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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베스트] 유방암 투병 1년 6개월의 비망록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최근 나온 신간 중 세 권의 책을 ‘마이 베스트’로 선정했습니다. 콘텐트 완성도와 사회적 영향력, 판매 부수 등을 두루 고려해 뽑은 ‘이달의 추천 도서’입니다. 중앙일보 출판팀과 교보문고 북마스터·MD 23명이 선정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니나 리그스 지음
신솔잎 옮김, 북라이프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기 직전에는 두피가 무척 아프다. 머리를 꽉 조여서 묶은 후 너무 오래 있을 때 느껴지는 고통과 비슷하다. 그러나 머리가 모두 빠진 후에도 고통은 다시금 찾아온다. 통증을 달래보려 손을 머리로 올리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205쪽)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기가 힘들다. 유방암 전이로 서른여덟 나이에 시한부 판정을 받은 미국 작가 니나 리그스(1977~2017)는 1기부터 4기까지 1년 6개월에 걸친 암 투병의 여정을 담담하게 기록했다. 가족력인 듯 암으로 먼저 떠난 그의 어머니 역시 마지막 나날에 말했다. “죽음은 그리 큰일이 아냐.”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를 알려고 니나는 모든 감각을 열어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정신을 실천에 옮겼다. 죽음을 이해하려 울고 웃으며 씩씩하게 나아갔다. 혼자 떠나기 위한 예행연습, 암 환자 가족 모임, 짧은 여행, 치료와 일상 사이사이에 떠오르는 질문에 답을 구했다. “숨을 쉴 수 없는 날들이 두려운” 와중에도 이 원고의 최종 수정 작업을 밀고 나갔다. 낯선 땅으로 다가가는 이방인이자 순례자로서 그는 썼다. “나는 어둠 속에서 팔짱을 끼지 않으려 한다. 나는 두 눈을 크게 뜨려 한다.”
 
원제는 ‘The Bright Hour(찬란한 시간)’다. 저자의 5대조 할아버지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 한 구절, “찬란한 시간이 병약한 몸에 갇히지 않고 세상 널리 퍼지는 그때가 바로 아침이다”에서 따온 제목은 니나가 가장 좋아하던 시간이기도 했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들의 어머니이며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던 리그스는 햇살이 퍼지려는 이른 아침, 눈을 감았다. “하나의 밤을 견뎌 또 다른 밤을 맞이하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살아낸” 그 순간이었다. 그는 죽음 속에서 삶을 찾았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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