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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의 퍼스펙티브] 과학이 인간 신적 존재로 만들 것

인간의 미래 
요르단 출신 미국인 마흐무드 하산 부부는 유전성 신경 대사 장애인 리 증후군(Leigh Syndrome) 때문에 두 아이를 잃었다. 아이들이 엄마의 미토콘드리아를 통해 결함 있는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아이를 낳아도 동일 증상을 보일 것이 확실했다. 부부는 뉴욕 뉴호프불임센터를 찾았다. 연구팀은 어머니의 결함 있는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건강한 여성의 난자 핵과 교체한 뒤 아버지의 정자와 체외수정했다. 이 배아를 어머니의 자궁에 착상시켰다. 아기는 지난해 시술 규제가 없는 멕시코에서 건강하게 태어났다. 부모 3명의 유전자를 가진 아기가 세계 최초로 탄생한 순간이다.
 
1978년 영국에서 시험관 아기가 태어난 후 38년 만의 일이다. 시험관 아기 때와 마찬가지로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건강한 아기를 얻고 싶은 이 부부에게 누구도 돌을 던지지 못했다.
 
유전자 혁명이 가속하고 있다. 결함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교체해 암·알츠하이머병·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등 난치병을 치료하는 유전자 치료 기술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21세기를 사는 인간에게 세 가지 도전이 시작됐다. 첫째는 신체라는 하드웨어적 도전이다. 둘째는 인간 정신이라는 소프트웨어적 도전, 셋째는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펌웨어(Firmware)적 도전이다. 펌웨어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중간에 해당하는 전자회로다. 세 도전을 통해 인간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지적·신체적 능력을 지닌 존재로 부상할 것이다.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도 『호모 데우스』에서 “앞으로 올 몇십 년 동안 우리는 유전공학·인공지능(AI)·나노기술을 이용해 천국 또는 지옥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짐승 수준의 생존 투쟁에서 인류를 건져 올린 다음 할 일은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신이 된 인간)로 바꾸는 것이다”고 밝혔다.
 
유전자가위로 난치병 정복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첫째 하드웨어적 도전은 배아 복제와 유전자가위 기술이다. 동물 배아복제 기술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동물을 대상으로 실행하던 기술이다. 영국의 아기 양 둘리도 이 방법을 통해 태어났다.
 
2013년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는 사람의 피부에서 채취한 체세포를 핵이 제거된 여성의 난자에 주입했다. 이렇게 체세포와 융합된 난자는 체세포의 DNA를 증식시켜서 배아 상태로 발달했다. 자궁에 착상시키면 아기로 태어날 수 있는 배아가 만들어진 것이다.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는 기술은 이미 시험관 아기 시술에서 일반화돼 있다.
 
우리는 봄에 버드나무 가지를 땅에 꽂으면 뿌리가 내려 자라는 것을 본다. 이렇게 자라난 나무는 100% 엄마 나무와 동일한 특성을 지닌다. 이 같은 복제는 동물에 이미 실현됐고, 인간의 경우에도 문턱에 와 있다, 인간은 복제 인간이 태어나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배아를 성장시키면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줄기세포 치료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2015년 중국 중산대 준지우황 교수는 유전자가위로 인간 배아에서 빈혈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 실험은 86개의 배아를 대상으로 실시하여 28개가 정상적으로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유전자 편집은 유전자 서열에서 우리가 원하는 위치를 찾아 연결 부위를 잘라 다시 붙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크리스퍼(CRISPR)라는 유전자가위를 이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면 아기로 태어날 수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이미 동물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실현해봤다. 인간 대상 실험은 윤리성 논쟁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허용되지 않았었다. 중국이 치고 나가자 이듬해 영국이 유전자가위 실험을 허용했다. 지금은 한국을 제외한 많은 국가가 다투어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병 치료를 연구하고 있다.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 연구팀도 작년에 성공했다. 그러나 규제 없는 미국에 가서 실험했다. 20년 후에는 중국이 유전병 없는 아기 출산에 선진국이 될 것이다. 가장 규제가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인간 지능 뛰어넘는 AI 등장
 
두 번째 소프트웨어적 도전은 인공지능(AI) 기술이다. 1956년에 개념이 도입된 AI는 많은 기대 속에 연구가 시작됐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사람들이 실망하기 시작했다.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도 90년대 인공지능 연구계획서를 제출하면 매번 퇴짜 맞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던 중 IBM 왓슨(퀴즈, 2011년)과 구글 알파고(바둑, 2016년)의 출현으로 상황이 변했다. 거의 모든 분야에 AI가 적용되기 시작했고, AI 전문가의 주가는 치솟았다.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이 되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컴퓨터가 출현할 것이라 예측했다. 이러한 특이점(Singularity)이 언제가 될 것인지 논쟁은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그 시점이 올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부정하기 어려운 것 같다. 인간은 사용 가능한 두뇌가 한정되어 있지만, 컴퓨터는 기억장소를 거의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의 알파고를 이긴 ‘알파고 제로’는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었다. 알파고는 인간의 기보(棋譜)를 이용해 학습하는 데 반해 알파고 제로는 기보를 이용하지 않았다. 오직 바둑의 규칙만을 이용했다. 지금까지는 인간의 경험을 주고 ‘학습’하는 것이 관심사였는데, 이제는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학습’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학습해 나갈 방향(목적함수)을 정해주기만 하면 강화학습 덕분에 스스로 학습해 간다.
 
