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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가는 길? 미술관 가는 길

파라다이스시티호텔 로비에 자리한 쿠사마 야오이의 대형 호박과 뮌의 크리스탈 작품.

파라다이스시티호텔 로비에 자리한 쿠사마 야오이의 대형 호박과 뮌의 크리스탈 작품.

18일 개항을 앞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에 높이 18.5m의 거대한 설치작품이 등장했다. 프랑스 조각가 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55)의 ‘그레이트 모빌’. 제목 그대로 거대한 규모의 모빌이다. 출국 심사를 마치고 탑승 게이트로 이동하는 총 700m 길이의 통로에는 19개 기둥에 입힌 파사트 아트 ‘윙스 오브 비전’이 설치됐다. “구름의 교향곡을 통로에 펼쳐놓고 싶었다”는 작가 지니 서의 작품이다.
 
인천공항은 제2여객터미널 개항을 앞두고 청사 곳곳에 설치한 예술작품 5점을 최근 공개했다. 총 46억원이 투입된 ‘아트포트’(ART+PORT) 프로젝트다. 제2여객 터미널은 거대한 미술관을 방불케 한다.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인천공항은 최근 미술관 인증을 추진해왔다. 미술관 인증을 위한 요건이 까다로워 그 실현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아트포트’ 프로젝트에 대한 인천공항의 포부가 남달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하물 수취 구역에 설치된 김병주 작가의 ‘앰비규어스 월’.

수하물 수취 구역에 설치된 김병주 작가의 ‘앰비규어스 월’.

공항이 바뀌고 있다. 출·입국 기능을 전담하던 공간을 넘어 여행객들이 머물고, 경험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문화예술 체험의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은 ‘아트 로드’(Art Road)라 불러도 될 듯하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자리한 복합 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역시 ‘아트테인먼트’(아트+엔터테인먼트) 리조트를 표방하며 세계의 유명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대거 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개관한 파라다이스시티는 정문에 최정화 작가가 만든 거대한 왕관 형태의 작품 ‘골든 크라운’을 시작으로 곳곳에 쿠사마 야요이, 데미안 허스트, 수보드 굽타, 로버트 인디애나 등 세계적 작가들의 대형 미술작품을 배치해 놓았다. 호텔 각 층과 객실에 걸린 작품까지 합치면 소장품이 총 2700여 점에 달한다.
 
이 호텔은 예술품의 위치와 소개를 담은 ‘아트맵’을 안내 코너에 비치하고, 투숙객 등을 대상으로한 아트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공항과 호텔의 새로운 풍경이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설치된 지니 서의 ‘윙스 오브 비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설치된 지니 서의 ‘윙스 오브 비전’.

 
공항과 호텔이 복합문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2010년 이후 세계적인 공항들이 미디어 아트, 설치 미술 등을 경쟁적으로 도입해온 결과다. 이는 공항에 첨단 테크놀로지가 투입되면서 생긴 변화이기도 하다. 김혜진 인천공항 여객서비스팀 과장은 “공항의 자동화 시스템 때문에 공항의 출입국 관련 절차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됐다. 하지만 항공 여행의 특수성 때문에 여행객들은 공항에서 2~3시간 대기한다”며 “여행객에게 제공하는 경험의 질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브 공항’으로 선두 자리를 굳히기 위해 세계 공항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환경도 또 다른 요인이다. ‘경유지’로서도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김혜진 과장은 “공항 입장에선 평균 4~5시간을 공항에서 체류하는 경유 승객도 매우 중요한 고객”이라며 “이들을 위해 면세 쇼핑 이상의 서비스를 고민해야 했다”고 말했다. 휴식과 레저 기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자비에 베이앙의 ‘그레이트 모빌’. [사진 자비에 베이앙, 313아트프로젝트]

자비에 베이앙의 ‘그레이트 모빌’. [사진 자비에 베이앙, 313아트프로젝트]

 
호텔도 마찬가지다. 파라다이스 세가사미 미술 담당 전동휘 부장은 “호텔은 이제 숙박 기능을 넘어서 그 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스테이테인먼트’ 기능이 중시되고 있다”며 “예술작품이 방문객에게 휴식과 힐링을 선사하는 핵심 콘텐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 설치된 데미안 허스트의 ‘골든 레전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 설치된 데미안 허스트의 ‘골든 레전드’.

 
‘핫플레이스’가 소비자들의 감성을 대변하는 장소로 떠오른 트렌드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다음소프트 연구원들이 펴낸 『2018 트렌드 노트』에 따르면,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나를 말해주는 시대’다. 저자들은 “과거에는 물건을 소유하는 게 중요했다면, 요즘엔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장소야말로 시대 감성을 대변하는 키워드”라고 말했다. 휴식과 재미의 가치와 더불어 경험하고 발견하는 공간, 즉 ‘장소’와 ‘취향’의 의미가 커졌다는 의미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해외 공항도 예술과의 접목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제4터미널을 연 싱가포르 창이공항이나 미국 LA공항, 네덜란드 스키폴공항이 대표적이다. 특히 아시아 허브공항 자리를 놓고 인천공항과 경쟁하고 있는 창이공항은 제4터미널에 세계 유명작가들의 작품 6종을 배치하고 인천공항을 벤치마킹한 전통문화관을 조성했다. 공항과 호텔이 ‘다시 찾고 싶은 곳’이 되기 위해 문화 콘텐트 경쟁을 벌이는 또 다른 풍경이다.
 
이은주·이후남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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