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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하나로 연결된 생과 사 한 줌의 후회도 남지 않게

 
지난 9일 경기도 분당구 야탑동 ‘분당 봉안당 홈’을 찾은 사람들이 서재로 꾸며진 새로운 형태의 봉안당에서 고인에게 전하고 싶은 편지를 적고 있다. 프리랜서 김동하.

지난 9일 경기도 분당구 야탑동 ‘분당 봉안당 홈’을 찾은 사람들이 서재로 꾸며진 새로운 형태의 봉안당에서 고인에게 전하고 싶은 편지를 적고 있다. 프리랜서 김동하.

‘웰다잉’ 준비하는 사람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의 한 장면.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의 한 장면.

“김자홍씨께선 오늘 예정대로 무사히 사망하셨습니다.”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죽음의 순간이 ‘예정’이었다니.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의 주인공 김자홍은 저승차사 덕춘의 말에 망연자실한다. 천만 관객을 모은 이 영화는 일곱 개 지옥을 보여주며 관객들로 하여금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감히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인생의 끝, ‘죽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학자들은 ‘웰빙(Well-being)’의 가장 마지막 숙제가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웰다잉(Well-dying)’이라고 말한다.
 
인생의 끝이 ‘죽음’이라면 우리는 살아가는 것일까, 죽어가는 것일까. 진정한 ‘웰빙’의 완성은 죽음을 존엄하게 맞이하는 ‘웰다잉’이 아닐까. 이 새로운 물음이 현대인에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100세 시대, 장수의 축복을 누리는 사람들에게 죽음은 피해야 할 금기가 아니라 잘 준비해서 치러내야 할 의식이 된 것이다.
 
오는 2월부터 ‘웰다잉법’이라고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다. 앞으로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으로부터 임종 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환자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인공호흡기 착용의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다. 최영숙 대한웰다잉협회장이자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명의료를 원치 않는 환자는 생의 마지막 순간을 중환자실에서 고통스럽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맞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웰다잉에 대한 고민은 비단 질병으로 괴로워하는 환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사망 원인이 변화함에 따라 신체 건강한 현대인에게도 화두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전염성 질환으로 인한 죽음이 많았지만 이제는 암,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 교통사고 등 예기치 않은 사망이 증가하면서 삶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 최영숙 협회장은 “더 큰 의미의 웰다잉은 죽음을 미리 생각해보고 준비함으로써 현재 살고 있는 삶에 더욱 충실하는 것”이라며 “‘나는 정말 행복했다’ ‘잘 살았다’고 생각하고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명의료결정법 다음달 시행
 
은퇴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은 많은 초·중·고등학교에서 웰다잉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노화 과정, 유가족을 위한 교육 등을 하고 자살 방지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장수국가로 손꼽히는 일본 역시 웰다잉 교육프로그램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고령자들에게 엔딩노트 쓰는 법, 생전에 집 안 정리하는 법, 상속·증여 등 재산관리법 등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스스로 임종을 준비하는 ‘셀프 장례’ 사업까지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죽음을 중심으로 삶을 생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인식하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 연습을 하고 유언장을 미리 작성해보거나, 죽음과 관련된 영화나 연극을 보고 스스로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사색해보는 활동을 할 수 있다. 화장장과 묘역 등을 돌아보며 삶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웰다잉 투어도 열린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매년 관련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추모힐링투어’로 이름을 변경해 운영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서울시립화장장·망우리묘지 등을 다니며 역사적 인물의 삶을 비롯해 자신의 삶의 소중함까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김복재 서울시 어르신복지과장은 “생활고·취업난 등으로 지친 사람들이 새로운 공간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해보고 일상에서 발견하지 못한 삶의 의미를 찾길 바라는 의도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아늑한 서재 같은 근교 봉안당
 
‘분당 봉안당 홈’ 외관.

‘분당 봉안당 홈’ 외관.

어둡고 딱딱한 분위기의 장묘 공간도 진화하고 있다. 죽음과 삶을 서로 연관 지어 생각하면서 추모공원과 봉안당 등이 밝고 따뜻한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위치도 점차 도심권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명절이나 기일 등 특별한 날에만 찾는 곳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가족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일본은 도심 한복판이나 주택가 곳곳에서 쉽게 봉안당을 찾을 수 있다.
 
‘추모힐링투어’에 참여해 생명존중 교육을 받는 학생들.

‘추모힐링투어’에 참여해 생명존중 교육을 받는 학생들.

국내에는 유럽의 거리와 서재처럼 꾸며진 봉안당이 있다. 지하철 야탑역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분당 봉안당 홈(HOME)은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 13개 동으로 내부 공간을 서재처럼 꾸몄다. 유골함과 유품함 역시 책자(홈북) 형태로 만들었다. 이 유품함에는 고인을 위한 유가족의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메모리 노트북과 고인의 안경, 만년필, 반지 등을 보관하는 공간이 있다. 이주홍 분당 봉안당 홈 이사장은 “한 사람의 인생은 곧 한 권의 책과 같다고 생각해 고안하게 됐고 유품함인 홈북은 개인별로 다르게 제작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고인이 이곳을 매일 산책한다는 상상을 하며 유럽의 거리처럼 생동감 넘치는 곳으로 꾸몄다”고 설립 의도를 설명했다.
 
지하에는 간단한 식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테리아가 있다. 고인과 커피를 한잔 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싶은 가족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곳을 찾은 한 유족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메모리 노트북에 편지를 적고 오는 길”이라며 “힘든 일이 있을 때 이곳을 찾아 생전 아버지의 인자한 손길과 마음을 느끼고 위로를 얻는다”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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