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패션은 힘이 세다

뭉치면 뜬다. 예능 프로 제목이 아니라 레드카펫이 그러하다. 저마다 가장 아름답고 싶다는 욕망 대신 대의를 따르면 힘이 세진다. ‘블랙 글로브(Black Globe)’ 이야기다.
 

‘블랙 글로브’가 보여준 것

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는 검은 물결이 넘실댔다. 여배우들이 일제히 검은색 드레스 입고 등장하는 단체 행동을 벌인 것. 지난해 미국 영화계 거물인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 성추문에서 촉발한 성폭력 대항 운동인 ‘미 투(Me Too)’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일부 여배우들은 보석 대신 가슴에 ‘타임즈 업(time’s up)’이 적혀있는 핀을 달기도 했다. ‘타임즈 업’은 할리우드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 300여명이 업계는 물론 미국 사회에서 성추행과 성폭력,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결성한 단체다.
 
행사 전 해외 소셜 미디어에선 응원과 함께 비꼬는 시선도 존재했다. “시상식이 장례식이냐”는 말부터 “검은 드레스는 예쁠 수 없다”는 일차원적 반발이었다. 무엇보다 “옷 한 벌 맞춰 입는 게 실질적으로 무슨 힘을 갖겠느냐”는 냉소였다. 영화 ‘1987’의 대사를 빌리자면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라는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레드카펫을 보자면 “그렇다”다. 일단 대중의 이목을 끄는 화제성으로는 압도적이었다. “대체 수상자는 누구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블랙 글로브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그때마다 단체 행동에 대한 배경, 타임즈 업의 의미가 재차 부각됐다. 늘 등장하던 ‘누가 무슨 옷을 입었나’ 같은 기사들은 확 줄었다. 뉴욕 문화잡지 ‘더 컷’은 일찌감치 “올해만큼은 베스트 드레서, 워스트 드레서를 선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정도였다.
 
레드카펫 생중계 관행 역시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방송사 리포터가 여자 스타들에게 묻는 질문은 늘 한결 같았다. “어느 브랜드 옷이냐” “스타일리스트는 누구냐” “다이어트의 비결은 뭐냐”라는 식으로 외모와 옷차림에 국한됐다. 배우로서의 역량이나 포부를 묻는 말은 없었다. 오죽하면 2014년 배우 리즈 위더스푼 등이 모여 ‘그녀에게 더 물어봐(Ask Her More)’라는 캠페인을 벌였을까. 하지만 이번엔 변화가 역력했다. “왜 검정 드레스를 입었느냐”라는 질문이 가장 앞서 나왔다. “이 운동은 전세계 모든 업계에서 일하는 모든 여성을 위한 것”(배우 데브라 메싱) “남녀 힘의 불균형이 권력 남용을 부른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배우 메릴 스트립)라는 식의 무게 있는 발언이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언론만 아니라 돌체앤가바나·루이비통·스텔라매카트니 등 브랜드들도 최대한 자제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 드레스를 입었어요”라고 알리면서도 해시태그에 #Timesup #MeToo를 빼놓지 않았다.
 
블랙 글로브를 주도한 배우 에바 롱고리아는 행사장에서 “이것은 순간이 아니라 운동이다. 오늘 밤은 그 일부”라고 했다. 지금부터가 시작이고 지켜보라는 말이다. 하지만 당장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증명해 낸 건 있다. 우리에게 패션이 또다른 표현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무엇보다 스타일의 연대가 세상을 향한 작은 외침이 될 수 있음을 말이다.  
 
글 이도은 기자, 사진 중앙포토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