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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소설 주인공은 왜 여행을 떠날까 … 문학 속 ‘숨은 그림 찾기’ 재밌네

교수처럼 문학 읽기

교수처럼 문학 읽기

교수처럼 문학 읽기
토마스 포스터 지음
손영미·박영원 옮김, 이루
 
문학은 블록체인과 비슷한 데가 있다. 블록체인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증가한다. 수많은 작품이 쏟아져 나온다. 문학 작품들은 블록체인을 구성하는 블록처럼 서로 연결돼 있다. 문학 작품은 또한 블록처럼 ‘암호화’돼 있다. 문학의 메시지를 암호화하는 것은 상징이다.
 
왕초보 독자들은 줄거리와 등장인물 따라가기에 급급하다. 행간을 읽을 여력이 없다. 빙산의 일각만 볼 수 있기에 수면 아래에 있는 상징의 거대한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 『교수처럼 문학 읽기』는 아마추어 독자가 프로가 되는 길을 제시한다. 비평가처럼 ‘폼 잡고 한 말씀’ 할 수 있게 된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플린트 미시간대 명예교수인 토머스 포스터는 문학 교수라는 직업의 ‘영업비밀(trade secret)’을 털어놓는다. 우선 ‘읽기에도 기술(skill)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글 읽기 기술은 ‘읽기의 언어(language of reading)’를 습득해야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다. ‘읽기의 언어’ 또한 일종의 언어인 만큼 문법이 있다. 문법 없는 언어는 없다. ‘문학의 문법(grammar of literature)’에서 저자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패턴이다. ‘꿈보다 해몽이다’라고 했는데 해몽도 마구잡이로 할 수 없다. 문학 해석도 해몽도 결국 패턴이다.
 
저자에 따르면 가장 흔한 패턴은 탐구(quest)다. 주인공, 특히 어떤 영웅적인 주인공이 긴 여정에 나서는 경우가 있다. 여정은 탐구를 상징한다. 저자는 탐구가 다섯 가지 요소로 구성됐다고 설명한다. 탐구자, 탐구 장소, 그곳에 가야 하는 표면적인 이유, 탐구 중에 겪는 도전과 시련, 그곳에 가야 하는 진짜 이유다. 탐구의 진정한 목적은 언제나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저자는 탐구와 같은 패턴화된 상징으로 자신이 전달하려는 진짜 메시지를 숨긴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장면은 친교 행위(communion)를 상징한다. 비상(飛翔)은 자유를 의미한다. 날씨에도 우연은 없다. 뭔가 상징적인 의미가 담겼다. 예컨대 폭풍은 주인공에게 앞으로 닥칠 역경을 상징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교수처럼 문학 읽기』는 전문적인 문학 읽기 노하우를 정리한 책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교수처럼 문학 읽기』는 전문적인 문학 읽기 노하우를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단 하나의 스토리만 있을 뿐이다(There’s only one story)”라고 주장한다. 수많은 문학 작품들이 사실은 단 하나의 블록체인을 구성하는 블록처럼 연결돼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작품과 작품의 연결을 표현하는 문학 용어는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 즉 ‘창작과 해석에 영향을 미치는 텍스트와 텍스트 사이의 관계’다. 창작이나 해석 과정에서 모든 텍스트는 상호의존적 관계에 놓이게 된다.
 
독자가 의식하건 의식하지 못하건 같은 이야기가 서로 다른 작품에서 계속 반복해서 등장한다. 단골로 등판하는 이야기의 4대 원천은 셰익스피어(책의 6장), 성경(7장), 동화(8장), 그리스 신화(9장)다. 고어체로 쓴 셰익스피어·호메로스 작품을 읽어야 하고 종교에 전혀 관심 없는 독자들도 성경책을 읽어야 한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1952)는 예수의 삶에 대한 이해 없이 제대로 해석할 수 없다.
 
2003년 출간 이래 『교수처럼 문학 읽기』는 줄곧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원래 일반인·대학생을 타깃 독자층으로 삼은 책인데 의외로 고등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저자는 미시간 전역의 고등학교에 강연을 다녔다.
 
이 책에 대해 ‘책은 그저 즐겁게 읽어야지 교수처럼 읽을 필요는 없다’는 반론이 있다. 재반론도 가능하다. 진정한 즐거움은 깊이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읽기를 뒤집어보면 쓰기가 된다. 이 책은 명작을 쓴 작가들이 어떻게 썼는지를 분석했다. 『교수처럼 문학 읽기』는 프로처럼 쓰는 법에 대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영문학자다. 『교수처럼 문학 읽기』에서도 주로 영문학 고전을 실례로 들고 있다. 저자는 작품이 전달하려는 ‘보편적인 메시지’가 무엇인지 항상 질문하라고 독자들에게 요구한다. 이 책의 한국 독자들은 영미 문화권의 ‘보편적인 메시지’ 중에서 우리가 보편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를 두고 고민할 것 같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kim.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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