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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내 길 가려면 나를 아는 게 먼저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의 자기주도진로 인터뷰 4. '37코인즈' 공동창업자 이송이씨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의 자기주도진로 인터뷰 4. '37코인즈' 공동창업자 이송이씨

남녀노소 불문하고 암호화폐 '비트코인'에 대한 호기심이 날로 커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3년쯤 전인 지난 2014년에는 비트코인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는데요. 이때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비트코인의 핵심기술 '*블록체인'을 활용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창업해 주목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37코인즈(Coins)'의 공동창업자 이송이(33)씨의 얘깁니다.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의 ‘자기주도진로 인터뷰’ 4.블록체인 스타트업 ‘37코인즈’ 창업자 이송이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이씨는 학교에서 이론을 배우는 것보다 현장에서 길을 찾고 싶었어요. 졸업 후 1년간 40개국을 여행하며 각 나라에는 어떤 사회문제가 있는지 직접 찾아봤죠. 스무 일곱살에 들어간 첫 직장은 국제구호기구 ‘월드비전’이었습니다. 긴급구호팀과 마케팅팀에서 일하게 됐는데, 긴급구호팀의 팀장은 국제구호 활동가로 유명한 한비야씨였어요. 이씨는 한비야 팀장과 함께 아프리카 말리로 출장을 갔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당시 말리는 막 내전이 끝난 시점이라 남쪽 난민캠프로 도망쳐 온 사람들이 쓰레기로 지은 집에서 살고 있었죠. 
 
월드비전에서 근무할 당시 첫 해외 출장지였던 르완다에서 다큐멘터리 제작팀, 현지 스태프, 아이들과 함께.

월드비전에서 근무할 당시 첫 해외 출장지였던 르완다에서 다큐멘터리 제작팀, 현지 스태프, 아이들과 함께.

“5명의 아이를 둔 여성이 있었어요. 남편은 이웃 나라 코트디부아르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죠. 남편이 돈을 보내주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더군요. 당시 말리에는 신분증도, 은행이나 통장 등 금융시스템도 없는데 어떻게 돈을 보내는지 궁금했어요. 그 여성이 말하길, ‘돈을 비닐봉지에 넣어서 사람에게 부탁해 보낸다’는 거예요.” 
 
이 사건은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손톱 밑 가시처럼 이씨의 마음을 괴롭혔어요. 송금 시스템이 없다는 사실은 단순히 불편한 것을 넘어서는 더 큰 문제를 안고 있었거든요. 돈을 전달하는 도중에 도둑맞기라도 하면 엄마나 아이들은 노동을 해야 합니다. 어떤 아이는 몸을 팔 수도 있고 일을 하다 다칠 수도 있죠. 빈곤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겁니다. 그때 이씨에게 떠오른 것은 쓰레기더미 난민촌에서 집집마다 하나씩 있던 2G 핸드폰이었어요. 핸드폰은 그곳 사람들에게 유일한 소통수단이자 보물 같은 것이었죠. 이씨와 그의 독일인 남자친구는 2G폰에 비트코인을 연결하는 아이디어를 고안했고 *해커톤에 나가서 제품을 만들었어요. 문자만으로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시스템이었죠. 
 
두 사람은 한국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독일로 향했습니다. 독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한 나라죠. 특히 베를린은 ‘비트코인의 수도’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커뮤니티가 활성화 돼 있는데요. 둘은 베를린에서 '37코인즈'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개발도상국의 금융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이들의 아이디어는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우리의 슬로건은 ‘뱅킹 포 더 언뱅크트(Banking for the Unbanked)’였어요. 은행 계좌와 인터넷이 없어도 누구나 문자로 비트코인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비트코인으로 전 세계를 여행하는 친구, 블록체인 온라인 미디어 운영자 등 베를린 블록체인 커뮤니티 사람들과 함께.

비트코인으로 전 세계를 여행하는 친구, 블록체인 온라인 미디어 운영자 등 베를린 블록체인 커뮤니티 사람들과 함께.

이후 프로젝트를 제대로 키워보려 두 사람은 미국 실리콘밸리로 건너갔어요.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의 생활은 힘들었습니다. 매일 도전과제가 주어졌고 기술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열심히 공부해도 빠르게 변화하는 첨단 기술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죠.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아 회사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컸고요. 프로젝트팀은 미국을 떠나 태국 방콕으로 이동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사소한 것들이 쌓여 팀 안에서 갈등이 계속됐고, 결국 이씨는 팀을 떠났어요. 나머지 팀원들도 뿔뿔이 흩어졌죠. 그렇게 37코인즈 프로젝트는 사장되고 말았습니다. 
 
이송이씨가 지난 2014년 런던에서 열린 블록체인 컨퍼런스 '코인써밋(coinsummit)'에서 37코인즈를 소개하고 있다.

이송이씨가 지난 2014년 런던에서 열린 블록체인 컨퍼런스 '코인써밋(coinsummit)'에서 37코인즈를 소개하고 있다.

