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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난타·옹알스 … 세계가 열광하는 건 언어 넘은 ‘몸짓’ 덕

[CRITICISM] 논버벌과 글로벌
싸이, 방탄소년단, 옹알스. 모두 글로벌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그것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논버벌(nonverbal)’이 그 특징이라는 점이다. 말보다는 몸으로 얘기하는 ‘논버벌’. 과거에는 낮춰보던 ‘논버벌’이 글로벌 시대를 맞아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가사·말보다 더 흥겨운 춤
지구촌 사람들 모두 공감

방탄소년단 칼군무 매력
옹알스의 저글링도 호평

남사당패 마당놀이·탈춤
난타·점프 인기와도 상통

논버벌 퍼포먼스로 글로벌 인기를 끈 스타들. 싸이

논버벌 퍼포먼스로 글로벌 인기를 끈 스타들. 싸이

“오빤 강남스타일!”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이역만리 타국 외국인들의 입에도 오르내렸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모두를 따라 부르게 만드는 바로 그 후렴구의 중독성에 빠져들던 외국인들은 과연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노래를 따라 했을까. 그 노래가 글로벌한 신드롬이 되면서 의미를 알게 되었겠지만, 아마도 노래를 처음 접한 많은 외국인들은 의미와 상관없이 그저 들리는 대로 외쳤을 게다. 가사의 의미 따위는 몰라도 이 노래가 글로벌하게 불린 이유는 뮤직비디오와 거기 등장하는 싸이의 춤 때문이다. 그가 강남의 여러 곳을 배경으로 해서 부르는 말춤은 그냥 보기만 해도 빵 터지고, 또 따라 하고픈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가사 같은 ‘버벌(verbal)’보다 그저 보이는 대로 흥겹게 이해되는 ‘논버벌(nonverbal)’이 먼저 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 방탄소년단에 의해 고스란히 재연되었다. 우리에게는 마이클 잭슨이 먼저 떠오르는 아메리칸 뮤직어워드 무대에 선 방탄소년단이 ‘DNA’를 부를 때 관객들이 입을 맞춰 떼창을 하는 모습이 그것이었다. 물론 싸이와 달리 방탄소년단은 꽤 지속적으로 SNS를 통해 글로벌 마케팅을 해왔고, 그래서 아메리칸 뮤직어워드에서 열광하는 이들이 일반 관객이라기보다는 팬덤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하지만 방탄소년단 역시 글로벌하게 인기를 끌어모을 수 있었던 힘은 노래보다 춤에 있었다. ‘칼군무’의 아이콘처럼 불리는 방탄소년단의 춤을 SNS를 통해 접한 외국인들의 반응은 일관되게 “놀랍다”는 것이다. 그 기예나 집체에 가까운 딱딱 떨어지는 동작들에 일단 먼저 시선을 빼앗긴 외국인들은 그 후 방탄소년단의 노래 역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결국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힘 역시 ‘논버벌’에 있었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개그’ 코미디 한계 … 기예적 공연으로 성공
난타 공연

난타 공연

지난해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아시안 아트 어워드 베스트 코미디 위너상을 거머쥔 옹알스가 가진 경쟁력도 바로 이 ‘논버벌’로 압축될 수 있다. 본래 ‘개그콘서트’로 데뷔했으나 한계를 느껴 직접 관객들을 찾아가는 공연을 추구하던 옹알스는 의외로 해외 페스티벌을 통해 자신들의 입지를 세웠다. 작년 말 영국 공연의 메카인 웨스트엔드에 초청되어 단독공연을 한 옹알스는 현지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옹알스가 이렇게 글로벌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저글링 같은 기예적 요소에 비트박스 같은 음악적 요소를 섞어 코미디 공연으로 꾸며냈기 때문이다. 그들의 공연은 언어의 장벽 자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몸동작과 웃음이라는 세계 공통어로 꾸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이 논버벌이라는 코드는 그리 낯선 게 아니다. 퍼포먼스의 형태로 이뤄지는 공연의 한 부분으로서 논버벌은 이미 남사당패의 마당놀이나 탈놀이에서 보이듯 우리에게는 중요한 문화 코드의 하나였다. 예를 들어 남사당패가 보여주는 줄타기나 버나돌리기(접시돌리기), 현란하게 재주를 넘는 살판이나 꼭두각시놀음 같은 것들은 외국인들이 봐도 쉽게 이해되는 논버벌 형태가 우선이었다. 물론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버벌적인 요소들(이를테면 우리네 줄타기가 해외의 줄타기보다 더 재밌는 건 줄광대와 매호씨가 주고받는 재담 때문이다)이 이러한 논버벌과 적절히 결합하면서 상승효과를 낸 면은 분명히 있지만 어찌 됐든 그 근간은 논버벌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유랑극단 형태로 민속놀이에서 현대적인 쇼로 넘어가는 과정에 논버벌은 쇼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이런 흐름은 TV가 보급되고 유랑극단의 쇼들이 TV 속으로 들어오면서도 한동안 유지되었다. 코미디는 사실상 논버벌적 요소가 흥행의 관건이었다. 생각해보면 “뭔가 보여달라”는 신호에 무대를 내려가려 할 때, 관객들의 박수와 함께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뒤뚱뒤뚱 걷는 모습으로 객석과 시청자들을 뒤집어놓았던 고 이주일 선생의 코미디는 논버벌이 그 중심이었다. 비실이 배삼룡 선생의 개다리춤, 남철·남성남 콤비의 일명 왔다리갔다리춤은 숭구리당당 김정렬의 부실한 하체를 이용한 코미디로 이어졌고 심형래나 맹구의 코미디는 논버벌을 중심으로 하는 ‘슬랩스틱’이 그 핵심이었다.
 
