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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러치백이 일수 가방 같다고? 신사의 품격이죠

[두남자의 스타일 토크] 액세서리
이탈리아 남성들은 어려서부터 재킷과 팬츠 색깔을 매치하는 법을 부모나 주위 어른에게서 꾸준히 배운다. [사진 피티 우오모]

이탈리아 남성들은 어려서부터 재킷과 팬츠 색깔을 매치하는 법을 부모나 주위 어른에게서 꾸준히 배운다. [사진 피티 우오모]

액세서리는 여자들의 물건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남자가 자신을 꾸미는 걸 남사스럽게 생각하는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동물의 세계를 보면 사자나 공작은 물론 금술좋기로 유명한 원앙도 수컷이 훨씬 화려하다. 제대로 꾸미면 남자다움을 한껏 끌어올려주는 남성 액세서리. 지나치지 않게 자신을 꾸미는 법에 대해 패션을 사랑하는 두 남자가 이야기를 나눴다.

남자 가방은 브랜드 영향 덜 타
디자인 살리면 클러치백도 제격
액세서리도 자신 스타일 찾아야

이탈리아 남자는 손목이 ‘놀이터’
영국선 어릴 때 차림 예절 가르쳐

브랜드 과시 한국선 유행만 좇아
양말 하나로도 이미지 확 달라져

 
신동헌(이하 신)=남자에게 허락된 액세서리는 많지 않다. 액세서리라기 보다 평소 꼭 지니고 다니는 소품하면 제일 먼저 스마트폰을 떠올리게 되는데, 혹시 스마트폰과 관련해서 이런 건 정말 별로더라 하는 게 있었나.
 
남훈(이하 남)=이제 스마트폰은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예전에는 휴대폰 전면을 덮는 플립 형태의 케이스가 촌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프라이버시를 위한 용도라면 괜찮다고 본다. 디자인이나 소재도 좋아졌고.
 
신=나도 덮개가 있거나 허리춤에 차는 휴대폰 케이스는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스타일에 살고 스타일에 죽는다는 애플에서도 플립 형태의 케이스를 출시하더라.
 
남=이제 그런 스타일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진 거지. 스타일은 원래 생겨나고, 배척되고, 받아들여지면서 발전해 나간다. 스마트폰 케이스가 받아들여졌다면, 이제 남자들도 가방을 챙겨 다니는 시대가 왔으면 한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가방을 성가시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사실 가방이 있으면 많은 것들이 해결된다. 소지품 분실의 위험이 줄어들고 주머니가 불룩 튀어나오지 않아 옷맵시도 좋아진다.
 
신=나도 옷 주머니에 뭔가를 넣는 게 싫어서 가방을 들고 다니는데, 항상 소지하는 스마트폰, 지갑, 담배만 넣기에는 가방이 너무 크고, 그렇다고 이것 저거 채워 넣자니 무거워져서 별로였다.
 
남=작은 클러치백 같은 걸 들지 그랬나. 예전에는 복장에 따라 가방도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규칙이 많이 완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슈트 차림에 백팩을 메거나, 편안한 트레이닝 복 차림에 클러치를 들고 다니는 경우도 많다.
 
 
가방 있으면 소지품 분실 위험 줄어
양말 하나로도 이미지는 확 달라진다./멋쟁이의 손목은 ‘놀이터’라고 불린다. [사진 아네피그래프]

양말 하나로도 이미지는 확 달라진다./멋쟁이의 손목은 ‘놀이터’라고 불린다. [사진 아네피그래프]

신=잘 차려입은 남자들이 가죽 소재의 가방을 들고 다니는 걸 보면 멋있어 보이긴 하더라. 그런데 클러치백을 들면 ‘일수하러 다니냐’는 말을 거짓말 조금 보태면 하루에 백번 정도 듣는 거 같다. 여전히 남자의 클러치백에 대한 찬반양론은 팽팽하지 않은가.
 
