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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한겨울에 진땀 나네 … 아웃도어 왕초보의 빙벽 등반기

우리나라 빙벽 등반 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코오롱등산학교 원종민 강사가 아이스바일(얼음도끼)을 이용해 20m 높이의 빙벽을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빙벽 등반 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코오롱등산학교 원종민 강사가 아이스바일(얼음도끼)을 이용해 20m 높이의 빙벽을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으로 이뤄진 산지 국가다. 그리고 해마다 혹한의 겨울이 찾아든다. 이 두 가지 조건이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져야만 즐길 수 있는 게 ‘아이스클라이밍’ 즉 빙벽등반이다. 자연에서 빙벽등반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에 살면서도 빙벽등반에 관심이 없다면 ‘특권’을 포기한 것일 수도 있다. 이 단순한 생각으로 지난 1월 8일 코오롱등산학교에서 생애 첫 빙벽등반에 나섰다. 빙벽등반은 의외로 문턱이 낮았고, 빙벽을 기어오르는 경험은 생각보다 짜릿했다.
 
빙벽등반에 입문한다는 이들이 한 번쯤 거쳐 간다는 코오롱등산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서울 우이동에 있는 코오롱등산학교는 건물 지하 3층에 최고 높이 20m에 달하는 실내 빙벽장을 두고 있다. 2005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실내 빙벽으로 기네스 인증을 획득했다. 이곳에서 겨우내 한 차례 ‘빙벽반’ 합숙훈련을 진행하는데, 코오롱등산학교 원종민 강사에게 빙벽반 실내 훈련을 맛보기 체험하라는 허락을 얻었다.
 
지난 8일 오전 9시 코오롱등산학교에 다다르니 21명의 학생이 실내 빙벽장의 문이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기초부터 배우면 누구나 오를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코오롱등산학교 윤재학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마음이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진정 왕초보는 나 하나뿐인 것 같아 주눅이 들었다. 먼저 장비를 갖췄다. 헬멧을 쓰고, 장갑을 끼고, 빙벽화를 신고, 빙벽에 발을 단단히 고정할 수 있도록 철 이빨이 솟아있는 크렘폰(아이젠)을 빙벽화에 덧신었다. 그리고 수직의 얼음 절벽에서 나의 손이 돼 줄 아이스바일, 즉 얼음도끼를 양손에 들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두꺼운 쇠문을 열어젖히니 면적 200㎡(약 60평) 규모의 냉동창고 안에 인공 빙벽이 드러났다. 긴장한 나머지 빙벽장이 영하 20도로 유지되는데도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파트 한층 높이가 보통 2.3m라는데 빙벽 높이는 낮은 것은 5m, 높은 것은 20m에 달했다. 한 발짝도 떼지 못할 것이라는 슬픈 예감이 들었다.
 
“빙벽은 팔심으로 오르는 게 아니에요. 하체 힘을 써야 해요.”
 
원 강사는 당장 탈출하고 싶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훈련을 개시했다. 새 부리처럼 생긴 아이스바일을 빙벽 틈에 걸고 나서, 크램폰의 철 이빨을 빙벽에 꽂아 발이 지탱할 자리를 만들라고 했다.
 
영하 20도로 유지되는 실내 빙벽장.

영하 20도로 유지되는 실내 빙벽장.

“얼음에 고정한 양발에 내 몸무게를 분산시키고, 굽혔던 무릎을 쭉 피면서 위로 올라가야 해요.”
 
바들바들 떨면서 빙벽의 옴폭한 틈에 아이스바일을 턱턱 올렸다. 그러고선 지상 30㎠ 위 빙벽에 두 발을 꽂아 넣었다. “더 높이, 더 높이” 강사의 구령 소리에 아이스바일을 다시 휘둘렀다. 얼음에 발을 찌른 뒤 재차 아이스바일을 정수리 위로 올렸다. 오직 살겠다는 일념 하나로 빙벽에 매달렸더니, 어느새 나는 5m 빙벽을 기어오르는 빙벽인(?)이 돼 있었다. “완료!” 강사의 외침에 5m 빙벽 꼭대기에서 로프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호랑이 선생님에게서 “수많은 학생을 지도했지만 단번에 5m를 올라간 여학생은 드물다”는 칭찬을 들었다. 얼떨떨했지만 날아갈 듯 기뻤다.
 
나의 근육은 일회용이었다
 
당장 옆구리와 목덜미에 통증이 밀려왔다. 빙벽등반 초보가 흔히 겪는 근육통이다. 하체가 아니라 팔심을 썼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빙벽장으로 들어가 2차 도전에 나섰다. 얼른 20m 빙벽 꼭대기에 올라가고 싶었다. 출발은 괜찮았다. 발바닥이 얼음을 밀어 올리는 힘으로 하체를 펴고 다시 빙벽에 바싹 달라붙어 아이스바일을 꽂아 넣을 홈을 찾았다. 5m까지 순조로웠지만, 복병이 나타났다. 5m 빙벽의 각도가 90도였다면, 20m 빙벽은 수직에서 5도 정도 앞으로 기울어졌다. 20m 빙벽의 95도 코스로 진입하자마자 온몸이 뒤로 쏠려버렸다. “으악” 비명과 함께 빙벽에서 몸이 멀어졌고, 결국 로프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이를 악물고 덤볐지만, 5m 빙벽을 초등하면서 힘을 모조리 소진한 것 같았다.
 
각각의 학생이 빙벽 등반을 배우게 된 동기는 제각각이었다. 특전사를 훈련하는 교관, 119산악구조대원처럼 필요로 빙벽등반 기술을 익히는 이들도 있었지만 겨울 레포츠로 빙벽등반에 도전하는 사람이 많았다. 윤재학 교장선생님은 “우리나라 빙벽등반 마니아가 적어도 1000~2000명에 이르고, 아이스클라이밍(빙벽등반) 종목의 남녀 세계랭킹 1위를 모두 한국 선수(박희용·송한나래)가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도 빙벽등반의 매력은 몰입도일 것이라 생각했다. 벽을 오르는 와중에 오직 생존만 몰두하느라 잡생각이 생길 틈이 없었다. 그래서 빙벽을 타고나면 몸은 쑤셔도 머리는 맑아졌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8번 빙벽등반에 나섰지만, 결국 20m 빙벽의 정상을 오르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팔과 다리에 힘이 풀려 자세도 흐트러졌다. 그래도 빙벽에 대한 공포심은 사그라지고, 어느새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언젠가는 세계 최고의 자연 빙벽으로 평가받는 설악산 토왕성폭포에 도전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여행정보
코오롱등산학교(02-3677-8519)는 실내 빙벽장을 사계절 운영한다. 운영 시간 월~금요일 오후 2시~11시. 토·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강습 프로그램(3시간)을 들으면 초보자나 무경험자도 빙벽등반을 체험할 수 있다. 8만원. 1시간 강습과 아이스바일·빙벽화·크램폰 등 장비 대여료가 포함됐다. 한국등산학교(02-3677-8519), 서울등산학교(02-749-0480) 등은 기초 훈련을 이수한 사람을 대상으로 실외 빙벽등반 강습을 진행한다.

 
글·사진=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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