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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제빵사 직고용 압박하더니 돌고돌아 결론 낸 건 파견

“법원으로 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파리바게뜨 노사가 11일 인력파견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한 뒤 나온 고용노동부 관계자의 반응이다.
 
이번 합의로 제빵사의 근로조건은 좋아질 전망이다. 고용부로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그런데 “합의의 최대 수혜자는 고용부”라는 평가가 전문가나 정부 안에서 나온다. 왜 그럴까.
 
사실 고용부가 근로감독에 착수할 때만 해도 이 정도로 논란이 커질 줄 몰랐다. 파리바게뜨 측에서도 고용부가 근로감독에 나서자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고용부에 내놨다. 쉽게 풀릴 수 있었던 셈이다. 이걸 고용부가 틀었다. “민주노총 산하 노조와 협의하라”고 내쳤던 것이다. 회사는 “5300명 중 10%도 안 되는 노조와 협의하라는 게 말이 되나”라며 반발했다. ‘고용부가 노조 집행부서인가’라는 항변이다.
 
일은 꼬여갔다. 결국 고용부는 지난해 9월 불법파견 판정을 내리고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했다. 530억원의 과태료 부과와 사법처리도 예고했다. 고용부의 시정명령이 나오자 논란은 더 커졌다.
 
고용부가 불법파견으로 본 근거는 회사가 제빵사를 지휘감독했다는 것. 한데 제빵사는 본사가 아니라 가맹점에서 일하고, 가맹점주의 지휘를 받는다. 엄밀히 따지면 가맹점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 그런데 고용부는 가맹점 대신 본사에 떠넘겼다. 가맹사업법에 명시된 품질관리를 위한 가맹점 방문 점검을 지휘감독으로 봤다. 제빵사를 파견하는 협력회사는 졸지에 유령 파견회사로 둔갑했다. 무리한 법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와중에 고용부로선 악재가 터졌다. 고용부가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아사히글라스에 대해 검찰이 지난해 12월 27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고용부는 현 정부 들어 3건의 불법파견 판정을 했다. 한 건은 시정명령을 받아들여 마무리됐다. 나머지 두 건이 아사히글라스와 파리바게뜨 건이다. 아사히글라스 문제는 2015년 7월 제기됐다. 지난해 8월 31일 전격적으로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고용부의 송치를 받은 검찰은 “회사의 지시가 도급인의 지시권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고용부의 무리하게 짜 맞춘 법 집행’이라는 얘기다.
 
“사내 도급도 무혐의 처분을 받는데 가맹점법의 적용을 받는 파리바게뜨 건은 패소할 확률이 높다”는 전망이 고용부를 뒤덮었다. 파리바게뜨 측에선 “노사합의를 종용하는 정부의 압력이 엄청나다”는 토로가 나오기 시작했다. 고용부가 노사합의로 종결시키는 쪽으로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셈이다.
 
파리바게뜨가 시정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을 때 고용부가 내세운 논리도 근로감독 현장에선 독이 돼 돌아오고 있다. 고용부는 “시정명령은 권고일 뿐”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 논리로 법원으로부터 각하결정을 받았다. 지방의 한 근로감독관은 “영이 안 선다. ‘권고야 안 들어도 되고, 무조건 협조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 고려는 하겠다’는 식으로 반응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소낙비 피하려다 지붕 뚫리는 줄 몰랐던 셈이다.
 
고용부로선 이번 사태를 통해 법 집행의 공정성과 정밀성 등 짚어 볼 일이 많게 됐다. 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정책 리스크를 경제 불안정 요소의 첫손에 꼽는지 살펴볼 일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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