이씨는 실리콘밸리에서의 치열한 창업 과정 속에서 내면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어요. “저는 그때까지 제 불행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았어요. 남자친구나 다른 공동창업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불평하는 일이 잦았죠.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기술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인문사회계열 전공자에 경영수업을 받아본 적 없는 저로서는 여러모로 적응이 힘든 환경이었어요. 환경이나 상황에 휘둘리며 제 삶의 통제권을 놓치고 있었던 거죠.” 
 
회사를 떠나던 날 그는 평소 멘토로 여기던 친구에게 연락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인도 출신의 CEO 수잔야 붐카(전 쿨아이리스 대표)는 글로벌기업 야후(Yahoo)와의 중요한 협상 중에도 친구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줬어요. 이씨에게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5분 동안 숨쉬기에만 집중해보라"고 조언했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5분간 긴 호흡을 하고 난 후 확실히 기분이 달라졌어요. 그날 이후 이씨는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명상을 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명상을 경험한 후 새로운 삶이 시작됐어요. 미래 세계에서 기술이 중요하겠지만 급변하는 기술을 모두 다 따라가지는 못할 것이고, 정말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 '근본 가치'라는 걸 깨달았죠. 
 
세계여행 중 미얀마에서 현지 친구와 함께. 칫솔과 치약이 없는 산골마을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전달했다.

세계여행 중 미얀마에서 현지 친구와 함께. 칫솔과 치약이 없는 산골마을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전달했다.

“구글 엔지니어 차드 멩 탄의 책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를 읽은 후 명상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기술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명상하면서 스스로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고 스트레스를 다루는 기술도 생기게 됐죠. ‘문제의 원인이 내 주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던 것’이라는 깨달음도 얻었어요. 나를 알기 위한 여정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죠. 그런데 대부분 '자동조정 모드'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생각을 할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한국의 대중에게 이런 가치들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행해보고 싶습니다.” 
 
이씨는 부산에 있는 할아버지 집으로 돌아갔어요. 그 지역의 청년들이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지난해 5월 'B Salon'이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열었습니다. B는 ‘렛 잇 비(Let it be)’에서 가져와 ‘있는 그대로 두기, 기본으로 돌아가기’라는 뜻을 담았어요. 현재 이씨는 한국에 있는 지역 조직가(local organizer)로, 기업가정신을 통해 지역 사회를 강화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곧 열릴 평창올림픽에서는 미국 NBC방송 뉴스팀에서 활동할 계획이에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공동창업자에서 비정부기구(NGO) 활동가, 방송 코디네이터, 명상 코치, 콘퍼런스 기획자,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주인으로 변신을 거듭해 온 이씨. 그가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뭘까요. 

이송이씨는 20대 시절 5개 이상의 직업을 경험하며 40개국을 넘나들었다. 다양한 성공과 실패를 겪은 그는 청소년에게 '내가 누군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보라'고 말했다.

이송이씨는 20대 시절 5개 이상의 직업을 경험하며 40개국을 넘나들었다. 다양한 성공과 실패를 겪은 그는 청소년에게 '내가 누군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보라'고 말했다.

“내가 누군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보면 좋겠어요. 명상이나 책을 통해서 발견할 수도 있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할 수도 있겠죠. 나를 발견했다면 내 삶의 주체가 됐으면 좋겠어요. 내 인생은 부모가 아닌 내가 살아가는 것이고 나에 대한 결정도 내가 하는 것, 그 대신 결정에 따른 책임도 따른다는 성숙한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책임을 지려면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한데,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것에 좀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으면 좋겠어요.”  


글=꿈트리 김은혜 에디터 
 
*블록체인(blockchain): 각종 거래 정보를 중앙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여러 곳으로 분산해 동시 저장하는 기술로, '공공 거래 장부'라고도 부른다. 평균 10분 간격으로 거래 정보가 하나의 암호화된 블록으로 묶이며, 다시 블록과 블록이 결합하면서 체인이 형성된다. 하나의 장부를 여러 겹으로 포장해 숨기는 것보다 여러 사람에게 장부의 사본을 갖도록 하는 것이 위조를 어렵게 하고, 이를 통해 해킹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활용했다. 여러 곳에 동시에 저장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장점도 있다. 
 
*해커톤(hackathon):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디자이너·개발자·기획자 등이 팀을 꾸려 긴 시간 동안 한 장소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시제품 단계의 결과물을 완성하는 대회를 말한다.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행하는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dreamtree.or.kr)’의 주요 콘텐트 중 하나입니다. 무엇이 되겠다(what to be)는 결과 지향적인 진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겠다(how to live)는 과정 중심의 진로 개척 사례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틀에 박힌 진로가 아닌,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진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현재의 성공여부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 행복을 찾고, 남들이 뭐라 하든 스스로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길’을 점검해 보시기 희망합니다. 꿈트리 '자기주도진로'는 소년중앙과 협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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