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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베스트] 우리는 때때로 게을러지고 싶다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최근 나온 신간 중 세 권의 책을 ‘마이 베스트’로 선정했습니다. 콘텐트 완성도와 사회적 영향력, 판매 부수 등을 두루 고려해 뽑은 ‘이달의 추천 도서’입니다. 중앙일보 출판팀과 교보문고 북마스터·MD 23명이 선정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채사장 지음, 웨일북
 
‘지대넓얕’(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란 책 제목을 하나의 현상으로 만든 베스트셀러 작가 채사장의 최근작이다. 어쩌면 이 책은 저자에게도 가슴 졸이는 도전이었을지도 모른다. 끝없는 독서로 얻은 지식을 갈무리해 들려주는 것과, 관계에 대한 성찰을 갈무리해 들려주는 건 좀 다른 성격의 것이라서다. 그렇다. 이번 책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총 40개의 이야기가 독립적인 섬처럼 떠 있으면서 결국은 서로 연결되니 어떻게 읽어도 좋다는 작가의 권고가 책 초입에 적혀있다. 그런데도 습관대로 첫 장부터 차례로 읽었는데, 마지막 장을 덮고 보니 다른 순서로 읽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로 자신의 10대와 20대 시절을 예로 들어 이야기한 앞부분에선 어쩌면 평범해 보이는 깨달음, 혹은 치기 같은 것이 느껴져서였다.
 
“무엇인가를 이해하려면 그것 밖으로 걸어나가서, 그것에서 벗어난 뒤, 다른 것을 둘러보아야만 한다. 그것은 비단 입시뿐만이 아니다. 전공이 되었든, 업무가 되었든, 모든 지식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것이 아닌 것들로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21쪽)
 
지은이가 말하는 어떤 부분에선 동감하면서 또 다른 부분에선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가령 다음과 같은 이야기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다.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는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중앙포토]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다.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는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중앙포토]

“세상은 한 번도 당신에게 단 한 가지만을 골라 그것에만 매진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반면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평생 먹고살 수 있는 하나의 전문직을 가져라’ ‘평생 의지할 수 있는 하나의 종교를 가져라’ ‘하나의 목표를 세우고 최선을 다하라’ ‘언제나 노력하고 나태해지지 말라’라고 말하는 이들을 경계해야 한다. 이들은 자신에게 그것밖에는 없는 빈곤하고 겁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84쪽)
 
그렇게 말하는 이들은 자신에게 그것밖에 없는 게 아니라, 자신이 결코 얻지 못한 것에 대한 통탄의 한을 안고 진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나. 하지만 그리 두껍지 않은 이 책을 읽고 나면 지은이는 결국 책 안에 이에 대한 반론을 담아두었다는 걸 알게 된다.
 
“언어의 불완전성, 언어의 태생적 한계. 어쩌면 이러한 부족함이 자유와 즐거움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책과 시를 읽는 이유, 그것이 나를 자유롭게 하고 즐겁게 하는 이유는 저자의 생각이 오롯이 나에게 주입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에 개입하고 재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언어의 비좁은 통로는 열린 장이 된다.” (169쪽)
 
만약 그의 글이나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당신은 ‘존재를 사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지은이는 자신은 그와는 종류가 다른 ‘부재를 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극단적으로 먼 미래나 먼 과거를 살아가는 사람들. 죽음 이후나 탄생 이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들은 ‘부재’를 살아간다. (…) 내가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분명히 알아서다. 내가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101~102쪽)
 
고개를 갸웃거리며 읽기 시작했지만, 그 또한 이 출중한 베스트셀러 작가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었던 듯하다. 책 속 ‘소년병 이야기’ 연작에선 이야기꾼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다. 어쩌면 채사장의 차기작은 소설일지도 모르겠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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