남=플립형 휴대폰 케이스도 예전엔 그랬잖은가. 여자들은 어떤 브랜드의 어떤 모델을 들고 있냐에 따라 그날 스타일링의 성패가 갈리는 경우가 있지만 남자들의 가방은 브랜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나는 클러치백을 좋아한다. 특별히 소지품이 많지 않은 날이면 꼭 클러치백을 애용한다. 디자인이나 사이즈에 좀 신경 쓰면 일수 가방이라고 놀림당할 일도 없다.
 
신=나는 일회용 라이터를 쓰는 남자가 그렇게 멋 없어 보이더라. 일회용 라이터 대신 듀퐁이나, 지포 라이터로 담배를 태우는 남자는 뭔가 어른스러워 보이지 않는가.
 
남=일회용 라이터를 쓰는 입장도 이해간다. 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라이터와 우산은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아 소모품이라 봐도 무방하니까(웃음). 어떤 게 좋다 나쁘다 말하기 전에 복장이 충분하지 않고 옷차림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데, 좋은 액세서리를 사용하라고 하는 건 무리라고 본다.
 
신=하루 중 적지 않을 시간을 흡연에 할애할 거라면 뭔가 관리를 하고 있다는 걸 티 냈으면 좋겠다. 꾸깃한 담배갑에서 술집 로고 새겨진 핑크색 일회용 라이터를 꺼내는 모습이 구차해 보이니까 흡연자들의 권리도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남=옷을 입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윳돈이 많아 쇼핑으로 쾌락을 느낀다기 보다, 자기 취향을 위해 투자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보다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신=이탈리아 남자들은 손목을 ‘놀이터’라고 표현하더라. 그만큼 다양하고 많은 시계나 팔찌들을 착용하던데, 멋쟁이라서 그런가 아님 사회적으로 보편화된 현상인가.
 
남=물론 멋쟁이들이 많이 하겠지만 대체로 이탈리아 남자들은 남이 시도하지 않는 아이템으로 멋을 내는 걸 즐긴다. 화려한 컬러의 재킷이나 팬츠를 입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처음 본 사람들도 예쁜 색을 입었다며 칭찬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그렇고, 확실히 불필요한 질타나 질투심이 적다. 그래서 멋내기에 부담감이 없는 거 같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쓸데없는 질투가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옷을 너무 잘 갖춰 입으면 성실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면 렌터카일 거라고 폄하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런 불필요한 수많은 억측들이 사라져야 된다.
 
책·사진 보지 말고 매장 방문해 구입
신=이탈리아 남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색깔 매치하는 법에 대해 배운다고 하더라. 재킷과 팬츠 컬러 조합이 좋다는 칭찬이나 양말은 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신어라 등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 어른들에게 꾸준히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남=영국에서 시작된 전통인데 영국 학생들은 교복을 입을 때부터 차림에 대한 예절과 격식을 배우게 된다. 반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교복을 다르게 입을까, 비틀어 입을까라는 생각이 우선이다. 학생 때 입던 교복이 어른이 돼서 입을 옷과 같은 맥락이라는 걸 이해시켜 주는 게 어른들의 역할인 거 같다.
 
신=옷을 똑바로 갖춰 입으면서 개성을 더할 방법도 충분히 있을 건데, 기본적인 룰은 배우려고도 하지않고 너도나도 유행을 좇는 데만 정신이 팔려있는 거 같다. 10대는 개성과 자유를 누려야 할 때인데, 또래들과 다르지 않으려 애쓰는 거 보면 좀 안타깝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일까.
 
남=특성이라 볼 수도 있고 하나의 거대한 팬덤 문화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특히 브랜드에 생기는 팬덤은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에서부터 생겨난다. 북유럽 사람들은 충분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어도 불구하고 그것을 과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을 배려하고 칭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있다. 어떤 브랜드를 입고 한정판 아이템을 지니고 있다를 과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좋아하는 방향으로 스타일링하는데 이런 부분이 꽤 인상 깊었다.
 
