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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 체인’ 기술에 열광하는 청춘들 뒤엔 부의 양극화

[Neo 커뮤니케이션] 2018년 4가지 키워드
1996년에서 2010년 사이에 태어난 Z세대(제네레이션Z)는 95%가 유튜브를, 69%가 인스타그램을 사용할 정도로 디지털 기술과 소셜미디어에 친숙하다. [iStock/LDProd]

1996년에서 2010년 사이에 태어난 Z세대(제네레이션Z)는 95%가 유튜브를, 69%가 인스타그램을 사용할 정도로 디지털 기술과 소셜미디어에 친숙하다. [iStock/LDProd]

2018년 벽두부터 영화 ‘1987’이 온 나라에 큰 감동을 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날이 오면(When the Day Comes)’이라는 영어 제목이 마음에 든다. 각자가 서 있는 자리에서 뜨거운 가슴으로 제 역할을 했던 기자·검사·의사·성직자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마도 30년이 지난 오늘의 모습에서 이런 정신을 접하기가 쉽지 않기에 그 시절 그 장면들이 더욱 귀하게 여겨지는 듯 하다.
 
올해는 세계 경제의 호황과 수출 호조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3%를 넘어서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년 넘게 머물던 2만 달러 시대를 드디어 넘어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2만 달러 시대에 진입했던 2006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은 ‘당신(YOU)’이었다. 자신이 만든 콘텐트를 웹을 통해 대가 없이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위키피디아에 자신의 지식을 제공하고, 세컨드라이프에 아바타를 만들고, 아마존에 서평을 올리는 능동적인 네티즌이 새로운 디지털 민주주의와 지식 공유의 기초를 세울 것으로 본 것이다. 타임은 그 해의 발명품으로는 유튜브를 꼽았다.
 
그런데 오늘의 모습이 과연 12년전 우리가 꿈꿨던 디지털 민주주의의 미래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이 사람보다 더 능동적으로 사람을 이끌어가고, 상업적인 웹 알고리즘의 가이드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오히려 더 편향되고 고립돼 간다. 빠르고 다양한 디지털 컨버전스가 일어나면서 자본, 인공지능 기술, 데이터를 확보한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 사이의 격차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대학생들과의 포럼 자리에서 “인공지능을 주도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말했다. 공유와 참여의 디지털 공간은 이제 더 이상 놀이터가 아닌 치열한 전쟁터가 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 우리나라는 북핵 이슈와 지방선거 등으로 국내외 정치·외교적 갈등과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편향성이 두드러지는 ‘편가르기의 사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분열과 갈등이 심해지며 참을성이 아주 낮은 사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생물학적 역치(Threshold)보다 사회적 역치가 점점 낮아져 더 이상 참지 못하는 것이 아닌 ‘참지 않는 사회’ 또는 ‘참고 싶지 않은 사회’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장병탁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지금은 토마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밝혔던 근본적인 기술적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전통 사회 질서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 일어나고 있는 시점”이라며 “이로 인해 새로운 사회 갈등을 잉태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회 안전망이 부족한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부의 양극화 심화는 참고 싶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공간에서 분노를 표출하게 유도한다.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하든 몇 가지 키워드를 고려한 진정성있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타임지는 2017년 올해의 인물로 ‘미투 운동’에 참여한 ‘침묵을 깬 사람들(silence breakers)’을 선정했다. 소셜미디어의 시대에 내부고발자(whistleblower)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한 힘을 갖게 됐다. 내부에서 침묵할 경우의 리스크를 미리 찾아내 경청과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1. 확증편향 │ SNS서 입맛 맞는 정보만 선택 그 정보로 믿음 키워 악순환
무엇보다도 사회적인 소통 방식이 맞춤형 정보 서비스 환경에 길들여져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확증 편향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미국 프린스턴대·다트머스대, 영국 엑스터대 공동 연구팀이 지난 미국 대선에서 가짜뉴스의 영향력을 분석해 이달 초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가짜뉴스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일치하는 정보만 접하고 편향된 믿음을 강화하는(확증편향) 일종의 ‘메아리 방’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필터링된 가짜 정보를 얻고, 이와 비슷한 정보만 계속 찾는 ‘필터 버블’이 형성되면서 더욱 더 사고가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위험을 피하려면 팩트 체크된 뉴스를 보고, 다른 검색 엔진을 활용해서 크로스 체크하고, 소스 출처도 확인하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둔 올해는 개인이나 조직이 진실·사실과 거짓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서 어떤 목적을 갖고 과장, 왜곡, 확대 해석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사실을 비틀거나 뒤흔들 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a상된다. 새로운 방법으로 입맛에 맞는 데이터를 생산하고 영향력을 키울 기회도 늘어났다. SNS 관련 기업, 컨텐트 제작, 확산 작업을 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책임 의식을 갖고 주도적으로 팩트 체크를 하고 공유하지 않는다면 뒷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닐 레비 옥스포드대 교수(철학)는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적 신념과 감정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탈 진실의 시대에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진실을 추구하도록 유도해 가치의 변화를 끌어내는 ‘넛지 투 리즌(Nudges to reason)’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 감성기술 │ 가성비에서 가심비의 시대로 … AI 조수 인간사회 편입 가속도
대화용 로봇인 챗봇이 쇼핑과 고객상담 분야에 빠른 속도로 도입되고 있다. 고객상담 센터에 문자로 문의했을 때 바로 설명을 받았다면 아마도 상대는 챗봇일 확률이 크다. 기술의 향상으로 기업들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아주 획기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서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로 소비 트렌드가 옮겨가면서 사람의 감정을 데이터화해 활용하는 알고리즘 기반의 정서 컴퓨팅(Affective computing)이 각광을 받고 있다.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것은 물론 말하기도 전에 우리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는 음성 지원 인공지능 조수들이 인간 사회의 일부가 되고 있다. 자율적이고 감각적인 인공지능이 감정, 인간성, 느낌까지 불어 넣어준다고 해서 감성 기술(Warm Tech)이라고 부른다. 감성 기술은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거스를 수 없는 디지털 트렌드가 될 것이다.
 