지금까지 AI는 인공신경망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학습능력 향상에 초점을 두고 발전해 왔다. 앞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기술은 두 가지 더 있다. ‘유전자 알고리즘’과 ‘퍼지이론’이다. 유전자 알고리즘의 돌연변이 연산자는 돌발적인 계산을 하는 특성이 있다. 돌발적이라는 뜻은 바꾸어 말하면 창의성이다. 퍼지 이론은 애매한 것을 계산할 수 있게 해주는 이론이다. 인간의 감성은 원래 ‘춥다’ ‘덥다 ’등으로 정확하지 않다. 퍼지 이론은 이러한 애매한 감성을 다룰 때 이용된다.
 
필자가 개발한 퍼지 엘리베이터는 인간의 모호한 판단을 AI가 대신하게 한 것이다. 아직은 창의 AI와 감성 AI에 관심이 적지만, 조만간 폭발할 것이다. 필자는 한국이 다른 나라의 뒤를 따라가지 말고,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컴퓨터 연결해 인간 두뇌 확장
 
세 번째 펌웨어적 도전은 바이오닉스 기술이다. 바이오닉스 기술은 인간의 신경과 기계를 연결하여 인간의 능력을 향상한다.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적 신호를 추출·해독해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추구한다. 인간의 신경과 전자회로 사이를 연결한다는 면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중간적 성격이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신체 외부에서 신호를 측정하는 비침습적 방식과 신체에 기기를 주입하여 신호를 얻는 침습적 방식이 있다. 2011년 미국 브라운대에서는 15년간 누워있던 58세 여성이 뇌파로 로봇 팔을 조종해 커피 병을 들어, 커피를 마신 뒤 병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실험에 성공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개막식에서 사지 마비 장애인이 뇌파를 이용한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시축을 했다.
 
뇌에 기기를 산입해 뇌파를 읽는 기술도 크게 발전하고 있다. 2012년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은 사지 마비 장애인의 뇌 운동 피질에 2개의 미세전극 배열을 삽입, 로봇 팔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2014년 버클리대 앨런 코엔 교수팀은 자기공명영상(fMRI)을 해독해 그 사람이 본 영상을 거의 비슷하게 재현해냈다. 사람의 얼굴을 보여주었는데, 실제 보여준 사람의 얼굴과 비슷한 모습으로 재현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2017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연구하는 뉴럴링크(Neuralink)를 설립했다. 초소형 칩을 뇌에 삽입해 컴퓨터와 인간의 뇌를 연결하는 브레인 컴퓨터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인간 두뇌의 유한성을 극복해 외부 AI 컴퓨터로 연결 확장하려는 것이다. 황당해 보이던 전기자동차, 재활용 우주발사체 등을 성공시킨 사람의 말이라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KAIST 바이오뇌공학과 연구실에서도 이와 관련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쥐의 뇌세포를 전자회로 위에서 배양해 뇌세포회로-전자회로가 결합한 칩을 만든다. 전자회로에 전기신호를 주면 뇌세포가 반응을 보인다. 반대로 빛이나 약물로 뇌세포를 자극하면 전자회로에 신호가 잡힌다. 아직 그 신호의 뜻을 해독하지 못하고 있지만, 생체회로와 전자회로가 직접 교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 행복을 중심에 둔 질문 필요
 
세 가지 도전을 받는 인간은 어떻게 대응하며 자신을 변화시킬 것인가? 세 기술은 이미 우리 손안에 들어와 있다. 인간은 기존의 규범과 윤리 체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기술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할 것인가.
 
인류는 불·칼·인쇄술·망원경·트랜지스터를 이용해 현대문명을 이루었고, 원자탄을 만들어 긴장 속에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인간은 스스로 질문을 한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과 차이를 보인다. 인간이 자신을 바라보고 인식한 모습을 자아라고 한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초인적 능력을 갖춘 존재를 신으로 섬겨왔다.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지적·신체적 능력이 향상된 ‘증강 인간’의 출현을 상상할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은 자기 자신과 세계를 바라보는 의식이 우리 ‘자연인’과 사뭇 다를 것이다. 자아의식과 인생관이 다르고, 영혼과 마음에 대한 인식도 다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섬기는 신은 현재 우리가 섬기는 신과 차이가 날 것이다. 미래 ‘증강인’과 ‘자연인’ 사이의 조화로운 공존이 과제로 대두한다. 인류의 미래는 삶의 목적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인간에 대해 질문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미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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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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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