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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이후’ 남북대화, 김정일 시대보다 넘어야 할 산 많다

남북 고위급 회담 일단락, 정부 구상은
지난 9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조 장관과 이 위원장 아래쪽은 실무회담 대표로 예상되는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9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조 장관과 이 위원장 아래쪽은 실무회담 대표로 예상되는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민주화 이후 세 번째 진보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북·미 비핵화 대화 유도에 성공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일단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의 장에 나왔다”며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을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북대화가 북·미 관계 이끌던
김정일 시대와 달라진 안보 지형

北 핵 완성 선언, 국제 제재는 강화
대화로 만들어낼 정책 공간 좁아져

北 도발 중단, 한·미 훈련 축소 후
북·미 대화로 연결 선순환 고심 중

 
김정일 시대인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선 이런 접근법이 ‘절반의 실패’였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아예 ‘과거의 실패’라고 규정했다. 결국 북한 비핵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세 번째 시도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김정은 시대를 맞은 문재인 정부가 과거 김정일 시대에 비해 넘어야 할 산이 더욱 많아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김정은 시대는 2010년 개성공단 3통(통행·통신·통관) 실무회담에서 남측 과장급 레벨과 실무회담을 했던 이선권이 조국평화통일위원장으로서 장관급 회담에 나설 만큼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우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올 신년사를 통해 핵 무력 완성을 공식 선언했다. 김천식(전 통일부 차관) 통일공감포럼 대표는 13일 중앙SUNDAY에 “김정은 시대는 핵·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고 경제적 궁핍 해소와 체제 유지를 위해 한국 등 국제사회에 때로는 비굴할 정도로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던 김정일 시대와는 다르다”며 “남북대화가 비핵화 대화를 유도하기보다는 반대로 비핵화 대화에 진전이 있어야만 지속 가능한 남북대화가 가능한 구조”라고 분석했다.
 
촘촘한 제재망, 남북한 운신 폭 좁아져
또 김정은 시대의 핵·미사일은 미국의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 입장에서 과거처럼 북핵 문제를 남북대화를 중시하는 한국이나 6자회담 주최국인 중국에 ‘아웃소싱’할 수 없는 상황이란 의미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핵 위협이 미국의 안보이익을 직접 침해하면서 과거와 달리 남북대화가 대북제재 연대와 한·미 동맹에 미칠 영향에 대해 미국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대화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정책 공간이 과거보다 훨씬 좁아졌다는 얘기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사뭇 다르다. 최근 북·미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지난 5일(현지시간) 핵추진 항공모함인 칼빈슨함(CVN 70)을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출항시켰다. 여기에다 미국 주도로 15~16일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한반도 안보 및 안정을 주제로 하는 16개국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다. 16개국은 1950~53년 한국전 참전 국가들이다. 그만큼 상징성이 강하다.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정책기획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밴쿠버 회의의 목적은 평양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평양을 압박할 실질적인 장치를 개발하는 데 있어 (참가국의) 도움을 구할 것이며 해상 차단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촘촘해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망도 한국의 운신의 폭을 대폭 제한하고 있다. 한 전직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김정일 시대엔 남북이 사실상 모든 것을 합의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정부가 북한 평창올림픽 대표단 지원이 가능한지를 두고 고민해야 할 만큼 남북이 독자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완전히 달라진 김정은 시대를 맞아 정부는 그동안 묘수 찾기에 집중했다. 일차적으로 평창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 카드를 통해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남북 고위급회담 가동이라는 성과를 끌어냈다. 나아가 정부는 ‘평창 이후(After PyeongChang)’ 구상 실현을 위한 군불 때기에 나서고 있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지난 9일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남북회담 다음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한·미 연합훈련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통일외교정책 멘토 중 한 명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5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평창올림픽 기간과 이후 일정 기간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한국·중국·미국 내에서 압박보다 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의 ‘평창 이후’ 구상은 북한의 올림픽 기간 및 이후 도발 중단 명분 → 한·미 연합훈련 축소 실시 또는 중단 → 북·미 비핵화 대화 또는 6자회담 유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이 구상이 실제 작동할지 미지수다. 당장 한·미 연합훈련 축소 또는 중단 카드는 미국 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킬 수 있다. 또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상존한다.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비핵화 대화는 북한은 미국을, 미국은 북한을 바라보고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평창올림픽 이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남북대화를 통해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인 관리는 적극적으로 해나가되 정부는 향후 비핵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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