신=자동차를 탈 때도 예외가 아니다. 그 차가 어떤 느낌을 주는지보다 옷에서 브랜드를 따지듯 몇 CC냐, 어디 거냐, 얼마냐 등의 질문만 쏟아낸다. 차마다 운전자마다 느끼는 점이 다 다를 텐데, 그 다름에 대해서 주목하지 않는다.
 
남=액세서리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멋내는 도구로 생각지 말고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생각해야 된다. 나는 가죽을 좋아한다. 재킷이나 코트, 심지어 바지까지 가죽 소재로 된 제품을 즐겨 입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액세서리도 가죽으로 된 제품들을 찾게 되더라. 액세서리도 하나의 취미나 좋아하는 분야에 맞춰 접근하는 방식이 좋은 것 같다.
 
신=나도 가죽을 좋아해 가죽 공방의 수업을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수업명이 ‘에르메스 가방 만들기’였다. 내가 직접 만드는 가방이 꼭 유명 브랜드의 제품과 같아야 할 필요가 있는가 싶더라. 반면 미국이나 일본의 가죽 공방 수업은 전통적인 가방을 만들거나 직접 디자인해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방을 만드는 분위기더라. 우리나라는 유독 상표에 집착하는 거 같다..
남=자존감의 문제가 아닐까. 자존감이 높다면 보이는 브랜드 로고가 무슨 상관일까. 자존감이 낮을수록 그런 브랜드에 의존하게 되는 것 같다. 가치의 미니멀리즘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 그럼 특정 브랜드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이나 소품 등을 찾으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좋은 걸 보는 눈이 있어야 할 텐데.
 
남=이건 경험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책이나 사진으로 접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매장에 방문해보는 걸 추천한다. 매장에 가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거지. ‘나한테 어울리는 아이템은 어떤 걸까요’ 등의 질문을 가지고 여러 군데 매장을 방문해봐라. 분명 공통되는 디자인이 있을 거고, 보는 눈도 넓어질 것이다.
 
신=친절한 매장 직원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겠다. 어울리지 않는 걸 어울린다고 속여 파는 이들도 많으니까.
 
남=그것도 경험을 쌓는 수밖에 없긴 한데, 한 가지 팁을 주자면 허벅지 사이즈가 잘 맞지 않는데, 수선을 해서라도 제품을 파려는 매장이 있다면, 앞으로 가지 말도록. 허리와 기장은 줄일 수 있어도 허벅지 폭은 줄이면 안 된다.
 
신=혹시 옷을 제외하고 작은 소품 하나로 그 사람의 이미지가 달라 보였던 적이 있는가.
 
남=양말. 의외로 양말을 제대로 신는 사람이 드물다. 대충 신거나, 반대로 과할 정도로 화려한 양말을 신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다. 나는 복장에 있어 양말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흘러내리지 않는 양말을 찾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을 들였다. 사소한 걸로 들릴 수 있겠지만 흘러내리지 않는 양말을 신는다면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지금 신고 있는 그 양말인가.
 
남=우리나라 브랜드다. 특이하게도 디자이너가 광고 회사 출신인데, 양말의 매카니즘을 전혀 모르고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이 재미있다. 궁극의 양말을 만들기 위해 모든 걸 쏟아 부운 셈이지. 양말은 복장에 있어 꽤 중요한 부분이다. 양말에 신경을 쓴 사람이라면 바지는 물론 재킷도 잘 골랐을 거고, 차가 많이 지저분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작은 소품이지만 확실하게 자신의 센스와 취향을 드러내기 좋은 소품이라 생각한다.
 
남=우리나라 브랜드다. 특이하게도 디자이너가 광고 회사 출신인데, 양말의 매카니즘을 전혀 모르고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이 재미있다. 궁극의 양말을 만들기 위해 모든 걸 쏟아 부운 셈이지. 양말은 복장에 있어 꽤 중요한 부분이다. 양말에 신경을 쓴 사람이라면 바지는 물론 재킷도 잘 골랐을 거고, 차가 많이 지저분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작은 소품이지만 확실하게 자신의 센스와 취향을 드러내기 좋은 소품이라 생각한다.
 
 
신동헌·남훈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남성복 편집숍 알란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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