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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둘 중에 한 사람 ‘버핏 535조 제국’ 이어받는다

‘오마하의 현인’이 비밀의 장막을 걷어 올렸다. 워런 버핏(88)이 마침내 공개한 2명의 후계자 후보들이다. 버핏은 10일(현지시간) 이들을 동시에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버핏이 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버크셔헤서웨이에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한 것이다.
 
버핏은 이번 인사를 “승계 과정의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고향인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금융투자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지 62년 만에 후계 구도를 공식화했다. 앞으로 버핏이 사망하거나 은퇴할 경우 둘 중 한 명이 버핏의 뒤를 이어 CEO에 오른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두 사람은 출신이나 경력 등에서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나이 차이도 크게 난다. 그레고리 아벨 부회장은 올해 56세로 캐나다 앨버타주 출신이다. 고향에 있는 앨버타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버크셔헤서웨이에 입사한 것은 1992년이다. 2014년부터 버크셔헤서웨이 에너지 부문 회장을 맡았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에서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태양광·풍력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도 진출했다.
 
아지트 자인(67) 부회장은 인도 오리사주 출신이다. 인도 카라그퍼공과대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1986년 버크셔헤서웨이 재보험 부문에 입사해 줄곧 보험 사업을 맡았다. 버핏은 그룹을 크게 둘로 나눠서 두 사람에게 맡겼다. 아벨 부회장은 비보험 부문, 자인 부회장은 보험 부문을 각각 총괄한다. 직원 수는 비보험 부문이 압도적으로 많다. 아벨 부회장 밑에는 32만3000명이 근무 중이다. 자인 부회장 밑에 있는 직원은 4만4000명이다.
 
로이터·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버핏의 후계자로 아벨 부회장이 더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를 강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외신들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를 꺼리는 또 다른 이유도 있어 보인다. 인종과 종교 문제다. 블룸버그는 인도 출신 자인 부회장에 대해 “자이나교를 따르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라고 소개했다. 기독교 전통의 미국 주류사회에선 캐나다 출신 아벨 부회장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버핏은 후계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두 사람은 서로를 잘 알고, 서로를 좋아하고, 서로 다른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계 경쟁이) 경마식 경주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은 “매우 건강한 상태”라고 자신했다. 가까운 장래에 은퇴할 계획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올해 88세의 버핏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40년 넘는 세월을 함께한 찰스 멍거 부회장도 버핏보다 여섯 살 많은 94세다.
 
누가 후계자가 되더라도 버핏의 후광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버핏은 20세기 ‘투자의 전설’이다. 시작은 미약했다. 26세였던 1956년 고향에서 ‘버핏 어소시에이츠’라는 투자조합을 만들었다. 7명의 조합원 가운데 2명은 고모와 누나였다. 이렇게 모은 종잣돈은 10만5100달러였다. 10일 현재 버크셔헤서웨이의 시가총액은 5000억 달러(약 535조원)가 넘는다.
 
버핏의 인생에서 결정적인 분수령은 1965년 버크셔헤서웨이란 회사를 사들인 것이었다. 원래는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역의 섬유업체였다. 당시 망하기 ‘1보 직전’의 부실기업이었다. 버핏은 산업 경쟁력이 낮아진 탓도 있지만, 경영진의 무능이 더 큰 문제라고 봤다. 결국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회사의 경영권을 차지했다.
 
이후 버크셔헤서웨이는 투자회사로 변신했다. 버핏은 시장에서 낮게 평가됐지만, 잠재력이 뛰어난 기업을 골라서 사들이는 ‘가치투자’로 연이어 대성공을 거뒀다. 버핏 자신도 큰 부자가 됐다. 현재 세계 갑부 순위에서 3위에 올라 있다. 블룸버그가 평가한 버핏의 재산은 884억 달러(약 95조원)에 달한다.
 
버핏은 이 재산을 자녀들에겐 물려주지 않을 계획이다. 이미 재산의 99% 이상 기부를 약속했다. 그는 “내 재산의 1%를 쓴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지는 않지만 99%를 사회에 환원하면 다른 사람들의 행복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장남에겐 이사회 의장 자리를 물려줄 계획이다. 장남 하워드 버핏은 1993년부터 버크셔헤서웨이의 이사회에 참가하고 있다.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버핏은 장남이 이사회를 통해 회사의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버핏은 억만장자지만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2007년 한국을 찾았을 때의 일화도 유명하다. 당시 “지갑에 얼마를 갖고 다니느냐”는 질문을 받고 직접 지갑을 꺼내 돈을 셌다. 그는 “정확하게 600달러(약 64만원)”라며 웃음을 지었다.
 
버크셔헤서웨이는 애플의 5대 주주지만 버핏은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다. 버핏은 10일 방송 인터뷰에서 삼성의 폴더폰을 꺼내 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아이폰을 사면 최후의 1인이 아이폰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버크셔해서웨이 기업 개요
●본사 ···················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최고경영자 ··························· 워런 E. 버핏
●직원 ········································· 37만 명
●업종 ············· 종합보험·철도·특수화학·음식료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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