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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소말리아 해적 서울 압송작전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김종대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할 때 김태영 국방장관이 패키지로 맺은 비공개 군사협정을 규탄했다. “원전 수주라는 눈앞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군대를 흥정 대상으로 한 죄, 현직이라면 탄핵감. 헌법 60조 ‘국군 해외파병에 대한 국회 동의권’을 저촉하는 위헌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럴듯해 보이는 궤변이다. 경제를 위해 군사를 희생시켰다는 식의 제로섬 논리는 사람을 선동하는 데 그만이지만 실제 역사에선 포지티브섬 현상이 벌어졌다. 한국은 경제와 군사에서 모두 이익을 봤다. 김종대의 위헌론은 발생하지 않은 일을 상대로 한 준엄한 논고일 뿐이다. 허수아비한테 삿대질하기랄까.
 
원전은 상품의 성격 자체가 시장의 이해타산을 넘어선다. 지정학적 역량이 투입되는 국가 총력 상품이다. 수출 상대국에 따라 원전과 군대를 한 묶음으로 협상하는 방식은 죄이긴커녕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국익창출 행위다.
 
2009년 원전 수출 과정에서 김태영 장관은 UAE와 네 건의 비공개 군사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런 군사적 신뢰를 바탕으로 2010년 12월 국회에서 파병 동의안이 통과돼 이듬해 1월 11일 특전사 130명이 UAE 땅을 밟는다. 특전사 아크부대가 상징하는 양국 간 ‘형제의 의리’가 없었다면 한국은 큰 낭패를 볼 뻔했다. 부대 주둔 보름 뒤인 2011년 1월 26일 소말리아 해적들이 석해균 선장의 삼호 주얼리호를 납치한 사건이 터진 것이다.
 
한국은 ‘아덴만의 여명’이라는 인명구출 작전에 성공했지만 생포한 해적 5명을 신속히 서울로 압송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 공군 수송기나 민항기를 보내려면 영공을 통과하는 주변 9개국과 중간 급유를 위해 들르는 5~6개국의 허가를 받아야 할 일이다. UAE 왕실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줬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제가 “우리는 형제의 나라 아니냐”라며 보잉737 왕실 전용기를 흔쾌히 내준 것이다. 왕실기엔 해적들을 감시하기 위해 아크부대 요원 10여 명이 올라탔다. 역지사지 하면 한국의 대통령 전용기를 범죄자를 수송하는 외국의 군사작전용으로 쓰게 한 셈이니 파격도 이런 파격이 없다.
 
김종대의 주장은 틀렸다. 군사의 결정적인 국면에 UAE가 우리를 도왔다. 이 사실을 외면한 채 김태영을 무슨 반역 행위라도 한 듯 몰아붙였으니 생사람 잡기 아닌가.
 
한국에 정성을 기울였던 무함마드 왕세제로선 한국의 새 정부가 적폐청산이라는 국내적인 이유로 군사협약을 수정해야겠다고 달려들자 기가 막혔을 것이다. 그는 단교론을 꺼내며 격노했다고 한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황망히 찾아가서 고개를 숙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칼둔을 초청해 “결혼한 사이니 뜨겁게 사랑하자”며 낯뜨거운 메시지를 보내야 했던 이유다. 문재인 정부와 그의 지지세력이 정권이 바뀌어도 국가는 계속된다는 교훈을 배우길 바란다. 김종대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관념론에 빠져 역사적 현실을 무시하다간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김종대 의원은 극단적으로 관념적이고 비현실적인 주장을 자제했으면 한다. 지난해에도 북한 귀순 병사를 이국종 교수가 살려내자 “기생충까지 다 공개돼 인격 테러를 당했다. 이 교수는 의료법 19조를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이 교수는 김종대의 선동에 걸려 꼼짝없이 불법 의사 신세가 될 뻔했다. 이국종은 불법 의사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북한 병사를 치료하는 것 이상의 에너지를 소모했다고 한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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