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정부 정책 근로자 쪽에 편향 … 시장 이기는 정책 없다”

윤증현 전 장관, J노믹스에 쓴소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 경쟁력 확보와 과감한 구조조정의 추진이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신인섭 기자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 경쟁력 확보와 과감한 구조조정의 추진이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신인섭 기자

연초부터 한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내수 부진과 부동산 시장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경영 애로를 호소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늘고 있다. 환율마저 3년 2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수출 전선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반기업 정서 확산
3% 성장으론 경제 난제 해결 못해
성장 이끄는 기업 몸사려 투자 안 해

균형 있는 정책 필요
부동산도 수요 억제정책에만 치중
땜질식 처방보다 공급 확대해야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비과세 감면 줄이고 부가세 인상
법인세 올린 건 글로벌 추세 역행

고령화 사회에 대처
순혈주의서 벗어나 다문화 사회로
‘인구청’ 신설해 이민 받아들여야

 
경제관료들 사이에서 ‘따거(大兄·큰 형님)’로 불리며 뚝심 있는 경제 사령탑으로 꼽혔던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72)을 찾아가 경제 현안에 대한 진단과 조언을 들어봤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극적인 성장을 일궈냈던 그는 2011년 퇴임 이후 모든 자리를 고사하고 ‘윤경제연구소’를 설립해 시장경제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오고 있다.
 
윤 전 장관은 “기업이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우리 경제의 성장판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에 대해서도 욕먹을 각오를 한 듯 거침없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공직에서 물러난 지 6년 반이 넘었다. 어떻게 지냈나.
“일선에서 물러나 자유로운 영혼을 구가하고 있다. 나랏일 걱정은 후배들이 다 알아서 하겠지만 요즘 우리 경제를 지켜보면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
 
최근 한국 경제의 흐름을 짚어보자.
“현재 호재와 악재가 혼재하고 있다. 대외적인 측면에선 회복세에 접어든 세계 경제와 반도체·석유화학의 호황기가 1~2년 더 갈 것이라는 전망이 호재지만 이로 인한 착시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올해 한국 경제가 3% 성장한다는 전망에도 함정이 있다. 3% 성장만으론 당면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 3% 초반 수준인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세가 계속 이어져야 하는데 이에 못 미치고 구조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걱정이다.”
 
올해 예의주시해야 할 악재를 꼽아본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보듯 보호무역주의의 강화로 교역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데다 중국과 북핵 변수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금리를 비롯한 세계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도 심상치 않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내에선 복지 예산이 130조 원대로 불어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시스템에선 이런 예산을 충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어떻게 해결할지 방법이 보이질 않는다.”
 
아직까지 내수시장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내수를 이끄는 투자의 주체는 기업이다. 그런데도 새 정부 들어서 반기업정서에 휩싸이면서 기업들이 몸을 사려 제대로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기업이 국제시장에서 벌어온 돈으로 우리가 먹고산다. 청와대나 국회가 돈 벌어오는 게 아니지 않나.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너무 기업에 치우친 입장 아닌가.
“(단호하게) 기업이 살아나야 경제가 산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가의 도전정신을 살리는 정책이다. 정치권에 기업에 대해 애정을 가져달라고 매번 호소하지만 감감무소식이다.”
 
부동산 시장도 불안하다.
“역대 정부가 번번이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은 시장 원리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도 공급엔 소홀하고 수요 억제정책에만 치중하고 있는 게 문제다. 땜질식 처방보다는 임대주택 확대 같은 공급대책을 늘려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철학인 ‘J노믹스’를 평가한다면.
“그 어떤 정책도 시장을 이길 순 없다. 경제정책은 수요와 공급,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준 정책 기조를 보면 근로자 쪽으로 편향돼 기업가의 의욕을 잃게 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직무급과 성과급으로 구성되는 임금 체계의 세계화다. 박근혜 정부 때 그나마 잘한 게 공기업을 중심으로 성과급 문화를 확산해나간 것인데 새 정부 들어선 이 마저 후퇴하고 있다.”
 
