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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sible 한반도] 김정은이 이산가족 상봉을 거절한 이유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거절했다.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우리측이 설날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제의했지만, 공동 보도문에 반영되지 못했다. 이산가족들에게 안타까운 일이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평창 겨울철 올림픽 참가에 집중한 듯하다.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양측 대표단이 종료회의를 열고 있다. 리선권 위원장이 서해 군 통신선 보도 등과 관련해 강한 톤으로 이야기를 하고있다.<사진공동취재단>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양측 대표단이 종료회의를 열고 있다. 리선권 위원장이 서해 군 통신선 보도 등과 관련해 강한 톤으로 이야기를 하고있다.<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은 왜 이산가족 상봉에 소극적일까?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민족 문제나 인간의 감성 부분에 관심이 덜한 편이다. 김정일은 1942년 태어나 항일하던 부모 밑에서 자랐고 1950년 6·25전쟁을 겪으면서 이산가족의 아픔을 간접적으로 느낄 기회가 있었다. 아울러 영화와 음악을 좋아해 감성 부분이 풍부한 편이었다.
 
반면 김정은은 성장 과정에서 아버지와 달리 직접 이 문제를 접하지 못했고 청소년기도 스위스에서 유학하면서 고민할 기회가 적었다. 실용적이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그는 계산이 맞지 않는 선택을 싫어하는 편이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이산가족 상봉을 두 차례 가졌다. 2014년 2월과 2015년 10월이다. ‘통일 대박’을 언급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 모두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꿈꿨다. 하지만 그의 꿈은 물거품이 됐고 이제는 강화된 유엔 제재로 꿈도 못 꾸게 됐다.  
2015년 10월 26일 강원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2차 작별상봉행사에서 최고령 구상연 할아버지가 북측의 딸 구송옥씨와 얼굴을 비비며 인사하고 있다.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2015년 10월 26일 강원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2차 작별상봉행사에서 최고령 구상연 할아버지가 북측의 딸 구송옥씨와 얼굴을 비비며 인사하고 있다.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따라서 김정은은 이산가족 상봉을 절박한 문제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남북 회담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의 실무진들도 이산가족 상봉에 회의적인 편이라고 알려졌다. 이산가족 상봉을 하려면 추운 날씨에 준비하기가 만만치 않을뿐더러 상봉 이후 ‘눈빛’이 흔들리는 사람들을 상봉 이전으로 돌리는 것도 귀찮은 일이다.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핑계를 만들었다. 그동안 2016년 4월 탈북한 북한 식당 여종업원 12명을 송환하지 않으면 이산가족 상봉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한국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약 여종업원 12명이 북한으로 귀국할 경우 ‘납치’ 등으로 정치적인 문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을 공식적으로 북송한 전례도 없다.
 
따라서 안타깝지만,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아졌다. 인도적인 고민보다 정치적인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지금 유엔 제재로 북한이 원하는 대로 금강산 관광을 무턱대고 재개할 수 없게 됐다. 한국 정부는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해야 필요가 있다. 인간적인 호소보다 주도면밀한 전략이 없으면 이산가족의 아픔을 달래기는 희망일 뿐이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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