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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의 직격 인터뷰] “애플·인텔, 1등의 오만 속에 불통의 벽 쌓아왔다”

흔들리는 두 IT 공룡 … 위기 컨설턴트 김호 대표
기업 위기관리 전문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애플과 인텔이 독점과 팬덤(소비자의 열성적 지지)의 견고한 성벽 안에서 위기를 키워왔다고 진단했다. [우상조 기자]

기업 위기관리 전문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애플과 인텔이 독점과 팬덤(소비자의 열성적 지지)의 견고한 성벽 안에서 위기를 키워왔다고 진단했다. [우상조 기자]

글로벌 IT 기업의 두 공룡 애플과 인텔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고의로 아이폰 성능을 떨어트렸다는 ‘배터리 게이트’(애플)와 중앙전산처리장치(CPU)의 보안 문제를 알고도 묵살했다는 ‘CPU 게이트’(인텔)로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워낙 높았던 기업인만큼 배신감도 크다. 세계 곳곳에서 집단 소송 움직임이 이는 등 소비자 이탈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작 애플과 인텔의 대응은 미지근하다는 인상을 준다. 위기가 더 번질 가능성은 없을까. 이들의 대응에서 우리 기업은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 기업 위기관리 전문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로부터 진단과 전망을 들어봤다.

진정성 찾기 어려운 사과 태도
‘우리가 맞고 여론이 틀렸다’ 인식
시장 독점과 소비자 충성 믿는 듯
손실 가시화되면 대응 바뀔 수도

국내 기업 위기 요인 커졌지만
대중의 심리 읽는 데 아직 미숙
소셜 미디어로 개인 목소리 확대
‘갑질’‘인권’ 이슈 점점 불거질 듯

 
배터리 문제로 소비자들은 분노하는데, 정작 애플 홈페이지에는 관련 메시지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초기 화면 맨 아래쪽으로 스크롤하자 오른쪽 귀퉁이에 ‘아이폰 배터리와 성능에 관한 메시지’라는 건조한 제목이 떠 있다. 클릭해 들어가자 ▶배터리 노화 원리에 대한 설명 ▶예기치 않은 전원 꺼짐을 방지하기 위한 업데이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해명 ▶배터리 교체 비용을 10만원에서 3만4000원으로 깎아 주겠다는 조처 등이 보인다. “앱 업데이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이고 정상적인 성능 문제이며, 그 이후 바로 해결된 초기 버전의 사소한 버그 문제”라는 문구도 눈에 띈다. “사과드린다”는 표현은 있지만, 왜 이렇게 법석이냐는 투다. 인텔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도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8) 기조연설에서 “우리 제품 이용자의 피해 보고는 없었다”고 언급했을 뿐 사과는 하지 않았다.
 
위기 전문가의 입장에서 애플의 사과문을 분석해보면.
“사과문에는 ‘3A’, 즉 Apology(사과)·Apologia(변명)·Action(조치)가 적절히 균형을 이뤄야 한다. 총 670개 단어의 한글 사과문 중 직접 사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전체의 단 2%인 13개 단어(‘애플에 적잖이 실망감을 느끼는 분들도 계시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합니다’)에 불과했다. 방어 또는 해명에 해당하는 설명이 무려 474 단어(71%)였다. 해명은 30%를 넘지 않는 것이 좋은데, 과했다. 소비자를 가르치려 든다는 인상마저 받았다. 조치에 해당하는 단어는 118개(18%)였다(기타 65개). 그것도 배터리 가격 인하에 그쳤다. 요약하자면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틀렸습니다’다.”
 
애플이 이렇게 나오는 배경은 무엇인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애플빠’로 대표되는 어마어마한 팬덤(소비자들의 열광·지지)이다. 애플은 2010년 ‘안테나 게이트’(수신감도가 떨어지는 현상), 2011년 ‘위치 추적 논란’ 때에도 ”우리가 맞고, 여론이 오해했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애플이 혁신의 아이콘이고 모범일 수는 있겠지만 위기대응에서는 따라야 할 모델은 아니다.”
 
애플은 전원이 갑자기 꺼져 기기가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성능을 낮췄다고 설명했는데.
“위기 대응의 제1 원칙은 ‘사람들의 인식이 곧 현실’이라는 점이다. 의도가 아무리 좋았어도 사람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문제다. 소비자들이 새 아이폰을 사도록 만들기 위해 성능을 낮췄다고 의심하고 있다면 그게 곧 위기다. 사람들이 그 기업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기준으로 놓고 고민해야 한다. 애플은 그 점에서 실패했다.”
 
이번 위기 대응에서도 애플 특유의 폐쇄성과 신비주의 전략이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애플의 기업 문화는 스티브 잡스가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스티브 잡스는 독재자다. 화도 내고, 사람도 함부로 해고했다. 소통이라는 점에서는 낙제점이다. 하지만 그는 천재였다. 잡스의 행동을 경영의 일반 모델로 삼을 수는 없다. 애플의 CEO가 팀 쿡으로 바뀌었지만, 내부의 의사 결정은 아직도 애플이 성공해온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문제는 이 성공의 방식에 실패의 씨앗이 숨겨져 있다는 점이다. 안테나 게이트 때 잡스가 ”아이폰 쥐는 법을 바꿔라“며 오만하게 굴어도 큰 문제는 없었다. 지금은 CEO도 바뀌었고, 소비자 의식도 바뀌었다.”
 
