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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념이 뚝 끊긴 순간

[삶의 방식] 서른한 번째 질문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2014년 미 버지니아대의 심리학 연구진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짧게는 6분, 길게는 15분 동안 방에 혼자 있게 했다. 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핸드폰도, 읽을거리도 주어지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생각과 함께 할 뿐. 대부분의 실험대상자는 생각밖에는 할 것이 없는 이 시간이 불편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에게 몸에 약간의 전기충격을 줄 수 있는 도구를 주자 남성의 67%는 놀랍게도 아무것도 안 하고 생각만 하고 있느니 차라리 스스로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는 선택을 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 미 하버드대 연구진은 휴대폰 앱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일에 집중하고 있는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 대상이 즐거운 내용인지를 물었다. 그 결과, 47%의 사람들은 딴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그 순간에 집중하고 있던 사람들보다 행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행복해지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머릿속의 잡음을 끄고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평상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중 상당 부분은 과거에 대한 후회와 자책이든,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든 부정적인 내용이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럴 듯하다.
 
그런데, 말 그대로 아무런 생각이 없는 남자가 있다. 게리 웨버라는 미국인은 20년쯤 전,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 일찍 요가를 하던 중 어느 순간 “나무에서 잎이 떨어지듯” 생각들이 뚝 끊기며 머릿속이 지극히 고요해지는 경험을 했다. 예전에도 명상과 요가 중 이런 고요함을 체험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엔 과거와 달리 생각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대기업의 연구개발팀을 이끌던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고, 회의에도 참석했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지만, 그는 모든 순간 온전하게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음을 느꼈고, 매사를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머릿속에서 와글와글하던 생각들이 더 이상 그 순간부터 그의 주의를 빼앗지 않았기 때문이다.
 
웨버의 뇌는 많은 연구의 대상이 되었다. 그를 비롯해 오랜 시간 명상을 통해 웨버와 같은 상태에 도달한 사람들의 뇌를 촬영해보니 ‘나(self)’라는 개념을 구성하는 뇌 내 네트워크가 비활성화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네트워크 중에서도 ‘나와 남’을 구분하고 ‘시간 속의 나’의 정체성을 담당하는 부위들이 비활성화되면서 이른바 신비 체험을 한 사람들이 말하는 ‘모든 것은 하나’이고 ‘지금 이 순간뿐’임을 경험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웨버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나’와 관련된 생각들이 없어진 것이다. ‘나’는 왜 이것밖에 못 하는지, 저 사람은 왜 ‘나’를 괴롭히는지 등 감정을 섞어 ‘나’와 관련된 온갖 소설을 쓰는 뇌의 행위가 멈추자 불안도, 걱정도, 집착도 끊긴,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주어진 순수한 체험만이 남은 것이다. 그리고 그 상태를 그는 “달콤하다”고 표현했다.
 
이것이 소위 해탈의 경지인지, 과학적으로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뇌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나’라는 허상을 고통의 원인으로 보고, 기독교에서도 ‘내 뜻’이 아닌 ‘하느님의 뜻’대로 하시라고 기도한다. 이를 보면 깊은 영적 체험과 내적 행복, 그리고 뇌가 만들어내는 ‘나’의 해체는 서로 의미 있는 관계가 있을 법도 하다. 적어도 웨버는 생각이 끊긴 순간 고통도 끊겼다고 말했다.
 
 
이지현
쥴리안 리 앤컴퍼니 대표, 아르스비테 발행인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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