3. 양부모 기술 │ 태어나며부터 스마트폰은 친구 … 디지털 기술이 ‘양부모’ 역할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술을 접한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나 알파세대(2010년 이후에 태어나 디지털과 더 연결된 세대)가 어떻게 디지털 기기와 상호작용을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관찰과 연구가 필요하다.
 
와이즈 앱이 2017년 11월에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10대가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은 유튜브였다. 중국에서도 Z세대의 파워블로거(왕홍, 网红)의 마음을 잡아야 마케팅에 성공할 정도로 온라인의 영향력이 대단하다.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숙의적 공론화’ 과정에서의 세대별 특징을 보면 우리나라의 Z세대는 1차 때 유보 의견이 53%로 가장 많았으나 숙의를 거친 후 4차 조사때는 유보 5%, 재개 53%로 바뀌었다. 모든 연령층 가운데 유보 비율이 가장 높았으나, 이념적 이유로 어느 한 쪽을 고수하기보다는 좀 더 풍부한 정보, 다양한 의견을 접한 뒤 마음을 정하는 합리적이고 유연한 특성을 보여준 것이다.
 
앞으로는 자녀 교육에서도 인공지능 스피커 등을 활용한 증강 육아(Augmented Parenting) 방식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요즘은 3~4살 어린이도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영상을 자유롭게 찾아 본다. 스피커형 인공지능 비서는 베이비 시터 역할을 하며 아이들의 인성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아이가 도덕적 판단이 필요한 질문을 했을 때 어떤 기준으로 답해야 할 지를 깊게 고민해야 한다.
 
결국 사람들이 디지털 상호작용을 통해 행동, 정보, 매너를 배우는 데 영향을 미치는 양부모 기술(Foster Tech)에 대한 융합적 연구가 활발히 전개될 것이다. 또 여러 디지털 기기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뇌와 눈·손을 직관적으로 잇는 흐름 등이 앞으로 제품 디자인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세대간 디지털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대답 역시 이들을 관찰하고 교류하며 찾아야 한다.
 
4. 구동존이 │ 공통을 추구하고 다름을 인정 … 권위 앞세운 유교통념 급속 해체
편향성이 높고 참을성이 낮은 사회일수록 공통을 추구하되 다름을 인정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가치는 높아진다. 양극화에 분노하며 급진적인 투명성을 요구하는 젊은이들이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에 열광하는 이유는 정보의 중앙 집중 대신 공유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전통과 권위를 불신하며 비밀을 거부하는 사회적 환경에서 개인들은 소셜미디어(SNS) 등 다양한 제보 채널을 갖고 기본권 보장을 위한 적극적 투쟁에 나선다.  
 
낮은 사회적 역치 분위기에서 스스로 정당화하며 동시에 위로받기를 원하고 있다. 유교적 전통을 기반으로 한 사회 통념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생각과 말과 행동에서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원칙을 의식적으로라도 세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건전한 상식의 눈높이로 현실을 직시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감성을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박영숙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대표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텍사스 주립대에서 광고학 석사를 받았다. 광고 기획, 마케팅 매니저를 거쳐 2002년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컨설팅펌 플레시먼힐러드에 합류했다. 다수의 공공 부문 위원회와 아름다운재단 이사 등 비영리 부문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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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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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