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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겨울

겨울              
-김점순(1939~   )
 
시아침 1/13

시아침 1/13

요사이 눈이 많이 와
고샅을 미끄러서 다닐 수가 없습니다
동네 앞 당산나무
눈꽃이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회관에서 화토를 치며
하루 이틀 보냅니다
설도 며칠 안 남았는데
설을 쇠면 봄이 돌아오고
일할 것을 생각하니
눈더미에 눌린 것처럼 힘이 듭니다
 
 
젊은이가 드문 농촌 마을들은 이제 육지의 섬이 되었다. 머리 허연 노인이 막내인 곳이 대부분이다. 이 마을들의 겨우살이는 대개 비슷한 것 같다. 내 고향 경상도 의성과 먼 전라도 곡성이 이렇게 닮은 걸 보면. 이웃집 가듯 병원엘 다니고 티브이 연속극에 열중하거나 마을회관에 모여 놀며 끼니를 같이한다. 그리고 소일로 십 원 내기 ‘화토’를 친다. 거동이 가능한 이상 봄이면 또 마른 등걸 같은 몸을 일으켜 들로 나가야 한다. ‘눈꽃’의 아름다움을 유난히 느끼고 생각만으로도 힘든 농사일의 버거움을 ‘눈더미’에 빗대는 사람을 우리는 시인이라 부른다. 화투는 이 나라 농촌이 다 하는 놀이인데 곡성 땅 서봉탑동 마을에는 시인들이 여럿 났다. 신기하다.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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