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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평창, 한반도 운명 바꿀 기회

Outlook
절호의 기회가 왔다. 그 기회는 남북관계에 이어 북·미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회는 기회로 보는 눈이 없거나 우물쭈물하다가 놓치면 공염불이 된다.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1815~1898)는 “신이 역사 속을 지나갈 때 그 옷자락을 놓치지 않고 잡아채는 것이 정치가의 임무”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눈앞에 전개된 기회를 놓치지 말고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라는 말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실력’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이 바뀔 기회가 찾아왔다.

김정은·트럼프 호감 최대로 활용
한국 역할은 북·미 이어줄 다리
운전자 역할 제대로 할 실력 기대

 
남북한은 지난 9일 2015년 12월 남북당국회담을 연 지 25개월 만에 남북고위급회담을 열었다. 그리고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고위급 대표단·선수단·응원단 등을 파견하는 결실을 보았다. 김정은은 이미 신년사에서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 추상적인 선언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자기 생각을 밝힌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남북대화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대화를 100% 지지하고 김정은과 통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나는 아마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이고 유연한 사람이기 때문에 내게서 그런 것들을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로켓맨’ ‘미치광이’ 등 부정적인 발언에 비하면 예상치 못한 반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자극적인 발언보다는 낫다. 그의 자극적인 발언은 한반도 정세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한·미 정상 통화가 끝난 뒤 “적절한 시기, 적절한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 간 회담을 여는 데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마찬가지였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의 성과를 환영하며 또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가 같이 가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중 정상 통화를 통해 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평창 동계올림픽까지는 이 분위기가 지속하는데 장애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평창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4월로 연기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계기로 ‘평창 밀월’이 지속할 수 있겠냐는 우려다. 그 사이 북한은 한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청구서’를 내밀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문재인 정부는 ‘평창 밀월’이 끝난 후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유엔 대북제재에 따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은 이를 핑계로 ‘몽니’를 부릴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우선 예상되는 북한의 ‘청구서’를 미국과 연결하는 방안으로 이끌어야 한다. ‘작은 것(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노리지 말고 ‘큰 것(북·미 관계 개선)’을 잡으라고 북한을 설득하면 어떨까. 북한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게 “쩨쩨하게 굴지 말고 대범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한국은 유엔 대북제재로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환경을 설명하면서 인도적 지원을 약속하고 ‘북·미 관계를 중재할 테니 믿고 따라오라’고 접근해야 한다. 미국으로 가는 길을 한국이 열어주겠다는 명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과거 김대중 정부의 사례로 제시하면 된다. 김대중 정부는 2000년 조명록(1928~2010) 총정치국장의 방미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을 중재했다. 북한은 현재 미국과 중국의 압박으로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압박을 강조하는 미국에 대화 제의는 겁나고, 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중국을 쳐다보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한국의 2010년 5·24 대북제재 조치 이후 남북한이 막히자 중국으로 달려갔듯이 이번에는 중국이 막히니 한국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런 상황의 북한을 문재인 정부가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북한과 함께 중요한 상대는 미국이다. 미국을 설득하지 않으면 ‘평창 밀월’은 그것으로 끝이다. 미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해결하기 위한 북·미 대화를 중재해야 한다. 미국에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최대 적임자가 한국을 강조하면서 제대로 된 ‘운전자’를 하겠다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평창 평화’는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미국이 친구가 되도록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생색내려는 사람보다 실력을 갖춘 사람들의 조언을 많이 듣기를 기대한다.
 
 
고수석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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