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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미사일도 막아내는 만능 페인트 … 다국적 기업에 포위된 지구촌

문학이 있는 주말 
 
보편적 정신

보편적 정신

보편적 정신
김솔 지음, 민음사
 
어떤 사람들은 식상함을 견디지 못한다. 소설가 김솔(45)은 그런 부류 같다. 그는 등단 이후 누구보다 꾸준히 실험성 강한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한국인이 한 명도 안 나오는 단편 ‘암스테르담 가라지세일 두 번째’ 같은 작품이 떠오른다. 그런 김씨가 다시 한 번 유감 없이 자기 기질을 드러낸 장편소설이다. 그렇게 얘기해야 할 정도로, 이번 작품 역시 독특하다.
 
소설은 얼핏 풍자소설 느낌이다. 신자유주의의 꽃, 다국적 기업이 소재다. 인종차별을 없애고 미사일 공격에서도 사람을 보호하는, 기적의 만능 페인트를 생산하는 포르투갈 다국적 기업의 100년 흥망사를 다룬다. 하지만 허황된 설정이 시사하듯 흥미진진한 기업소설은 아니다. 까칠한 경제경영서를 떠올릴 정도로 글로벌 다국적 기업의 은밀한 생리를 실감나게 전한다.
 
대기업의 본성이 살아 있는 유기체 비슷하다는 소설의 진단은 새로울 게 없다. 회사를 굴러가게 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일처리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프로세스야말로 조직의 유전자, 개인은 조직의 유전자를 전달하는 숙주일 뿐이라는 얘기 역시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
 
김솔은 한 발 더 나간다. “회사의 모든 업무는 최초 누군가의 질문에서 시작된다”고 쓴다. 흥미로운 점은 어떤 질문을 누가 왜 던졌는지 조직원 누구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질문을 받은 조직은 답변에 새로운 질문을 보태 옆 조직에 전달한다. 그 과정에서 질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게 문제다. 결국 조직원은 회사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지 못하게 된다는 게 소설의 진단이다. 다국적기업은 통제도, 정체 파악도 되지 않으면서 우리 주변 어디에나 상품의 모습으로 현존하는 불가항력적 존재다. 그런 점에 주목할 때 책은 디스토피아 소설로 읽힌다.
 
하지만 그게 소설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절반쯤에 불과하다. 김씨는 기업 생리에 관한 이야기 사이에 페인트 기업 창업주의 복잡한 가계 이야기를 장황하게 끼워넣는다. 노벨상 작가 가브리엘 마르케스가 장편 『백년 동안의 고독』에서 선보인 장광설을 연상시킨다.
 
‘보편적 정신’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뭘까. 뜻밖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건전한 결론이 소설이 추구하는 목표는 아니다. 깨알같은 발견, 독특한 형식이 오히려 관전 포인트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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