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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이유 있는 식습관

한국계 미국인 키이스 킴이 운영하는 블로그(seoulistic.com)는 한국 사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꽤 유명하다. 한국 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정리해놨는데, 그 중 ‘한식당에서 현지인처럼 식사하는 방법’이 눈에 띈다. 그의 조언을 따르자면 마음에 드는 곳에 앉고(안내를 기다리지 말고), 버튼을 누르고, 수저를 찾아서 냅킨 위에 놓고, 음식을 공유하면 된다.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지만 그 이유를 묻는다면 꽤 난감할 듯 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민속학 교수이자, 음식인문학자인 저자가 ‘한국인의 밥상’을 다시 살피게 된 계기도 비슷하다. 한식 요리법이 아니라, 식사 방식에 대한 탐구를 위해서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비교문화의 연구 방법을 통해 한국인의 식사 방식이 지닌 세계적 보편성과 특수성을 살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
저자: 주영하
출판사: 휴머니스트
가격: 2만2000원

한식당에 가면 밥은 꼭 스테인리스 스틸 그릇(스텐 그릇)에 담겨 나온다. 반찬은 흔히 플라스틱 그릇에 담겨 나오는 것과 다르다. 언제부터, 왜 그랬을까. 저자에 따르면 조선시대 양반들은 놋그릇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1901년 프랑스 청년 조르주 뒤크로가 남긴 서울 여행기에 유기(鍮器)를 묘사한 부분이 흥미롭다. “자그마한 상가들은 번쩍번쩍 빛나는데, 그것은 거울처럼 빛나는 황동으로 만든 냄비들, 사발들, 찻잔들이 거울처럼 뻔쩍거리기 때문이다. 조선 사람들은 마치 금으로 만든 식기라도 되는 듯 번쩍거리는 이런 식기를 좋아한다.”
 
사랑받으며 꾸준히 쓰였던 놋그릇은 60년대 초 ‘스텐 그릇’에 밀려났다. 놋그릇보다 관리하기 쉽고 양은 그릇보다 덜 유해하다고 알려진 덕이었다. 게다가 정부 정책도 한몫했다. 식량 수급이 불안정한 70년대, 스텐 밥공기를 쌀밥의 양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면서다. 저자는 “1973년 1월 대통령이 임명한 서울시장은 표준식단을 제시하고 시범 대중식당을 정한 후 밥을 반드시 돌솥밥이 아닌 공기에 담아 먹도록 적극 계몽에 나섰다. 당시 서울시에서 제시한 스텐 밥공기의 크기는 내면 지름 11.5㎝, 높이 7.5㎝였다”고 썼다.
 
밥공기의 양은 이후 점점 작아져서 오늘날의 크기에 이르렀고, 80년대 ‘공깃밥 보온 보관통’이 출시되면서 음식점들은 한 번에 밥을 해 스텐 그릇에 나눠 담아 보관하기 시작했다. 갓 지은 밥맛과 비교할 수 없지만, 음식점에서 왜 스텐 밥그릇을 쓰는 지 명쾌하게 알 수 있다.
 
한국의 나쁜 술 문화로 늘 꼽히던 ‘술잔 돌리기’의 경우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었다. 일본 오키나와현의 미야코지마(宮古島) 섬에서는 술잔을 돌리며 술 마시는 ‘오토리(オトリ)’ 회식이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남태평양의 섬 피지에도 귀한 손님이 왔을 때 마시는 술 ‘카바’를 술잔을 돌려가며 마셨다고 한다. 한국의 술잔 돌리기의 경우 중국의 술 마시는 예법을 본 따 만든 ‘향음주례(鄕飮酒禮)’의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도 있다. 웃어른에게 잔을 올리고, 답례로 그 잔을 다시 아랫사람에게 건네고 술을 따라주는 식이다. 하지만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술잔 돌리기를 놓고 저자는 “퇴근 후 회식자리에서 낮의 주종관계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일침한다. 한국인의 식사법의 기원을 찾기 위해 아시아와 서구권 나라의 사료까지 탈탈 털어 퍼즐맞추기를 한 저자의 노력이 빛나는 책이다.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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