인텔의 대응은 무엇이 문제인가.
“반도체 칩에 치명적 결함이 있다는 것을 인텔은 작년 6월에 알았다. 이를 뭉개고 있다가 이달 초 영국의 한 기술전문 사이트의 폭로로 알려졌다. 알고도 잘못(wrongdoing)하는 것과 모르고 실수(mistake)하는 것은 다르다. 여기에 CEO 크르자니크가 주식을 대량 처분해 의심을 샀다. 인텔 같은 1등 기업이라면 문제를 알았을 때 바로 조처를 해 외부 폭로로 세상에 알려지는 일은 피했어야 했다.”
 
이번 위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
“당장 판매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가시적 손실은 없을지 모른다. 팬덤과 독점이라는 강력한 보호막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대응 태도가 쌓이고 쌓여 결국은 독이 된다. 현실적 손해가 가시화되면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실패의 경험이 없는 기업이 거의 다 그렇다. 강력한 독점이나 팬덤이 오만함을 키웠다. 이 오만함이 불통의 벽을 쌓아왔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만일 애플이나 인텔의 컨설팅을 맡고 있다면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조언을 하겠는가.
“미리 설명했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는 ‘이슈를 무시하는 것은 문제를 초대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애플이 아이폰의 성능 저하를 가져온 업그레이드 실시 전 소비자들에게 미리 알렸으면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인텔도 구글 보안팀이 문제를 알려줬지만 무시했다. 사전에 알리면 설명이 되지만, 일이 터진 뒤 알리면 변명이 된다. 지금처럼 위기가 발생한 뒤라면 고객들에게 더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을 것이다.”
 
책임감을 더 보여준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위기 관리는 세 가지 차원이 있다. 물리적, 법리적, 심리적 차원이다. 기업 위기 관리에서 가장 발달해 있는 것이 법리다. 변호사를 부르면 된다. 물리적 차원의 문제도 예방조처를 잘하는 것으로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심리다. 대중들이 왜 화가 났는지 공감하고 어루만져 줘야 한다. 애플과 인텔의 대응도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위기관리는 국내 기업도 문제가 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위기 대응 수준은 어떤가.
“기업들의 물리적·법리적 대응은 개선되고 있지만, 심리적 차원에서는 아직도 둔감하다. 우리 국민들이 대기업을 보는 기본 정서는 아직도 부정적이다. 이 점을 전제로 전략을 짜야 한다. 특히 총수(기업주)를 보호하려다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생겼을 때 ‘사주는 지키자’는 식으로 논의가 흘러가면 반대 의견은 묻혀 버리기 쉽다.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 대표적 예였다. 이를 막으려면 군대 훈련 때처럼 ‘레드팀’(가상 적군)을 가동해야 한다. 일부러라도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
 
2016년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가 발화 문제를 일으켰다. 당시 삼성의 대응과 지금 애플의 대응을 비교한다면.
“삼성이 초반에 아쉬웠던 점은 물리적 차원의 위기관리가 제대로 안 됐다는 점이다. 교환 제품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계속 발화 사건이 터졌다. 사람들이 실수의 문제가 아니라 실력의 문제라고 인식하게 됐다. 이후 판매된 제품 전량을 회수하고 생산을 중단한 것은 소비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조치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애플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올해 국내 기업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위기 이슈는 무엇으로 보는가.
“인권과 갑질 문제가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당하던 사람들이 침묵하지 않게 됐다. 과거엔 당연시하던 것들도 이슈가 되고 있다. 당장 국민은행이 여성 신입사원들에게 생리를 미루고 행군에 참여하라는 목적으로 피임약을 지급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지 않나.”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11일 소비자 122명을 원고로 해 애플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집단 소송에 들어갔다. 이와 별도로 국내 법무법인들이 추진하는 소송에도 35만명 이상이 참여 희망을 밝혔다. 미국에서는 애플에 대한 소송 건수가 30건을 넘어섰고, 인텔에 대한 집단소송도 시작됐다. 충성스런 소비자와 절대적인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지켜온 ‘1등’의 아성에 균열이 올까.
 
김호(49) 대표는 …
위기대응 컨설턴트 및 조직 커뮤니케이션 코치로 20년째 일해 오고 있다. 한국외대와 미국 마켓대(PR)에서 학·석사를 마쳤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공개 사과에 대한 인지적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 세계 20여명 만이 있는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이며, 글로벌 PR컨설팅사 에델만의 한국법인 대표를 지냈다. 저서로 『쿨하게 사과하라』 『쿨하게 생존하라』『평판사회』 『나는 왜 싫다는 말을 못할까』 등의 저서가 있다.
 
이현상 논설위원, 정리=황병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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