그런데 군부독재 시절을 거치며 이러한 몸개그의 전통이 가지는 논버벌의 경쟁력은 비하되었다. 이른바 저질 코미디 논란으로 인해 쇼에 있어서 논버벌의 퍼포먼스는 저급한 것으로 치부되었다. 댄스를 중심으로 하는 가수들은 그래서 알게 모르게 ‘딴따라’라는 지칭으로 불리기 일쑤였고, 슬랩스틱은 조금씩 코미디의 원류에서 밀려나고 대신 그 자리에 말로 하는 개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개그콘서트’에는 물론 여전히 슬랩스틱류의 코미디들이 등장하지만 더 많아진 건 말을 통한 개그들이 되었다.
 
이것을 가장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건 매년 부산에서 열리는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다. 국제적인 행사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여러 팀이 참가하는 이 페스티벌에서 우리의 개그와 해외의 코미디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주로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공연해온 해외 팀들의 코미디가 대부분 논버벌로 구성되어 언어가 달라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반면, ‘개그콘서트’의 캐릭터들이 나오는 우리의 개그 무대는 주로 말로 구성되어 외국인들이 즐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그렇다. 이렇게 된 건 군부독재 시절부터 비하되어 오던 쇼의 논버벌적 요소들이 지금까지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최근 들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나 방탄소년단 그리고 옹알스 같은 친구들이 글로벌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 논버벌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그러고 보면 ‘난타’나 ‘점프’ 같은 논버벌 퍼포먼스들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것도 결국은 그 논버벌이 가진 경쟁력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이미 민속놀이 같은 것을 통해 그 유전자가 입증된 논버벌 경쟁력을 이 시점에 되살리는 일은 한류가 좀 더 글로벌하게 나갈 수 있는 중요한 관건이 되지 않을까.
 
심광현 교수는 그의 저서인 『흥한민국』에서 프랙털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의 문화를 흥과 한의 배접으로 풀어낸 바 있다. 그는 “한류의 성공 요인에는 한국인들의 몸놀림과 육성에 내재된 다른 민족에는 없는 프랙털한 역동성과 변주 능력, 즉 ‘끼’ 때문”이라고 했다. 마치 초상집을 축제 같은 분위기로 풀어내는, 울면서 웃거나 웃으면서 우는 한과 흥의 문화가 몸을 통해 다채로운 표현으로 나타나게 됐다는 것이다. 본산지도 아닌 브레이크 댄스를 가지고 전 세계를 매료시키는 우리네 비보이들의 몸짓은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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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개그팀 옹알스. [중앙포토]

몸개그팀 옹알스. [중앙포토]

이제 전 세계를 연결시켜놓은 글로벌 네트워크로 인해 여러 나라의 문화들이 각각의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세계인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섰다. 어떠한 콘텐츠도 이제는 글로벌을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그런데 이 글로벌 시장에서 언어는 여전한 장벽이다. 그 장벽을 뛰어넘는 ‘논버벌’이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문화 언어로 대두되고 있는 건 그래서다.
 
언어 이전에 우리는 이미 소통할 수 있는 몸의 언어를 공유하고 있었다. 다만 언어가 있어서 혹은 언어를 통해 해야 마치 품격이 있는 것처럼 오인되어, 그 몸의 언어를 적극적으로 꺼내놓지 않았을 뿐. 문화가 가진 소통과 공감의 역할은 글로벌 시대에 접어들어 이제 논버벌이라는 코드의 가치를 다시금 소환해내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각종 방송 활동, 강연 등을 통해 대중문화가 가진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감’이라는 키워드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 『대한민국 남자들의 숨은 마흔 찾기』『웃기는 레볼루션』(공저) 『다큐처럼 일하고 예능처럼 신나게』가 있다. 더키앙(thekian.net)이라는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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