무엇이 그리 안타까운가.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핵심인 경쟁력 확산은 결코 잃어서는 안 될 가치다. 이를 통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우선이다. 최근 정부 정책을 보면 경쟁력의 상실이 가장 큰 문제다. 국제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목소리를 높이며) 법인세를 올린 것은 글로벌 추세를 거스르는 바보 같은 짓이다. 우리만 법인세를 올리면 앞으로 세계시장 경쟁에서 어떻게 뒷감당하려고 하는가.”
 
현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개념을 내세우고 있다.
“본말이 전도된 개념이다. 경제가 성장해야 소득이 생긴다. 그런데도 소득 창출이 성장에 앞서 어떻게 이뤄지는지 설명이 없다. 성장 없는 소득 창출이란 결국 사회보장 급여와 같은 이전소득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복지 확대에 따른 증세론을 놓고 논란이 많다. 바람직한 조세정책의 방향은.
“복지에 대한 국민의 욕구가 엄청나게 커졌다. 하지만 ‘증세 없는 복지’란 말은 허구다. 현 정부는 소득세 상향수준을 조정하면서 (증세를) 성급하게 서두르고 있다. 현재 19.3% 수준인 조세부담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준인 25%대까지 매년 0.5%씩 꾸준히 인상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차분하게 설득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 각종 비과세 감면을 줄이면서 부가세를 손봐서 1~2% 정도 올리는 것도 방법이다.”
 
부가세 인상은 역대 정권이 쉽사리 손대지 못한 일이다.
“용기 있는 정책이 필요한 때다. 모든 국민이 조금씩 나눠서 복지 재원을 부담해야 한다. 증세 안 한다면 국가가 빚내는 수밖에 없지 않나. 부가세 적용 품목을 고급·일반 제품으로 나눠서 고급 품목의 세율을 조정하는 방안으로 충격을 줄일 수 있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고민이 많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일본보다도 10년 정도 빠르게 고령 사회로 접어들고 있어 심각한 수준이다. 이제는 종합적인 인구 문제로 대처해야 할 때다. 이민 문제에서 방향을 정해야 한다. ‘인구청’과 같은 전담 조직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다문화 사회에서 다민족 사회로 가야 할 시점이다.”
 
북핵 위기에 중국의 사드 보복까지 겹치면서 안팎으로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무자비하고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중국의) 보복에 통탄을 금하지 못한다. 우리 정부는 왜 당당하게 대처하지 못하는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어야 했다. 단기적으로 피해를 각오해야 중장기적으로 더 어려워지지 않는다.”
 
적폐 청산 논란도 여전하다.
“적폐 청산은 시스템을 바꿔야 이뤄지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기득권 세력의 지대(렌트) 추구 행위가 없어져야 한다. 그런데도 사람 중심으로만 청산이 이뤄지다 보니 정치 보복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노동귀족이나 의료분야 원격 진료 허용을 가로막는 장벽 같은 게 바로 경제 현장에서의 적폐다. 이런 것부터 고쳐나가야 한다. 산악지대가 70% 이상인 나라에서 케이블카 하나 제대로 놓지 못하면서 어떻게 관광산업을 진흥할 수 있나.”
 
향후 경제 정책에서 주력해야할 점은.
“경제는 순환적·구조적인 2가지 측면이 있다. 그런데 5년 단임 정부다 보니 경제정책이 순환적 측면에만 치중하고 있다. 구조조정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기가 아직 견딜 만할 때 조선업종 등 흔들리는 공급 과잉 업종에 대해 과감하게 몸집을 줄여 과당 경쟁을 피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만난다면 어떤 조언을 하고 싶나.
“한마디로 말한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을 위해선 여기에 일치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을 세계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의 도전정신을 북돋는 정책이 필요한 때다.”
 
 
홍병기 선임기자 klaatu@joongang.co.kr 
관련기사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