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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던 아기가 혈변을..." 결핵 감염, 조리원 책임 '첫 인정'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중앙포토]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중앙포토]

“건강하던 아기가 열이 펄펄 나더니 급기야 기저귀에 피까지 묻어 나왔어요. 당시는 영문도 몰라 애만 태웠는데….”
주부 김모(36)씨는 지난 2015년 8월 서울 녹번동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태어난 지 30일도 안 된 아이가 갑자기 혈변을 보는 등 이상 증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2015년 산후조리원서 신생아 23명 결핵 감염
결핵 걸린 간호조무사, '감염 진원지' 의심
법원 "폐 이상 소견 받은 날부터 업체 관리 책임"
신생아, 부모 등에 최대 500만원 배상 판결
산후조리원 신생아 집단 결핵 책임 첫 인정

 
같은 시기 산후조리원에 입소한 세쌍둥이 엄마 박모(37)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아이들이 동시에 고열 증세를 보인 다음 날 조리원 측에선 갑자기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착용시키고, 내부 배치를 바꾸기 시작했다. 박씨는 “이상한 느낌에 직원을 붙잡고 물어보니 ‘걱정하지 말라’는 답만 돌아왔다. 며칠 뒤 질병관리본부 직원들이 조리원에 들이닥치고 나서야 심각성을 깨닫고 눈물만 흘렸다”고 말했다.  
 
신생아 23명이 결핵에 감염된 ‘산후조리원 집단 결핵’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부모와 아기들의 손을 들어줬다. 산후조리원의 신생아 집단 결핵 감염 사건에서 법원이 업체와 종사자(간호조무사)의 과실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부장 오선희)는 감염 신생아 23명, 감염 우려로 결핵약을 복용한 신생아 52명과 이들의 부모 142명이 YK동그라미 산후조리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신생아 한명당 260만~500만원 씩 총 2억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10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간호조무사가 폐 이상 소견을 진단받은 날(2015년 6월 29일)을 감염 가능성을 인식한 시점이라고 봐야한다”며 “이 시점부터 산후조리원은 업무 중단 등 집단 감염에 대비한 조치를 취해야 했음에도 주의 의무를 위반한 책임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 사건의 쟁점은 결핵에 걸린 간호조무사 이모(56)씨에 대한 산후조리원 측의 ‘관리 책임’이 어느 시점부터 발생하는 지였다. 복막염을 앓은 이씨는 그해 6월 29일 방사선 검사를 받고 “폐 부위에 이상 소견이 있다”는 진단과 함께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이후 서울 강북구의 한 병원에서 복막염 수술을 받고 7월 14일~8월 18일 조리원에서 정상 근무했다. 그는 19일 폐결핵 의심 소견을 통보받자 조리원 측에 사실을 알렸고 2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산모들은 조무사 이씨가 신생아들에게 결핵을 전파했고, 조리원 측이 신속한 업무 배제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아 감염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리원 측은 “조무사의 질병이 결핵으로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예견해 조치를 취할 책임은 없다”고 반박했다. 폐 이상 소견이 발견된 날(6월 29일)에는 결핵을 예견할 수 없었지만 결핵 의심 소견이 나온 날(8월 19일)부터 출근 중단 등 조치를 취했다는 주장이다. 결국 법원은 이씨와 조리원 측이 결핵 감염 가능성을 인식한 시점을 6월 29일로 판단해 배상 판결을 내렸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판결이 향후 비슷한 사건에서 업체 측의 책임을 인정하는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간 신생아 결핵 감염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서울 노원구의 모네 여성병원에선 신생아 118명이, 지난달 광진구의 참신한 산부인과 의원에선 3명이 잠복 결핵에 감염됐다.
 
하지만 법원에서 병원이나 조리원 측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부산지법은 “결핵 진료 지침상 조무사 스스로 치료를 하거나 병원 측에서 치료를 받게 할 의무는 없다”며 신생아 부모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2014년 부산의 한 병원에서 간호조무사가 결핵에 감염된 뒤 신생아 2명이 결핵 확진, 383명이 잠복 결핵 진단을 받았던 사건이었다.
 
이번 사건에서 피해 부모들의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SL의 이성준 변호사는 “조리원 등 신생아를 집단 관리하는 기관들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더욱 세심하게 신생아와 산모, 직원들을 관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국희ㆍ문현경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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