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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칠곡 계모 사건’ 변호사가 본 아동학대 해법
칠곡 계모 사건, 울산아동학대 사건 등을 대리한 이명숙 변호사가 피해 아동이 고마움의 표시로 그려서 보내준 자신의 초상화(왼쪽 사진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칠곡 계모 사건 피해자 김모양이 최근에 직접 그린 행복한 신랑·신부 모습 그림. 신인섭 기자

칠곡 계모 사건, 울산아동학대 사건 등을 대리한 이명숙 변호사가 피해 아동이 고마움의 표시로 그려서 보내준 자신의 초상화(왼쪽 사진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칠곡 계모 사건 피해자 김모양이 최근에 직접 그린 행복한 신랑·신부 모습 그림. 신인섭 기자

2013년 10월. 경북 대구 지역 조간 신문에는 ‘8세 여아 때려 숨지게 한 친언니와 계모 사법처리’라는 제목의 단신 기사가 실렸다. 당시 12세였던 언니 김모양이 여동생 배를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주범으로 소년법원에 넘겨졌고 폭행에 가담한 계모 임모씨는 종범으로 기소됐다는 이 기사는 큰 주목을 받지 않았다. 단순한 가족분쟁 정도로만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듬해 4월 동생을 죽인 것은 임씨이고 임씨의 학대가 두려워 김양이 동생을 죽였다고 허위진술을 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세간의 공분을 자아냈다. 이른바  ‘칠곡계모’ 사건으로 알려진 아동학대 사건이었다. 이후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임씨에게 대법원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신체적 고통
교육 목적이라해도 학대로 봐야

아동 학대 가해자의 80%가 부모
법으로 강제해 약한 체벌도 근절을

문제 있는 부모 맞춤형 교육시켜
대물림되는 가정 폭력 사슬 끊어야

 
중앙SUNDAY는 이 사건에서 김양 측을 도왔던 이명숙(55) 변호사를 지난 12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나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근본 해법을 물었다. 칠곡 계모 사건 이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는 등 수많은 대책이 시행됐지만 유사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만 해도 ‘고준희양 실종사건’, ‘광주 3남매 화재 사망사건’ 등 안타까운 사건들이 이어졌다.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를 설립해 아동학대 피해자들에 대한 공익적 법률 지원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는 이 변호사는 “‘내 새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교 문화 탓 부모가 자녀 위에 군립  
아동학대가 여전하다.
“시행 대책들이 그때 그때 발생한 사건 하나만 해결하려고 하는 대증적 처방 위주였다. 법을 만들고 엄히 처벌할 수 있게 형량을 높이고 학교에서 의심되는 아동 발견하면 신고하게 하는 방안 등이다. 물론 필요한 대책들이었다. 그런데 근본적 해법은 아니고 학대가 발생한 뒤  어떻게 할 것이냐를 다룬 사후적 처방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아동학대가 근절되지 않는 근본원인은 뭐라고 보나.
“자녀를 때릴 수 있다는 문화, 인식이 문제다. 처음부터 밟아 죽이고 굶어죽이는 부모는 없다. 일단은 거친 말에서 시작한다. 소리지르고 뺨을 한 두번 때리고 그러다 한 끼 굶기고 그런 작은 폭언, 폭력이 점차 커져서 끔찍한 결과로 이어진다. ‘다 너 잘되라고 때린다’는 부모 얘기는 자기 합리화일 뿐이다. 안 맞고도 잘 자란 사람 많다. 왜 때려야 말을 듣는다고 생각하나. 모든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신체적 고통은 학대일 뿐이다.”
 
왜 체벌에 무감각할까.
“유교적 문화의 영향이 크다. 병든 노부모를 위해 자기 아이를 먹였다는 얘기가 미담처럼 전승되기도 했던 사회 아니었던가. 자녀를 부모 소유물로 인식하고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법 규정에도 반영돼 있다. 민법 915조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 대표적이다. 또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살해의 경우 가중처벌하지만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경우는 별도 규정이 없고 오히려 형이 일반 살인사건보다 감경되는 경우가 많다. 전형적인 성인 위주의 법 체계인 셈이다. 이 같은 사회 문화적 요소들이 우리 인식 전반에 퍼져 있는 탓에 체벌이 허용되는 거 같다.”
 
어떻게 바꿔야 할까.
“아주 약한 정도의 부모 체벌도 금지해야 한다. 학교에서 체벌이 금지되니 이제는 때리는 교사를 찾기가 힘들지 않나.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선생님한테 맞은 애들이 부지기수였는데 요즘엔 정말 많이 줄었다. 법으로 강제하니 그렇게 된 것이다. 일단 법으로 부모 체벌도 금지해야 한다. 수년 전에 어린이집 학대 문제가 불거져 폐쇄회로TV(CCTV)설치가 의무화 됐는데 이건 전시행정, 예산 낭비다. 사실 CCTV가 필요한건 오히려 가정이다. 학대 가해자의 80%가 부모이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부터 폭력을 막아야 한다.”
 
부모는 왜 학대하나.
“난 폭력의 회전문이 있다고 본다. 학대하는 부모는 자기도 학대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자랄 때 건강하게 자라고 안정적으로 보호받고 사랑받은 사람이 자기 자녀를 학대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성장기부터 부모가 걸핏하면 때리고 바쁘다고 제대로 사랑받는다는 감정을 느끼게 못 해 준다면 결핍을 느낀 아이는 어딘가에 가서 똑같은 행태를 보인다. 안타까운 것은 학대에서 살아 남은 아이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면 학교에 가서 굉장히 거칠어진다는 점이다.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면서 자기가 부모에게 학대 받은 것보다 덜 고통스러운데 왜 힘들어하느냐고 생각하곤 한다. 대부분의 폭력 문제는 가정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이를 끊어야 한다.”
 
정부 대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
“대책의 초점을 건강한 가족을 만드는 방향에 맞춰야 한다. 문제가 있는 부모들은 단순히 교도소에 넘기고 끝낼게 아니라 어떻게 교육을 시켜서 다시 사회에 복귀시킬지 고민해야 한다. 양육수당 10만원씩 주는 것보다 아동을 건강하게 키우지 못하는 가정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 마련이 시급하다. 또 사회 전반적인 가족 문화도 바꿀 필요가 있다. TV만 틀면 영화고 드라마고 다 가족끼리 싸우고 소리 지르고 출생의 비밀 폭로하는 얘기들이 많은데 이것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해외 드라마를 보면 부모와 자녀가 서로 존중하는 건강한 가족관계가 얼마나 많이 나오나. 미디어 환경도 바뀌어야 한다.”
 
TV 드라마·영화 폭력물도 큰 영향
이 변호사는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그림들을 보여줬다. 학대 사건 피해 아동들과 사건 종료 후 연락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아동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최근에 받은 그림은 칠곡 계모 사건 당사자였던 김모양이 행복한 신랑신부 모습을 그린 그림이었다. 이외에도 조두순 사건 피해자 나영이, 전교 1등을 강요하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8개월 동안 시신을 방치해놨던 고교생 등과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매년 겨울이면 내가 인연을 맺은 아이들에게 귤 한박스씩을 보낸다. 내겐 두 명의 자식이 있지만 이들은 또 다른 의미에서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을 생각하고 기억하고 지켜보는 사람, 어른이 한 명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칠곡 계모 사건으로 피해 입었던 아이는 고모에게 입양돼 굉장히 밝고 맑은 아이로 잘 성장하고 있다. 나는 아이들이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란다. 또 다른 아동학대가 발생하지 않게 막는데 이들의 건강한 성장이 희망의 아이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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