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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회견에서 확인된 문 대통령의 현실적인 대북 인식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연 신년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며 “북한이 도발을 하거나 북핵 문제에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정부는 두 가지(대화·제재)를 모두 구사하는 정책을 펼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로지 대화만이 답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비핵화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문 대통령의 이런 인식이 북핵을 해결하고 평화를 끌어내는 가장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이라 평가한다. 문 대통령은 집권 8개월 동안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 강행으로 한반도가 6·25 이래 가장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는 걸 지켜만 봐야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대화를 제의했지만 북한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걷어차고 도발을 이어 갔다. 그랬던 북한이 신년 들어 갑자기 대화로 돌아서 고위급 회담이 성료됐다. 북한은 평창 겨울올림픽에 역대 최대 규모 대표단을 보내기로 했고 군사회담 개최에도 합의해 우발적 충돌을 방지할 길이 열리게 됐다.
 
문 대통령으로선 천신만고 끝에 찾아온 대화 기회를 살려 더 많은 성과를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게 북한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요구와 행동이다. 비핵화가 빠진 대화는 북·미 갈등과 동맹 이반을 부추기고, 북한에 핵무장할 시간만 벌어 주는 최악의 수다. 문 대통령도 이런 함정을 잘 인식하고 있음이 기자회견에서 확인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현실적 대북 인식을 뒷받침할 정부의 정교한 외교력이다. 당장 9일 고위급 회담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자 북측 이선권 조평통 위원장은 “북남 사이 문제가 아니다”며 논의를 거부했다. 남북 대화를 자신들 입맛에 맞는 의제로만 국한하려는 의도다. 이를 예상하면서도 흔들림 없이 비핵화를 촉구한 조 장관의 대응은 옳고 당연했다. 앞으로도 정부는 남북 대화에서 유연한 자세를 견지하되 “그런데 비핵화는?”이란 화두를 집요하게 던지고 압박해야 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고 남북 대화를 100% 지지한다고 표명함으로써 문 대통령이 오랜만에 ‘운전석’에 앉도록 힘을 실어 줬다. 그러나 남북 대화가 비핵화에 진전을 이뤄 내지 못하고, 북한에 시간만 벌어 주는 무대로 전락한다면 미국의 태도는 급변할 수 있다. “남북 대화가 북·미 대화로 이어지지 못하면 올해 중반 ‘심판의 시간’이 올 수 있다”는 해외 언론의 경고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정부는 대화는 대화대로 하되 제재와 압박은 더욱 강하게 조이는 ‘진화된 투트랙’ 전략을 펴야 한다. 지난해 내내 도발 일변도로 치닫던 북한이 대화로 돌아선 건 대북제재가 마침내 효과를 내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평양 당국이 진정으로 비핵화 협상에 나오게 하는 길도 제대로 된 제재와 압박뿐이란 사실을 정부는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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