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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9:1, 17년 사이 일본 넘은 장애인 아이스하키

0-13.
 

일본이 기증한 썰매 1대로 시작
지난해 4월 세계선수권선 동메달
패럴림픽 사상 첫 메달 기대 높여

지난 2001년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일본과의 첫 대결에서 기록한 스코어다. 하지만 17년이 지난 현재 두 나라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위치는 정반대다. 평창 패럴림픽을 앞두고 벌어진 맞대결에서 한국이 9-1로 일본을 대파했다.
 
한국은 9일 일본 나가노에서 열린 2018 일본 국제 장애인아이스하키선수권에서 일본을 9-1로 눌렀다. 한국은 8명의 선수가 9골을 터트리는 고른 활약을 펼쳤다. ‘빙판의 메시’로 불리는 정승환은 공격포인트 5개(1골·4도움)를 기록하며 에이스다운 활약을 펼쳤다. 이날 승리가 더욱 값진 건 장애인 아이스하키를 전해줬던 일본을 상대로 대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대회 첫날인 8일 체코를 4-1로 꺾은 한국은 10일 경기에선 슛아웃 끝에 노르웨이에 3-2 승리를 거두고 예선 3전 전승을 기록했다.
9일 나가노에서 열린 일본 장애인 아이스하키선수권 예선 2차전. 한국이 일본에 9-1로 승리했다. [사진 대한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

9일 나가노에서 열린 일본 장애인 아이스하키선수권 예선 2차전. 한국이 일본에 9-1로 승리했다. [사진 대한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

 
한국 장애인하키의 아버지는 고 이성근씨다. 연세대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인 그는 척추를 다쳐 장애인이 됐고, 일본에서 장애인 하키를 처음 접했다. 장애인 하키는 양날이 달린 슬레지(썰매)를 타기 때문에 아이스슬레지하키라고도 불린다. 한 쪽은 픽(pick), 반대쪽은 날로 된 스틱을 쓴다. 픽으로 얼음을 찍어 달린 뒤 날로 퍽을 때리기 때문에 비장애인 경기 못지않게 빠르고, 힘차다. 퍽의 속도는 시속 100㎞를 훌쩍 넘는다.
 
이성근씨는 1998년 일본팀을 초청해 시범경기를 열었다. 그리고 다른 종목 운동을 하던 장애인 선수들을 끌어모았다. 일본 선수단이 기증한 1대의 썰매를 토대로 최초의 한국 클럽팀인 연세 이글스가 만들어졌다. 2001년 타계한 고 이성근 감독의 뜻을 기려 전국장애인아이스하키 대회 이름도 '이성근배'로 붙여졌다.
 
한국 아이스슬레지하키 대표팀의 정승환·이종경·한민수(왼쪽부터).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한국 아이스슬레지하키 대표팀의 정승환·이종경·한민수(왼쪽부터).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한국은 2001년 일본에서 첫 국가대표 경기를 치렀다. 일본에 1피리어드에만 6골을 내주면서 끌려다니다 0-13으로 졌다. 당시 골리(골키퍼)였던 박종철 대한장애인체육회 대회지원부장은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수없이 퍽이 날아왔다. 하프라인 한 번 넘어보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슈팅을 막아야 했다”고 떠올렸다. 이후 두 차례 대결에서 0-8, 0-5로 패한 한국은 2005년 열린 2006 토리노 패럴림픽 예선에서도 0-3으로 졌다. 지금도 대표선수로 활약중인 한민수(48·강원도청)는 “다른 선수들은 ‘잘했다’며 다독였지만 분했다. 이길 수 있었는데 졌기 때문이다. 헬멧을 쓴 채로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한민수는 “예전엔 우리가 약해 소홀히 대한다는 느낌도 받았는데 이번에 일본을 9-1로 꺾고 나니 ‘와, 세상이 바뀌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장애인아이스하키는 남성적이고 파워풀한 경기다. 2014 소치 패럴림픽에서 러시아 선수와 몸싸움을 벌이는 김대정. [사진공동취재단]

장애인아이스하키는 남성적이고 파워풀한 경기다. 2014 소치 패럴림픽에서 러시아 선수와 몸싸움을 벌이는 김대정. [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가 급성장한 건 2006년 강원도청팀이 생긴 덕분이다. 평창 올림픽·패럴림픽 유치전에 나서면서 강원도가 팀을 꾸리면서 직업 선수가 생겼다. 현재 대표팀 선수들은 대부분 강원도청 소속이다. 2010 밴쿠버(6위), 2014 소치 패럴림픽(7위)에도 출전한 한국은 세계적인 팀들과도 겨룰 정도로 수준이 올라갔다. 소치 패럴림픽에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최국이자 준우승을 차지한 러시아를 이기기도 했다.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테스트이벤트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도 캐나다(세계랭킹 1위)와 미국(2위)에 이어 동메달을 따냈다.
 
평창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목표는 사상 첫 메달 획득이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8개국이 출전하는 패럴림픽에서 한국은 미국, 체코(9위), 일본(10위)과 함께 B조에 편성됐다. 체코와 일본만 넘으면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준결승 진출이 가능하다. 세계 최강인 캐나다와 미국을 꺾긴 어렵지만 동메달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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