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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수사권 전문검사', “권력기관 개혁, ‘정치경찰’ 키울까 우려”

검사 시절 수사권 조정 관련 최고 이론가로 꼽혔던 이완규 변호사는 청와대의 권력기관 개혁방안에 대해 "이론은 있지만 각론이 없다"고 우려했다. [중앙포토]

검사 시절 수사권 조정 관련 최고 이론가로 꼽혔던 이완규 변호사는 청와대의 권력기관 개혁방안에 대해 "이론은 있지만 각론이 없다"고 우려했다. [중앙포토]

검찰ㆍ경찰ㆍ국정원 등의 기능을 재편하는 청와대의 ‘권력기관 개혁방안’ 발표가 이뤄진 14일, 검찰 내부는 술렁였다. 
 
검찰의 권한이던 대공수사권과 일부 특수수사권, 일반 수사권까지 경찰에게 넘긴다는 대대적 개편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경찰이 수사권을 쥐고, 검찰은 보충 수사기관으로 전락하는 방향으로 권력기관 지형이 뒤집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검사 재직 시절 ‘수사권 전문가’ ‘법이론 전문가’로 불리며 검ㆍ경 수사권 조정에 비판 목소리를 냈던 이완규(56ㆍ사법연수원 22기)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가 청와대의 개혁방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이른바 권력기관 개편 문제가 매년 거론되다가 유야무야된 이유는 이론만 있을 뿐 세부적인 각론들에 대한 철저한 대안 마련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자치경찰제 등이 뿌리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안이 시행될 경우 이른바 ‘정치검찰’에 제기되던 문제들이 권한만 비대해진 ‘정치경찰’로 옮아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이 발표되자 검찰 수뇌부를 겨냥해 “직(職)을 걸고 수사권 조정에 반대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고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평검사와의 대화’에 대표로 참석해 “정치권이 검찰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문제”라는 취지의 날 선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인 지난해 8월엔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정권 교체기의 혼란기이고 검찰의 인적 쇄신이 필요한 시기라는 이유로, 청와대 주도로 전례 없는 인사도 몇 차례 행해졌다”는 쓴소리를 남긴 뒤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을 끝으로 검사복을 벗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권력기관 개혁방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론은 있되 각론은 없었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 등 개편은 헌법, 형사법, 정부조직법 등과 연계돼 세밀한 대안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 이슈다. 단순히 조직도를 새로 그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수사권 조정 문제가 매년 거론되지만 정작 현실화되지 못한 이유다. 청와대에서도 발표를 앞두고 나름의 고충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안은 논문 수준을 넘어서 세부적인 대안, 구체적 법 개정 방안 등도 고민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어떤 면이 세부적이지 못했다고 생각하나
“수사를 지휘하고 책임을 지는 주체가 불명확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각종 수사는 법무부 장관→검찰→사법경찰 순서로 지휘, 실행된다. 법무부 장관이 수사를 책임지되 그것이 잘못되면 의회의 견제(해임건의권)로 통제를 받는 구조다. 자치경찰제가 확립되면 장관의 역할을 자치단체장이 맡게 되지만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 자칫 국가 경찰이 수사권을 틀어 쥔 상황에서 통제받지 않는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그간 지적돼 온 ‘정치 검찰’의 폐해가 권한만 비대해진 ‘정치 경찰’로 이름만 바뀔 수 있다. 검찰은 법무부 장관 ,국가 경찰은 행정안전부 장관이 책임을 진다고 하지만 수사 책임자가 둘로 나뉘게 돼 충돌이 자명하다. 수사 책임자는 한명으로 족하다. 그래야 책임 소재가 분명해진다.”
 
평검사와의 대화에 참석한 이완규 변호사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중앙포토]

평검사와의 대화에 참석한 이완규 변호사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중앙포토]

검찰 비난 여론이 큰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검찰이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다. 검찰이 바뀌고 개혁돼야 한다는 점은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빈틈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이 문제 있으니 권한을 축소한다는 당위성 차원의 접근으론 검찰 개혁이 이뤄지기 힘들다. 당장 영장청구권이나 수사지휘권 문제에 있어 청와대에서는 ‘권한 밖’이라는 입장을 내지 않았나.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개편안인 만큼 각 기관의 입장도 수렴하고 국민 여론도 공청회 형태로 투명하게 모았어야 했다. 단지 특정 기관에 대한 ‘징벌적’ 차원에 집중해 개편안을 성급하게 발표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국정원, 검찰, 경찰, 공수처가 각자의 영역에서 업무를 하는 게 왜 문제냐는 시각도 있는데  
“순진한 접근이다. 일단 ‘각자의 영역’이라는 말이 매우 추상적이다. 칼로 무 자르듯 나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일례로 ‘가습기 살균제 사태’ 같은 경우 일반 수사를 경찰에서 할지, 검찰에서 할지 애매하다. 지역에서 정치 비리 사건이 터지면 공수처, 자치경찰 중 누가 나서야 하나. 또 특정 사건에 대해 검, 경, 공수처가 각자 내사 단계의 초동 수사를 진행했다면 나중에 ‘교통정리’는 어떤 기관에서 할 것인가. 이런 부분들이 명확하게 클리어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 안에 허점이 많다는 뜻이다.”
 
안보수사처 신설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대공수사권을 별도 기관에 맡기는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이를 경찰청 산하에 두는 건 적절치 않다. 수사에 있어 지휘 주체도 중요하지만 책임을 누가 지는 지도 중요하다. 대공 수사가 완료되면 이에 대한 책임이 법무부 장관에게 있는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있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대공수사를 하는 별도 기구를 신설하되 법무부 장관 산하에 둬야 책임 주체가 명확해진다.” 
 
그 외에 하고 싶은 말은
“권력기관을 개편하기 위해선 영장청구권, 수사지휘권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지부터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 이번 청와대 발표 뒤에 검찰에서 위기감이 조성된 것이 사실이지만 일각에선 ‘수사지휘권과 영장청구권이 우리에게 있는데 뭐가 문제냐’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형사법과 헌법에 손을 대야 하는 문제라 쉽지 않은 것이다.  
수사 종결권을 경찰에게 주는 방안도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공소권은 공소를 제기하느냐, 제기하지 않느냐로 발현된다. 수사 종결권을 경찰에게 준다는 것은 공소권 일부를 경찰에게 넘기는 모순도 생긴다는 의미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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