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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품 위험 … 차라리 중국 게임업체 주식 사라”

경기 예측 전문가, 사이나이 박사
1987년 블랙먼데이, 2007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앨런 사이나이 박사는 미국과 세계 경제가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김경빈 기자

1987년 블랙먼데이, 2007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앨런 사이나이 박사는 미국과 세계 경제가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김경빈 기자

“암호화폐 열풍은 투기적 거품이다. 위험하다. 차라리 중국 게임업체에 투자하라.”
 
미국 최고의 이코노미스트로 꼽히는 앨런 사이나이 박사는 최근 암호화폐 투자 열풍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일)이 주최한 조찬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9일 중앙SUNDAY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미래에는 지금의 통화가 아닌 암호화폐나 전자화폐를 쓰게 될 것이지만 그게 어느 화폐가 될지, 어떤 형태를 띨지는 아직 모른다”며 “비트코인 열풍은 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현상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나.
“아니다.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 암호화폐는 언제, 어떤 가격에도 폭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게 낫다. 암호화폐보다 중국의 온라인 게임업체, 카지노 주식을 사는 게 더 확실하다. 이런 기업 가운데 주가가 두 배 이상 뛴 곳도 있다. 암호화폐 열풍은 1990년대 닷컴 버블을 연상시킨다. 당시에도 현상 자체는 실제(real)였지만 가격이 미쳐 날뛰었다.”
 
 개인적 투자 수익률은.
“거시경제 사이클에 따른 투자를 한다. 최소한의 리스크를 지며 연간 수익률 6~10%를 목표로 한다. 손자가 5명 있는데, 이들의 대학 학자금을 대줄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을 낸다.”
 
사이나이 박사는 최근 줄곧 낙관론을 펴왔다. 이미 2015년에 “미국 증시가 앞으로 10년간 더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미국 경제가 올해 3%, 내년부터는 그 이상 성장해 미국 역사상 가장 긴 경기 확장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2%대에 머물던 저성장 기조(뉴노멀)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에서 이를 ‘뉴 뉴노멀(New New Normal)’이라고 불렀다. 미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난 이후 이달까지 103개월째 확장 국면을 이어오고 있다. 사상 두 번째 기록이다. 최장 기록은 1990년대의 120개월이었다.
 
경기 전망이 너무 낙관적인 것 아닌가.
“리스크 요인이 없는 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적·지정학적 리스크가 가장 크다. 2016년 트럼프 당선은 ‘블랙 스완’이었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변화를 몰고 왔지만 그만큼의 리스크도 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워싱턴에서 트럼프에 대한 탄핵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60~70%는 될 것으로 본다. 러시아 관련 특검의 수사가 진전을 보인다. 탄핵이 현실화되면 주가가 10~20% 떨어지고 경제도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타격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세제 개편 법안이 이미 통과됐고 규제 완화가 상당 부분 진행됐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해임되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한다. 그는 안정적인(stable) 사람이다. 나를 포함해 많은 미국인 눈에 트럼프는 불안정한(unstable) 사람이다.”
 
트럼프 외의 리스크 요인은.
“올해 미국 의회 선거가 있다. 결과는 봐야 알겠지만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대통령 소속 정당이 승리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트럼프가 민주당과 손발을 맞춰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증시는 민주당의 승리를 반기지 않겠지만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 등을 되돌릴 수는 없다. 미국 경제가 상당 기간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북핵 문제, 테러 등 국제적 갈등과 긴장 고조 상황도 잠재적 리스크다.”
 
사이나이 박사는 미국 경제성장에 따라 세계 경제도 동반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총생산의 93%를 차지하는 47개국의 내년 성장률은 평균 4%로 내다봤다. 유로존은 올해 2.6%, 일본은 2%로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3~3.5%로 높게 잡았다.
 
 가까운 미래에 위기가 올 가능성은.
“호황이 있으면 불황도 있다. 위기는 오겠지만 가까운 미래는 아닐 것이다. 미국 가계 부채가 적절히 통제되고 있고 기업 실적도 괜찮다. 세제 개편으로 역외에 있는 미국 기업의 수익이 꾸준히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다. 투자가 늘어 주가가 상승하고 임금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 재정적자는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앞서 금융 위기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
 
투자자와 기업의 이익은 늘지만 소득 불평등은 심화할 텐데.
“미국의 세제 개편안에 부유세나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등 소득 불평등 해소 방안을 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적은 것은 맞지만 3% 이상 계속 성장하면 궁극적으로 저소득층에도 이익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실업률이 높은 가운데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면 불만이 폭발하겠지만 미국의 경우 실업률이 최근 17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뉴 뉴노멀 시대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연 셈인가.
“미국 정치는 정상이 아니었지만 결국 그가 해냈다. 트럼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기업 친화적 정책을 추진했다. 나는 종종 ‘차라리 워싱턴을 골드만삭스 사람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농담을 했는데 트럼프는 실제로 이들을 등용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했지만 유능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들은 일하는 법을 안다. 워싱턴은 기업처럼 운영할 필요가 있는 곳이다.”

 
앨런 사이나이 박사 1987년 블랙먼데이, 2007년 금융위기 등을 사전에 경고한 것으로 명성을 얻었다. 블랙먼데이는 87년 10월 19일 월요일 하루 만에 주가가 22.6%나 빠진 사건이다. 그는 사흘 전 금요일 방송에 출연해 주가 폭락을 예고했다. 2007년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그로 인한 미국 금융위기 등을 예고했고, 이후 경기도 V자형이 아닌 L자형 장기 불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09년 3월께 미국 증시가 강세장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도 들어맞았다. 83~96년 리먼브러더스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현재 디시전이코노믹스 회장 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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