15일자 B6면) 그런데도 하나금융 회추위는 이날 애초 일정대로 회장 후보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16명의 후보자 인터뷰는 16일까지 진행된다. 하나금융 회추위가 금융 당국의 권고를 일단 무시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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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수장들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하나금융 회장 선출에 대한 비판적인 언급을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그룹 회장의 ‘셀프 연임’ 문제를 집중 지적했다. 최흥식 금감원장도 “승계 프로그램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검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내세우는 명분은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다. 금감원은 김정태 현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현 하나은행장이 관여했다고 의심받는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을 검사 중이다. 아이카이스트는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경제 1호’ 기업으로 선정된 곳이다. 비선 실세로 드러난 최순실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의 동생 정민회씨가 한때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지난해 말 하나금융 노동조합 측은 금감원에 이와 관련해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융권 채용 비리 의혹도 검사 중이다. 심층 점검을 위해 2차 검사 대상으로 추려진 10개 은행에 하나은행이 포함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알아서 조사에 착수한 게 아니라 노조에서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한 것”이라며 “검사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회장 거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잠시 회장 선임을 미뤄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0년 3월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4연임에 성공했지만, 그해 10월 금감원이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중징계 방침을 통보하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은 경영 공백에 따른 혼란을 수습하느라 애를 먹었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이를 ‘관치(官治)’라고 보고 있다.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에 금융 당국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게 맞느냐는 주장이다. 야당에선 이를 문제 삼았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금융회사 CEO 선임에 관여하는 관치는 이 정부가 그렇게 반대하던 전 정부 적폐의 또 다른 모습이자 더 심각한 양태”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의 열쇠를 쥔 하나금융 회추위는 현재 윤종남 법률사무소 청평 대표변호사를 포함한 7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모두 김정태 회장이 포함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임된 인물이다. 금융 당국의 날 선 비판에 하나금융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22일 김정태 회장을 회추위에서 제외하는 안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았다.
 
주춤하는가 싶었지만 하나금융 회추위는 지난 4일 돌연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예년보다 한 달이나 이른 시점이었다. 익명을 원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말에 BH(청와대)에서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에 당국이 개입하지 마라’는 말이 나왔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그 뒤 하나금융 측이 회장 선임을 강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회추위가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강행한다면 금융 당국이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최종구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금감원의) 권고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회추위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회장 선임 일정을 강행하기로 한 만큼 금감원은 검사 관련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검사 일정을 (선임 절차) 이후로 미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 CEO가 금융 당국에 밉보이고 장수한 사례는 거의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는 분명히 교통사고가 날 수 있으니 속도를 늦추라고 사인을 줬는데도 신호등을 무시하고 밟아서 사고가 났다면 사고를 유발한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 당국을 의식한 탓인지 회추위 측은 “후보자 인터뷰는 예정된 것이라 그대로 진행했지만 최종 일정은 정해진 게 아니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회장 선출을 둘러싼 금융 당국과 하나금융의 대립
2017년
11월 2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 “금융지주 회장 셀프연임 문제” 지적
12월 12일 금감원, 하나금융에 7가지 경영유의조치 내려
12월 22일 하나금융 이사회, 회추위에서 김정태 회장 제외한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2018년
1월 4일 하나금융 회추위, 차기 회장 선임 절차 돌입
1월 9일 회장 후보 16명 선정
1월 12일 금감원, 하나금융에 15~16일 예정된 회장 후보 인터뷰 연기 요청
1월 15일 하나금융 회추위, 인터뷰 일정 강행
 
고란·한애란·이새누리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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